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2002년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 나온 말이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TV토론에서 했다. 이해하기 쉬운 문장에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 맞서 진보 정치의 가치를 알렸다.
다음 말은 이렇다. “IMF(국제통화기금) 극복되고 경제 엄청 좋아졌다는데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 서민이 못 살겠다고 아우성 치니까 정부 경제 관료들이 국민이 이해할 수 없는 숫자풀이로 경제 좋아졌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보수 정치의 책상머리 경제입니다.” 강성 이미지를 누그러뜨리면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7년 정권이 바뀌었지만 국민 삶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와 민주당을 향해 근원적 물음을 던진 셈이다.
권 후보 인기가 급상승했다. 한때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0%에 육박했다. 투표 전날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의 단일화 철회 선언이 없었다면 진보정당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을 낼 뻔했다. 노무현 후보에게 표가 쏠리면서 득표율 3.9%(약 96만 표)에 그치고 말았다.
이후 희극인들이 세태 풍자에 쓰면서 이 말은 더 유명해졌다. 야당 정치인이 정부·여당을 공격할 때 주로 인용했다. 지난 18일 6·3대선 TV토론에서도 등장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국가 경쟁력 강화 방안을 얘기하면서 다시 끄집어냈다. 그는 “20여 년 전 민주노동당이 한 질문이다”며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에서 노인빈곤율 산업재해발생률 자살률이 세계 1위인 점을 거론했다. “국민 삶이 국가 경쟁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이 강한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얘기를 하는 후보가 없는 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권 후보는 토론 시작부터 강펀치를 날렸다. 김문수 후보를 향해 “내란 수괴 윤석열 밑에서 노동부 장관 한 사람이 대선에 출마했다”며 “무슨 자격으로 나왔느냐”고 몰아붙였다. 이번 조기대선이 윤 전 대통령 때문에 하는 선거임을 각인시켰다.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다소 무례했지만 정곡을 찔렀다는 반응이 나왔다. 민주노동당 전신인 정의당이 2022년 제8회 동시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 비례대표 득표율 4.14%를 기록했다. 권 후보는 이 덕분에 주요 후보 TV토론 참가 자격(전국 단위 직전 선거 득표율 3% 이상)을 얻었다.
최현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