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유례 없는, 전 세계에서 찾기 힘든 수도권 일극체제의 기형적 국가다. 수도권의 인구가 비대하고 인프라가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수도권 외 지역이 ‘지방’이라 통칭되면서 수도권이 ‘지방’의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흡수하는 국가는 찾기 어렵다. 우리는 국사 수업을 통해 ‘중앙집권은 국가 기틀과 발전 동력을 마련한 것’으로 세뇌됐고, 강력한 왕권 행사로 중앙집권 체제를 구축한 임금을 암기했다. 반면 조선시대까지 지방의 외침은 토호세력의 반발이자 반란으로 치부됐다. 토호세력이라는 용어는 지금도 검찰의 권력형 수사 결과 발표 때 빠지지 않고 들어가 ‘지방’의 부정적 이미지를 담는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조선시대부터 서울(한양)에서, 서울이, 서울을 위한 정책 결정을 해왔던 나라다. ‘사람은 한양으로’라는 옛말이 영원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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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해 1월 부산시청에서 열린 가덕도신공항 비전과 전략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
또다시 강조하건대, 수도권 일극주의의 정점은 강남(경제권력)도, 국회(정치권력)도 아닌 인천국제공항이다. 수도권 일극체제는 대한민국의 하늘길은 인천국제공항 하나로 충분하고, 국가 항공정책의 역량을 집중해 인천국제공항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연간 여객 1억 명 시대를 앞둔 인천국제공항은 세계 3위의 관문공항을 꿈꿀 능력과 위상을 갖췄다. 3단계도 모자라 제2터미널 확장공사와 제4활주로 개설인 4단계 사업에 이어 사업비 6조 원을 들여 제3터미널과 제5활주로 신설 등 5단계 확장에 나설 태세다. 수도권 인구를 바탕으로 인천국제공항에는 사람과 물류가 몰리고,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다시 공항은 확장되고 더 많은 사람과 물류를 흡입하는 완벽한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반면 가덕도신공항의 처지는 어떠한가. 2006년 이후 도전과 갈등, 논란과 좌절로 점철된 지난한 세월을 이기고 2029년 조기 개항 페달을 힘차게 밟아야 할 시기에 현대건설컨소시엄의 공기 연장 시도 등으로 가덕도신공항 앞에는 ‘불발’ ‘수포’라는 수식어가 다시 붙었다. 가덕도신공항의 ‘불안한 처지’는 부산의 정치적 지형과 무관하지 않다. 앞선 칼럼에서 누차 강조한 바, 그 핵심은 강력한 정치적 미래가 있는 부산 정치인이 부재했다는 것이다. 특히 역대 부산시장의 정치적 목표가 시장직 연임에 불과했으니 부산 정치는 그야말로 ‘그들만의 리그’였다.
그래서 정치인 박형준의 등장은 반가웠다. 그는 이념, 소속정당 등의 호오를 떠나 상대적으로 합리적 보수 성향의 온건 정치인이면서 전국적 인지도까지 갖췄기에 부산시장으로 끝날 인물이 아닐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줬다. 특히 “부산의 미래 운명을 좌우할 가덕도신공항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취임 일성으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부정적이던 국민의힘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은 후한 점수를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2029년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 목표가 흔들리는 요즘 박 시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초지일관 ‘이재명 대 반이재명’ 구도로 전개되는 6·3 대선정국으로 인해 가덕도신공항의 운명이 묻혀 버릴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3선 연임을 위한 ‘부자 몸조심’일까, 2030세계박람회 유치와 부산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제정을 위한 열정과 투지도 온데 간데 없으니 실망도 크다.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이번 대선과는 무관한 정치인 박형준을 언급하는 이유는 하나다. 부산시장의 존재감은 시장 개인이 아닌 시민의 수준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박 시장이 진심을 다해 예정된 신공항 개항을 해낸다면 그는 보수 정치권에서는 찾기 힘든 분권전도사, 부산의 ‘방구석 여포’가 아닌 전국의 맹주로 거듭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부산시민도 특정 정당의 ‘보조 기지’에 머무는 부산의 정치 지형에 동조할 것이 아니라 망국적 수도권 일극체제를 깨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지는 부산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부산시민도 이제는 정치적 역량과 장래가 있는 부산시장을 만날 때가 되지 않았나. 2029년 가덕도신공항 개항 성사 여부에 박형준은 물론 부산과 시민의 운명이 달렸다.
송진영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