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에 있는 ‘소공간’은 부산의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코스 요리로 국내외 미식가들에게 잘 알려진 레스토랑이다. 덕분에 소공간은 2024년 부산의 첫 미쉐린 레스토랑 발표 이후 2년 연속으로 미쉐린가이드 추천 레스토랑으로 선정되었다. 이런 고급 레스토랑에 어찌 보면 당연한데 곰곰이 생각하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 하나 있다. 바로 유아용 식탁 의자. 음식점에 유아를 배려한 식탁이 있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소공간은 한 끼 식사비가 10만 원이 넘고 식사 시간만 최소 1시간 30분 이상 걸리는, 이른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직업상 세계 여러 도시의 고급 레스토랑을 다녀 본 나도 이런 사례는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소공간 박기섭 셰프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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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용 의자가 비치된 소공간 레스토랑. |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 유아용 의자를 비치한 이유가 뭔가?” “식사는 일종의 경험이라 생각한다. 그 경험을 어려서부터 몸으로 익혀야 태도가 된다. 그래서 우리 레스토랑은 ‘노키즈존(No kids zone)’ 대신 ‘키즈존’ 레스토랑을 표방하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들로서는 그리 반갑지 않은 방침일 것 같다” “맞다. 열 분의 고객 가운데 네 분 정도가 불만을 토로한다. 우선은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유아 동반 고객의 좌석은 최대한 떨어트려서 배치한다.”
너무 당연한데 너무 낯선 사례라 인상적이었다. 사실 우리나라는 2013년을 전후해 음식점을 비롯한 다중이용시설에서 유아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노키즈존을 운영한 제주도의 한 음식점에 대해 ‘평등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을 근거로 노키즈존 영업 중단을 권고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오히려 헌법이 보장하는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노키즈존 음식점은 증가하는 추세다.
물론 노키즈존은 우리나라만의 사회현상은 아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한 레스토랑에서는 5세 이하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차일드밴(Child ban)’ 제도를 시행했고, 유럽의 몇몇 항공사들은 성인이 어린이 승객과 떨어진 좌석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고, 일부 박물관과 도서관의 경우 출입객의 최소 연령을 제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최소한으로 허용되며 그마저도 사회적 논쟁이 활발한 이슈다. 문제는 노키즈존의 출발지가 한국이며 가장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3년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식당에 아이를 데려갈 수 없다면 차별일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의 노키즈존 문제를 다뤘다. 이 기사에서 워싱턴포스트는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는 한국에서 노키즈존이 늘어나는 건 육아의 어려움을 더 강조하고 출산율을 더욱 낮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음식점의 노키즈존 운영은 법이나 제도로 규정할 수 없는 문제다. 음식점에서 식사 예절은 공공질서의 영역이며 이는 지극히 당연한 ‘사회적 합의(common sense)’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가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선택한 고육지책이 노키즈존이다. 그렇다고 포용과 공존 대신 배제를 선택하는 것은 너무 쉬운 선택이다. 그래서 많은 위험부담을 안고 ‘키즈존 레스토랑’을 표방하는 소공간의 선택이 돋보인다. ‘식사는 경험이며, 그 경험을 어려서부터 몸으로 익혀야 태도가 된다’는 박기섭 셰프의 철학이 더 많은 레스토랑과 공유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