포물선 운동? 오래전 물리 시간에 들어본 것 같은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원리는 이해하지 못하고 공식만 열심히 외웠던 기억이다. 지금 학생들은 농구공을 던지는 각도와 힘을 조절하며 농구공의 궤적을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하고, 인공지능(AI)이 실험 결과를 분석해 수학적 설명을 제공한다.
제1차 세계대전 참호, 안네 프랑크의 집, 마야 문명 유적지 등 세계사의 다양한 순간과 장소를 VR(가상현실)로 체험할 수 있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AI가 시험 채점과 과제 평가를 자동으로 수행해 교사의 업무 부담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이제교사는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니라 멘토 코치, 사고력 지도자의 역할로 변화하고 있다. 이처럼 AI는 교육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최근 AI를 활용한 ‘인터뷰 코더’를 개발, 본인 대신 코딩 테스트를 보게 해 아마존에 합격한 콜럼비아 대학생이 큰 뉴스가 된 일이 있다. 이 학생은 어차피 빅테크 개발자도 AI를 활용해 개발할텐데, 여전히 전형적인 코딩 면접을 보는 것에 대한 불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뉴스를 접하며, 대학에서 오랫동안 컴퓨터공학 분야 이론과 실습을 가르치고 있는 필자는 AI시대가 도래하면서 코딩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아졌다.
오픈AI 공동 창업자인 안드레이 카르파티가 ‘바이브 코딩(vibecoding)’이란 단어를 가지고 나오면서 코드를 하나도 안 쓰거나 읽지 않아도 AI만을 활용해서 코딩하는 ‘느낌(vibe)’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개발자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복잡한 문법과 논리 구조를 직접 입력해야 했다면, 이제는 AI에게 “내가 만들고 싶은 기능이 이런 거야”라고 말하기만 해도 알아서 코드가 나오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바이브코딩 외에 다양한 AI코딩 도구들로 인해 긴 시간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이 줄어들어 개발자의 피로는 줄었고, 하루에 2~3배 이상의 작업량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빅테크 회사에 취업하려면 알고리즘 문제에 익숙해질 때까지 ‘리트코드’라는 플랫폼에서 계속 문제를 풀어야 하고, 국내에서도 이름있는 프로그램 개발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코딩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그럼 학교에서 코딩 교육은 어느 편에 서서 교육을 해야 할까? 이제는 ‘코딩을 잘하는 사람’보다 ‘AI를 잘 쓰는 사람’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AI는 코드를 ‘만드는’ 데 강하지, ‘문제를 고치는’ 데는 아직 미숙하다. 그리고 작은 기능 단위로 동작하는 코드들은 잘 만들지만, 이 조각들을 이어 붙일 수 있는 아키텍처 설계, 일관성 있는 데이터 흐름, 유지보수 가능성 등에 한계가 있다.
이제 단순 코더의 자리는 AI가 대신할 것이기 때문에 실제 프로젝트를 통한 문제 해결 능력과 팀 협업을 통한 시스템 설계의 실전 감각을 배양할 수 있는 교육 내용이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프로그램 문법과 알고리즘을 가르치는 내용은 기본이고, 동시에 AI를 활용해 코드를 조율하는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교육 내용을 변화시키고자 한다.
지금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자들은 최신 AI기술을 사용해봄으로써 AI가 무엇을 잘 하는 지와 AI가 무엇을 잘 할 수 없는지를 빠르게 파악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이들은 지금까지 익숙하게 해온 수업내용 수업방식 평가방법에 대한 관행을 모두 멈추고 자신의 수업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기를 원하는지부터 다시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교수자는 AI활용 전문가로서의 역할,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탐구하도록 유도하는 멘토이자 협력자, AI가 할 수 없는 인간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윤리적 사고와 창의성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이번 여름방학 동안 필자는 스스로에게 과제를 주려고 한다.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가 보편화되는 시대를 대비해 최신 AI 기술을 직접 활용하며 그 강점과 한계를 탐색하고, AI가 교육과 연구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필자의 수업 목표를 보다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교수법을 설계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