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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응급환자 무조건 수용’ 주장…득보다 실 크다

정진우 동아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진료부장

  • 정진우 동아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진료부장
  •  |   입력 : 2025-05-11 18:53:0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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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8조의2는 응급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대원이 환자 상태를 병원에 통보하고 수용 능력을 확인하도록 정하고 있다. 최근 이 조항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인천공항에서 진통 중이던 임산부가 이송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출산했는데, 이 사건으로 수용능력 확인 조항이 다시 주목받았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자신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해당 조항을 개정하여 응급의료기관은 환자가 도착하면 일단 무조건 수용한 뒤 자체 치료 여부나 전원을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한응급의학회는 “개선이 아닌 개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제의 ‘수용능력 확인’ 조항은 2011년 8월에 신설되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2009년 10월, 2010~2012년을 계획 기간으로 하는 ‘응급의료선진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외상·심혈관·뇌혈관 질환 등 3대 중증 응급질환의 치료 성과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 이 계획은, 권역외상센터와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등 전문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고 중증환자 이송 체계를 고도화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골든 아워’ 개념이 부상했다. 이전에는 응급실에서 충분히 환자를 안정화한 뒤 수술실이나 중환자실로 이동해 치료하는 방식이 주류였다. 그 과정에서 충분히 상태가 안정되지 못해 수술실로 이송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2010년을 전후하여 중증 외상의 경우에는 응급실에서의 처치를 최소화하고 가능한 한 빠르게 수술 등 최종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생존율 향상에 더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이러한 개념은 심뇌혈관질환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실제 일부 선진국에서는 응급실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수술실이나 시술장으로 이송하는 시스템이 운영된다. 중증환자의 신속한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상태를 이송 단계에서 정확히 파악하고 사전 연락을 통해 수술·시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는 것이 필수적이다. 응급실에서의 평가와 처치 후 전원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은 결정적인 치료까지 시간을 현저하게 증가시킨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법률에 ‘수용능력 확인’ 조항이 포함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응급의료체계 고도화를 위한 핵심적인 과정이었다. 응급의료 선진화를 위한 노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예방가능 외상사망률은 2015년 30.5%에서 2019년 15.7%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2017년 기준으로 한국의 심근경색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OECD 국가 중 일본과 이스라엘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

그러나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는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발열이나 감염 의심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는 격리실이 필요했고,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음압수술실까지 요구됐다. 감염 방지를 위한 철저한 소독과 환기 절차는 병상 회전율을 낮췄고, 이는 응급환자 수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위기경보 ‘경계’ 단계는 2024년 4월까지 유지되었으며,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을 둘러싼 갈등 등 보건의료계의 불안정성은 의료 자원의 가용성을 더욱 낮추었다. 그 결과 안타까운 사례들이 간헐적으로 언론에 보도되었다.

하지만 ‘응급실 뺑뺑이’ 표현이 자주 보도됐던 2020~2021년에도 예방가능 외상사망률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현장에서 병원 선정에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수용 가능 여부를 사전에 확인해 처음부터 결정적인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현재의 지침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증거다.

의학에는 질환별 치료지침이 있다. 이 지침들은 다수의 임상시험과 연구 결과에 기반해 신중하게 수립되며, 몇몇 특이 사례 때문에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일부 사례를 근거로 지침을 성급히 바꾸면, 전체 환자의 치료 결과가 나빠질 수 있다. 의료 정책도 마찬가지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단편적 사례를 해소하겠다는 명분으로, 십 수년간 쌓아 올린 응급의료체계의 토대를 허물어서는 안 된다. 환자를 구하는 데 필요한 결정적인 치료를 고려하지 않고 일단 이송부터 하자는 주장은 응급의료체계를 과거로 되돌리려는 시도며, 이는 과학이 아닌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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