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업 협력을 강조하면서 조선산업 집적지 부산에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때마침 국제신문과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비스텝)이 지난달 25일 공동개최한 ‘트럼프 2기 해양조선산업 새길 찾기’ 포럼이 주목받았다.
트럼프 정부의 조선 이슈에 관해 고견이 많지만 단기 대응에 집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긴 선박 생산시간을 고려하면 단기 효과는 제한적이고, 장기 대응이 더 중요하다. 이에 필자는 트럼프 2기 조선업 관련 장기 경향을 선별하고 이를 바탕으로 부산 조선업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필자가 정리한 경향은 ▷불확실성 증가 ▷탈탄소·디지털화 지속 ▷조선산업 생태계 복잡성 증가 ▷미국 장기 선박건조 능력 확보 등 네 가지다.
첫째, 탈중국화 등의 가치사슬 재편은 장기적 과정이며, 국제관계의 변수도 많아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다. 둘째, 2025년 미국의 파리협정 재탈퇴에도 선박의 탄소배출을 규제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감축 목표는 바뀌지 않았다. 즉 탈탄소 추세는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국이 조선시장에 참여한다면 우위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가능성이 커 디지털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 셋째, 선박에 ICT 등의 기능이 더 도입되면 기술 공급자가 필요하고, 산업생태계가 더 복잡해질 것이다. 넷째, 나이스신용평가의 ‘미국의 조선업 부흥정책 방향과 그 영향’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해군력 보완을 위해 중단기적으로 동맹국과 협력하지만, 장기적으로 선박 건조능력 확보를 목표로 한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존스법 등 대미 선박 수출을 제한하는 법이 바뀌더라도 선박 구매자로서 미국의 역할은 감소한다.
이를 바탕으로 부산 조선산업 발전 방향을 제안한다. 부산은 기존 친환경화·디지털화 기조 아래 생태계 핵심 기능을 점유하는 ‘키스톤(keystone)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주목해야 할 핵심 기능은 ICT·엔지니어링 등 지식서비스 기능과 모듈화된 고기술 기자재 생산 역량이다.
하버드대학의 이안시티와 레비언이 제안한 키스톤 전략은 핵심기업을 중심으로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개념이다. 이들에 따르면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증가하면 키스톤 전략이 유효하다. 불확실성이 크면 장기투자가 어려워져 외부자원의 중요성이 커지고, 복잡성이 커지면 개별 기업이 생태계 전체를 장악하는 것이 어렵다고 본다. 부산의 산업 규모를 고려하면 완결된 조선업 산업생태계 전반을 지역 내에 확보하기 어렵다. 다음은 지식서비스 기능이다. 부산은 조선산업 기반이 있는 지역 중 도시 기반이 양호하다. 이미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이 R&D 거점을 부산에 마련했거나 마련하려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모듈화된 기자재 생산자 육성이다. 선박의 기능이 복잡해지면, 단위 부품을 조립해 선박을 만드는 것이 어려워지고 모듈화가 심화될 것이다. 미국의 완성된 선박시장이 좁아지면, 유럽처럼 고부가가치 모듈 판매를 고려할 수 있다.
조선업은 지식 융합 미래 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 부산이 ICT·엔지니어링 등 핵심지식산업 기능을 구축한다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