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개봉해 상영 중인 ‘콘클라베’는 예술영화임에도 선전하고 있다. 콘클라베(추기경 비밀투표)의 은밀한 세계 뒤에 감춰진 다툼과 음모, 배신을 파헤치는 내용으로 관심을 모으다가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이후 흥행이 가속됐다. 영화 줄거리는 이렇다. 교황 선종 이후 숨죽이던 추기경들이 공석이 된 옥좌를 노린다. 추기경 단장은 내분을 막기 위해 곧바로 콘클라베에 돌입하고, 추기경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교황에 오르도록 투표에 나선다. 하지만 30년 전 수녀와 아이를 가졌거나 돈으로 표를 매수한 추기경 등 인간의 욕망을 버리지 못한 추기경들이 하나씩 낙마한다. 이 과정에서 교황에 뜻이 없었던 추기경 단장도 투표용지에 자신의 이름을 적는 등 욕망에 굴복한다. 타 종교와 전쟁을 주장하는 극단적인 발언까지 나온다.
하지만 추기경들은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온 추기경의 말을 듣고 평정심을 되찾는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폭탄을 터트린 망상에 빠진 자들이 아니라 증오에 굴복하고 있는 우리 각자의 마음이다.” 울림이 크다. 그 직후 투표에서 카불 추기경이 다수표를 얻으면서 교황에 선출되고 이를 알리기 위한 ‘흰 연기’가 피어오르자 신도와 주민이 환호한다. 흰 연기는 교황 선출을, 검은 연기는 교황이 선출되지 않았음을 외부에 알리는 신호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뒤 지난 7일부터 현실판 콘클라베가 진행되고 있다. 콘클라베 첫째 날인 지난 7일 오후의 한 차례 투표에서는 검은 연기가 피어났다. 8일부터 이틀간은 오전 두 차례, 오후 두 차례씩 하루 네 차례 투표가 진행된다.
세간에서는 진보파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 직전까지 다수의 추기경을 선임하면서 진보파의 우세를 점치기도 하고, 교회 본연의 역할을 강조하는 보수파로의 복귀를 기대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영화에서는 추기경의 인간적 욕망, 보수파와 진보파 간 파벌 싸움이 과장되게 그려졌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현실에선 콘클라베에 참가한 추기경들의 속마음이 이와 같지 않을까 여겨지기도 한다.
올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을 비롯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인도와 파키스탄 등 전쟁이 점차 격화되고 있다. 인간적 욕심이 국가 차원으로 확대하는 모양새다. 조만간 흰 연기를 피우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새 교황은 이 같은 욕망을 완화하고 세상을 따뜻하게 보듬어 줄 분이길 바란다.
유정환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