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5회 부산글로벌 허브 도시 포럼’ 행사에 참석했다. 이번 포럼은 ‘트럼프 2.0 시대 해양, 조선산업 새길찾기’라는 주제로 열렸다. 특히, 임기택 국제 해사기구(IMO) 명예 사무총장은 기조연설에서 “부산이 해양 산업에 최적화된 도시이며, 이러한 강점을 살려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본인 또한 크게 공감하는 내용이다.

부산에는 부산대를 비롯한 조선 관련 학과를 보유한 대학들이 있으며, 영도에는 한국의 해양 전문 국책 연구기관들이 밀집해 있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 R&D 센터, HD 현대 마린 솔루션 테크 등 주요 조선기업들의 연구소가 이미 부산에 자리를 잡았고, 한화오션 부산 엔지니어링 센터(BEC)가 부산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설립이 확정적이다. 이처럼 부산이 해양산업 중심지로 자리 잡은 것은 연구인프라와 연구인재가 충분히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대형 조선사의 사업장은 경남·울산에 있어 파급력 자체는 그다지 크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해양산업의 또다른 축인 해양건설분야로 가면 실제적 본진이 부산에 있다. 해양 건설 장비는 부산에 70% 이상 집중돼 있다. 해양장비 뿐만 아니라 항만 전문 건설사도 대부분 부산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는 일제강점기 부산항 건설을 계기로 형성되었다. 이로 인해 부산의 건설 기술자들이 전국의 항만 공사를 주도하게 되었는데, 이는 단기간에 형성될 수 없는 자산이다.

부산은 해양토목 분야에서 대학, 연구소, 기업, 기술 인력, 장비 등 모든 것을 갖춘 곳이다. 한 가지 부족한 점이 있다면, 바로 해양산업 관련 원천 기술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와 해수면 상승이 주요 이슈가 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태풍 피해와 해안 침식을 경제성있게 해결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이 필요하다. 부산이 이러한 기술을 확보한다면 해양 인프라와 결합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해수면 상승 문제는 월파 피해와 해안 침식 등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필자는 방파제와 부두건설 분야에서 30년 동안 일해 왔는데, 과거와 비교할 때 바다 변화는 매우 심각하다. 해수면 10㎝ 상승이 대수롭지 않은 일 같지만, 태풍이 더해진다면 연안에 도달하는 파도의 힘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다. 특히 동해안의 침식 및 월파 피해는 일상을 바꾸고 있지만 현재의 대응 방식은 기존 TTP(테트라포드)를 더 높게 쌓는 것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파도가 경사면을 타고 넘어가므로 효과가 적을 뿐만 아니라 수심이 깊어질수록 넓은 저변을 확보해야 돼 공사비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는 구조다. 더욱이 TTP를 과도하게 설치할 경우 바다 경관을 전혀 볼 수 없다는 것도 큰 문제점이다.

해수면 상승이 계속된다면 방벽을 10ｍ가 아닌 15ｍ, 20ｍ로 세워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평상시에는 탁 트인 바다를 보면서 생활할 수 있고 태풍 때는 낮은 높이로도 파도를 잘 막을 수 있는 기술이 전세계적으로 꼭 필요하다. 이 시장을 잡기 위해 전세계가 국가 지원에서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방벽을 반구형 형태로 만들어 태풍시 월파를 막으면서 방벽의 높이를 낮추기 위한 기술을 개발, 검증하고 있다. 일본은 건설시장의 44%를 신기술로 설치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2.3%에 불과하다.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는 해수부 국토부 등 국가연구비 지원을 받아 방파제 기술을 개발했고 부산칠암항 대항항 등 전국 20여 곳에 설치, 10여년 동안 수많은 태풍을 견디며 기술 안정성을 입증하고 있다. 바다조망권 확보와 월파방지 기능 등도 갖추었다. 하지만 재해예방사업의 비중이 높은 중앙·지방정부는 대체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데 소극적이다.

부산의 해양건설산업의 발전을 위해 부산의 공공기관이 지역내 기업과 연구소가 개발한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적용함으로써 부산 기업이 많은 실적을 축적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부산이 세계 항만 건설 시장을 주도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해양산업의 발전을 위해 부산이 원천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