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민감 국가’ 지정 이후, 한국 과학기술의 과제

남승훈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 총연합회 명예회장

  • 남승훈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 총연합회 명예회장
  •  |   입력 : 2025-04-21 18:30:27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 15일을 기점으로, 한국은 미국 에너지부의 분류에 따라 ‘민감 국가’로 지정돼 관련 제한 조치가 발효됐다. 에너지부는 국가 안보, 핵 비확산, 기술 보호 등을 이유로 일부 국가를 ‘민감 국가’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번에 한국도 ‘기타 지정 국가’로 새롭게 포함되었다. 이는 과거에는 없던 변화로, 그 의미와 파장이 작지 않다.

한국은 테러지원국이나 고위험국보다는 우려 수준이 낮은 ‘최하위 범주’에 해당하지만, 이 지정은 한미 동맹 관계는 물론 산업계와 과학기술계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나아가 ‘민감 국가’ 지정은 외국인 직접 투자(FDI)에도 영향을 미쳐, 미국 기업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에 더욱 신중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외국인 투자가 중요한 성장 동력인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에너지부 대변인은 “민감 국가로 지정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해당 국가들 중에는 에너지 과학 기술 테러 방지, 핵 비확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기적으로 협력하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하며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하지만 에너지부 규정에 따르면, 민감 국가 소속 연구자들은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 및 프로그램, 관련 정보 등에 접근하려면 별도의 특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실제로,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들은 ‘방문 6주 전 사전 승인’이 필요한 국가 목록에 한국을 포함시킨 바 있다. 이는 사전 검토와 사후 보고 등의 절차를 통해 보안을 강화하려는 조치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계에서는 첨단 분야의 주요 연구에서 한국이 엄격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며, 경우에 따라 배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원전 등 미국과 긴밀히 협력 중인 기술 산업들이 기술 협력 제한과 위축 우려에 직면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산업계는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고, 미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 사슬 재편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아시아 및 유럽과의 다자 협력을 확대해 기술 의존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 과학기술계는 국제 정세에 흔들리지 않도록 독자적인 기술력을 강화해 나가야 하며,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등 미래 핵심 기술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도전적인 연구 환경 조성을 통해 기술 패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민감 국가’ 지정 해제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병행하면서, 기술 보안 체계 정비를 위한 전략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은 미국 대비 81.5%로 평가되어 사상 처음으로 중국(82.6%)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우주항공 양자정보 해양과학 등 전략 기술 분야에서 국가 주도의 기술 육성 정책을 통해 빠르게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가 기술 주권 경쟁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미국의 이번 조치는 한국 과학기술계에 또 하나의 도전 과제를 던진 셈이다.

심화되는 기술 패권 시대에 과학기술은 국가 안보와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임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5년간 대한민국 주요 산업에서는 97건의 기술 유출 시도가 있었으며, 이는 23조 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수준이었다. 첨단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기술 등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분야일수록 타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산업 스파이 행위도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 내부의 보안 시스템 강화, 기술 유출 감시 체계의 고도화, 그리고 유출 발생 시 강력한 법적 제재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단순한 기술 관리 차원을 넘어, 한국의 과학기술 체계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은 국제 동맹을 유지하는 동시에 기술 자립도를 높이고, 글로벌 기술 분업 구조 속에서 자국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정부 기업 학계가 협력해 중장기 기술 로드맵을 수립하고, 국내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미국 중심의 기술 블록화 흐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독자적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3. 3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4. 4‘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5. 5‘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6. 6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7. 7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8. 8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9. 9‘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10. 10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1. 1‘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2. 2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3. 3교육위 국감 화두 ‘교부금 축소’…“교육감 대응도 안일” 질타
  4. 4부산회생법원 국감 “지역언론 가치 고려 국제신문 살펴야”
  5. 5與, 초광역특구법안 발의 “주 52시간 특례 숙의”
  6. 6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7. 7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8. 8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9. 9[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10. 10"법령 검토해 결정하겠다"던 김지용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1. 1‘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2. 2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3. 3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4. 4송도 바다서 만난 융드립 커피 한 잔
  5. 5가덕 6200억 증액 확약 절실…국회는 특별법 개정안 논의
  6. 6관광과 지역민 함께 성장을…세계가 부산서 묘책 찾는다
  7. 7“친환경 항만 투자 100억 당, 부산 124억 생산유발”
  8. 8동남아 접수하러 ‘부산표 게임’ 방콕행
  9. 9부산은행, 불꽃축제 등 지역축제 발전에 2억 후원
  10. 10예탁원 나눔재단, 17년째 지역상생 실천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3. 3‘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4. 4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5. 5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6. 6“기존 공부량 유지하며 취약점 공략…남은 주말 수능처럼 모의고사를”
  7. 7APEC공원·금련산역 러너지원공간 문 열어
  8. 8“광안리 해변 보행공간 개선…구 차원 추가 캐시백 검토중”
  9. 9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10. 10피습 자작극 정이한, 모친 증인 신청
  1. 1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2. 2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3. 3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4. 4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5. 5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6. 6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7. 7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8. 83연승 KIA, LG 꺾고 23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9. 9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10. 10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주당 ‘13.7시간’ 고용
발가벗겨진 사우디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미래대응기금, 지방재정 기반 흔들어선 안 된다
단일종목 ETF 졸속 심사 인정…책임 소재 밝혀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문화예술의 시대
다민족 사회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