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상호관세가 9일 발효됐다. 한국 기업은 미국 수출품 가격의 25%를 관세로 내야 한다. 자동차와 철강 기업은 이미 25%의 품목 관세를 부담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관세보다 나은 대책이 있으면 협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지난 8일 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하고 의견을 나눴다. 조선산업, 미국산 액화천연가스 수입, 방위비가 연결고리다. 자동차 및 부품 분야 기업이 많은 부산엔 큰 타격이다. 부산 수출기업 중 39%는 관세 전쟁 대책이 없을 정도로 속수무책이다. 부산형 맞춤 대책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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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
부산상공회의소가 수출기업 177개사를 조사한 결과 71.8%가 관세 전쟁으로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있다고 예상했다. 42.5%는 올해 수출이 전년보다 감소한다고 내다봤다. 관세를 피하려면 미국에 생산 공장을 지어야 하지만 97%가 중소기업인 부산 기업엔 언감생심이다. 이들 기업은 정부 대응력 강화와 신시장 진출 지원을 우선 대책으로 꼽았다. 원/달러 환율 안정화도 희망했는데 이날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달러당 1500원 선에 근접했다. 정부가 환율을 낮추는 데 정책 초점을 둬야 함을 시사한다.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듯이 미국과 협상으로 관세를 낮추는 게 우선이다. 우리는 중국처럼 보복관세를 협상 카드로 꺼낼 처지가 아니다. 미국이 원하는 부분을 들어주고 관세 인하를 그 대가로 받는 전략이 현명하다. 어려움에 처한 자동차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도 나왔다. 정부는 이날 ‘자동차 생태계 강화를 위한 긴급 대응책’을 발표했다. 2조 원 규모의 추가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전기차 보조금 확대, 개별소비세 감면, 공공 업무차량 조기 구매 등으로 내수 활성화를 유도한다. 중동 등 대체시장 개척을 지원한다. 미래차 기술력 강화를 위한 세제와 인허가 등 제도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 관세 충격으로 국내 자동차 기업의 대미 수출은 65억 달러(9조6200억 원) 감소하고 완성차 업계의 영업이익이 10조 원 안팎 줄 것으로 민간조사기관은 전망했다. 대책 마련이 늦은 감이 있다. 이제라도 정책 효과가 나타나도록 경제 부처가 총력 대응해야 한다.
부산시는 이에 앞서 지난 2일 수출기업 대책을 세웠다. 이른바 ‘비상 수출 대책 2.0’이다. 기업 한 곳당 최대 9억 원의 긴급운전자금을 집행하고 기업 수요가 많은 수출보험료 지원도 5000여 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새 수출 시장을 개척하도록 돕고 ‘관세대응119’ 등 위기대응체계도 구축한다. ‘수출 대책 1.0’에 비해 지원책이 더 촘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도 정책망에서 빠진 기업이 있을 것이다. 부산시는 사각지대에 놓인 기업을 찾아내 관세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