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바다와 젊음이 어우러지는 활력의 도시로 기억되곤 했다. 해운대의 밤바다, 감천문화마을의 벽화, 남포동의 거리예술은 도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그러나 지금 부산은 활기보다는 정체와 침묵, 이탈의 도시로 불리고 있다. ‘저출산 쇼크’ 가속, ‘소멸 위험’ 딱지 붙은 부산, ‘제2 도시’ 부산, 멸종위기 등 한국을 대표하는 일간지에 소개된 부산에 관한 칼럼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부산의 합계출산율은 0.68명으로 전년 대비 0.02명 늘었지만, 여전히 전국 평균에 못 미치고 서울 및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청년 인구는 오히려 늘어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이는 단지 인구의 수적 감소가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이끌어갈 세대가 도시를 떠나고 있다는 의미다. 부산은 지금, 존재 자체를 되묻는 변곡점에 서 있다.
더불어 인구 유출은 문화소비 양식의 변화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젊은 세대는 더 이상 전통적인 형태의 문화 향유를 고집하지 않는다. 그들은 참여와 연결, 창작과 자율성을 중시하며, 도시가 제공하는 문화적 경험을 통해 자신과 사회를 재구성하고자 한다. 이러한 흐름에 응답하지 못하는 도시는 자연스럽게 청년들에게 매력을 잃게 된다.
청년이 머물고 싶은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부산에는 공연장 전시장 문화회관 등 다양한 문화예술 인프라가 존재하지만 그 공간들이 청년 세대의 감수성이나 삶의 방식과는 충분히 조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연의 내용은 중장년층 중심으로 기획되는 일이 잦고, 청년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자율적으로 창작할 수 있는 구조는 여전히 드물다. 더하여, 청년이 도시에 애정을 가지려면 창작의 주체로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누릴 수 있는 기반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퇴근길에 가볍게 들를 수 있는 전시, 주말에 즐기는 소규모 공연, 도시 곳곳에서 만나는 생활예술은 청년이 도시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한다. 예술은 선택적 특별 경험이 아닌, 도시 생활의 일상적인 일부로 스며들어야 한다.
일본 후쿠오카는 도시 활력을 잃던 시기, ‘스타트업 시티’ 전략을 펼치며 예술과 창업을 연결한 도시 리모델링에 성공했다. 후쿠오카의 ‘크리에이티브 센터’는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며 청년에게 실험적 창작의 공간을 제공했다. 이 공간은 단지 창업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커뮤니티 중심의 예술적 실험과 사회적 연대가 교차하는 장이었다. 독일 드레스덴도 과거 동독 시절 산업 쇠퇴로 인해 인구가 급감했지만, 예술대학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 정책으로 회복에 성공했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청년을 ‘머물게 하는 이유’를 문화와 예술, 창의적 활동 속에서 설계했다는 것이다.
부산도 예술을 도시 회복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공연을 유치하고 축제를 개최하는 수준을 넘어, 구도심의 빈 공간을 창작 거점으로 전환하고, 청년들이 기획자로서 활동하며 경제적 부담 없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청년 예술 협동조합 지원 조례’ ‘지역 창작자 100인 육성 프로젝트’ ‘부산청년 만원문화패스’ 같은 정책들이 제도적 기반으로 작동할 때, 변화는 현실화될 수 있다. 청년들에게 예술은 단순한 활동을 넘어, 삶의 가능성이자 존재의 근거가 된다.
청년이 떠나는 도시는 생기를 잃는다. 그러나 예술이 살아 있는 도시는, 청년에게 다시 돌아올 이유를 제공한다. 부산이 다시 젊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물리적 개발이 아니라 철학적 전환이 필요하다. 예술은 단지 장식이 아니라 도시의 존재 이유이자 정체성으로 작동해야 한다. 청년과 예술이 만나는 그 접점에서, 부산의 미래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결국 도시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누적되어 만들어지는 시간의 총체다. 청년이 꿈꾸고 머무를 수 있는 도시는, 그 자체로 건강한 생태계를 지닌다. 부산이 예술을 통해 청년과 다시 연결될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문화 정책의 성공만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회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