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부산에 약속한 해사법원을 인천에도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아 파문이 일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수도권 공약’에서 인천을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만들겠다는 구상 아래 해사법원을 부산과 인천 두 곳에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산은 국내사건, 인천은 국제사건으로 특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부산에 해사법원 신설을 약속한 지 일주일 만의 일이다. 해외 분쟁이 잦은 해사 업무 특성상 국제 사건이 국내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이 후보 계획대로 해사법원이 이원화하면 부산은 빈 껍데기로 전락할 게 뻔하다. 2011년 이후 15년째 해사법원 설립 운동을 펼쳐온 부산지방변호사회와 시민사회단체가 강력 반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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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해사법원 설립 입법 촉구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해사법원의 부산 설립을 독려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국제신문 DB |
인천 계양을에 지역구를 둔 이 후보가 부산과 인천이 유치 경쟁을 벌이는 해양수산부와 해사법원을 부산에 이전·설립하겠다고 약속했을 때 조금은 의아했다. 그래도 유력 대권 후보의 말인 만큼 실행 의지를 믿었고, 이렇게 빨리 본색이 드러날 줄 예상 못했다. 현재 인천 해사법원 설립은 일사불란하게 추진되고 있다. 인천 연수갑이 지역구인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은 인천 해사법원 설립을 위한 패키지 법안을 지난 28일 발의했다. 이 후보의 수도권 공약 발표 사흘 뒤다. 원내 1당의 대선 후보와 소속 정당 대표가 뜻을 완전히 같이 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인천 해사법원 설립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게 바탕이 깔렸다.
대한민국 해양 수도는 부산이다. 부산항은 세계 2위 환적항이자 세계 7위 컨테이너항이다. 부산 울산 경남에는 세계 최대 조선기업이 밀집해 있고 물류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인천은 기본적으로 공항 도시다. 항만으로 인천항이 갖는 의미는 바다 건너편이 중국이라는 사실 뿐이다. 내해에 갇혀 있는 인천과 태평양으로 뻗어나가는 부산의 항구 도시로서 위상 차이는 비교조차 불가능하다. 이 후보가 북극항로를 개척하고 국내외 해운·물류 대기업 본사와 연구개발(R&D) 센터를 유치해 부산을 해양강국의 중심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건 이 때문 아니었나. 해사법원 이원화는 수도권 밀어주기를 위해 국가 백년대계를 그르치는 행위다.
이 후보는 당내 경선이 시작되자 거의 하루에 하나씩 지역별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사안을 떡 나누듯 하거나 공약간 모순이 생긴다면 지역갈등을 자초하며 진정성을 의심받게 된다. 이 후보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부산 시민이 그토록 바라는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KDB산업은행 이전은 철저히 외면하면서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해왔다. 부산과 인천 해사법원 이원화 공약이 해사법원 특성에 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어도 문제고, 알면서도 던졌다면 더 큰 문제다. 부산 시민을 우롱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부산과 인천 중 무엇이 진심인지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