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전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통합진보당 후보 못지 않게 ‘종북좌파’라는 공격에 시달렸다. 새누리당이 보수 결집을 위해 씌운 이 프레임이 부산 경남(PK)에서 상당히 먹혔다. 그러나 논란을 잠재우는데 적잖이 기여한 사진이 있다. 문 후보가 군대 시절 특전사 군복 차림으로 찍은 흑백 사진이다. 북한군 제거를 위해 특수훈련을 받은 사람이 종북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애국심과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는 보수 계열에서 이명박 윤석열 같은 군 면제자 대통령이 더 많은 게 아이러니하다.
대만은 무려 67년간 이어오던 군 징병제를 2018년부터 모병제로 바꿨다. 친중 성향인 국민당 정부 때 결정이다. 그 결과 2~3년에 달했던 의무 복무기간이 4개월로 줄었다. 그러나 민진당으로 정권 교체 후 모병제 시행 6년 만에 징집제로 되돌아갔다.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안보 현실에다, 저출생으로 인한 병역 자원 부족을 모병제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여성 징집도 심각하게 논의 중이라고 한다. 지난해부터 입대하는 청년들은 복무기간이 1년이다. 대만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 때문에 애꿎은 젊은이들만 웃었다 울었다 한다.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 주요 후보들이 병역 제도 개편을 화두로 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전 대표가 “수십만 청년을 병영에 가두는 건 효율적이지 않다”며 ‘선택적 모병제’를 제안했다. 징병제와 모병제 장점을 섞자는 것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모병을 하되 여성에게도 기회를 주는 ‘남녀 모병제’를 내놓았다. 국민의힘에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남녀 전문병사 대폭 증원과 군 가산점제 부활을 약속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남녀 모두 군 복무에 참여하는 ‘모두 징병제’를 꺼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경찰 소방관 채용 때 여성도 군 복무를 마친 경우만 지원할 수 있도록 자격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병역 제도 개편을 주장하는 대선 주자 본인은 국방의 의무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을까. 선거 때마다 2030 남성 맞춤형 공약에 공을 들이는 이준석 대표는 현역이 아니라 산업기능요원(대체복무)으로 군 생활을 마쳤다. 이재명 전 대표는 왼팔을 다쳐 6급 장애 판정을 받고 면제됐다. 김동연 지사는 근시, 홍준표 전 시장은 저체중 등으로 보충역(방위) 판정을 받았다. 동년배 청년들이 추위와 더위를 무릅쓰고 맨땅에서 뒹굴 때 비교적 안락한 환경에 있었던 이들인지라 뭔가 부조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