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부산은 인구소멸도시라 불린다. 청년들을 붙잡아야 한다는 외침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들이 떠나지 않도록, 살아갈 수 있도록, 유턴 하여 돌아오도록 하는 일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최선의 길인 듯하다. 그런데 난제가 있다. 인구소멸과 함께 경제침체가 동반되는 것이다. 인구만 준다면 나눌 떡이 커지기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인구와 떡이 함께 줄어드니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그린벨트(GB) 세 곳을 해지해 전략사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 발표되었다. 앞서 추진되던 여러 초대형 개발사업에 더하여 지역의 경기 부양이 주된 목적이다. 인구소멸 대응의 방편으로도 여겨진다. 그런데 살짝 걱정이 앞선다. 지금 시대는 디지털시대라 하고 AI가 판을 치는 세상인데, 비워낸 넓은 땅을 채우는 개발방식은 여전히 아날로그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땅이 준비되어야 기업 유치가 가능하다지만, 급변하는 시대 흐름과의 간극은 꽤 커 보인다. 기후변화시대에 적합한 개발 방향인가? 개발 후유증으로 인해 짊어질 짐이 무겁진 않겠는가? 당연한 의문이고 질문이다.
사실 필자가 느끼는 간극의 중심에는 모호한 개발 콘텐츠가 자리한다. 전국 도시가 앞다투어 가지려는 콘텐츠에서 그리 크게 벗어나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북항재개발(2단계), 가덕도신공항·배후도시, 제2센텀시티, 대저신도시, 황령산복합관광단지, 해운대첨단사이언스파크, 제2에코델타시티, 트라이포트물류지구, 부산역-부산진역간 철도지하화사업, 55보급창개발사업 등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렇게 많은 초대형 개발사업들을 어떻게, 또 어떤 경쟁력을 갖게 할 것인가?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치러 낼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 얼마나 있는가? 재원은 충분한가? 이론이 아닌 진짜 기술을 가지고 있는가? 관리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수요 창출의 방안은 어떠한가? 더군다나 글로벌 투자의 관심 대상인가? 라는 질문에 이르면 답답함이 극에 달한다.
결국,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라는 질문에 이르게 될 수밖에 없다. 개발 혜택이 미지의 부산인들인 다음 세대에 돌아가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데 그 이익이 투자 차익에 관심을 둔 이들에게 또 부산에서 빠져나가 지역자본으로 전환되지 못한다면, 정말 황망하지 않겠는가. 유사한 수준과 성격을 가진 개발사업들의 나열로는 절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한꺼번에 결정지어 해치우는 개발사업의 속성을 고려해 볼 때, 단기경제 회복의 수단은 되겠지만 미래산업과의 조우를 통한 신규인구 유입에는 힘이 들 것으로 생각된다.
고전적인 생각 한 가지를 나누고 싶다. ‘공부하자’는 것이다. 펼쳐질 초대형 개발사업들이 인구소멸 위기를 반등케 하고 또 부산의 미래 변화에 실질적이며 지속 가능한 혜택으로 전환되게 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우리 처지와 지역에 대한 철저한 학습이 필요하다. 우리 땅에는 어떤 가치가 있고, 그것이 어떤 미래와 만날 때 스파크가 튈 수 있으며, 개발에 따른 후유증이나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인지 세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공부는 앞서가고 있는 도시들로부터 다양한 경험을 배우는 것이다. 급변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와 ‘늘 하듯이’의 접근 방식은 절대 상극이다. 지금 부산이 취할 개발방식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선진적이며 창의적인 새로운 실험이라 평가받을 수 있는 도전이어야 한다. 공부해야 할 도시 몇 곳을 떠 올려 본다. 적도 부근의 입지와 다민족 구성의 한계를 상상 초월의 방법으로 극복해 낸 싱가포르를 첫 번째로 꼽고 싶다. 부산과 면적이 유사하니 금상첨화다. 수도가 아닌 제2의 도시임에도 국제 경쟁력이 흘러넘치는 상하이와 오사카도 배울 점이 무척 많다. 미국의 시애틀과 포틀랜드는 젊은이가 유입되는 이유와 도시 정체성의 재창조 및 강화 방법을 어떻게 추구할지를 가르쳐줄 창의의 도시들이다. 급격하게 쇠퇴하다 반등하여 문화예술도시이자 첨단산업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프랑스 낭트와 스페인의 빌바오, 그리고 스웨덴의 말뫼도 부산에 다양한 시사점을 던져줄 도시들이다.
부산은 열공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든 도시들이 지난 수십 년간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무엇을 소중히 생각하고 긴 시간 동안 투자했는지, 바다와 강을 어떻게 지키고 활용하는지, 누구를 위해 정성으로 진력했고 누구와 함께하고 있는지, 미래세대를 위한 글로컬(글로벌+로컬) 전략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 도시들이 그려가는 미래 꿈은 진정 무엇인지 등을 찾고 묻고 체험해 보아야 한다.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관념에 젖은 채, 부산이 펼쳐가야 하는 초대형 사업들을 기존 방식대로 추진해 간다면 십수 년이 지난 후에도 부산은 여전히 지금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머뭇거리고 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함께 다각도로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겠는가. 이참에 오랫동안 고착된 부산의 산업·경제구조 관련 체질 개선에도 도전해야 하지 않겠는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부산은 진정으로 공부해야 한다. 그 시간이 길면 길수록 그 과정이 신중하면 신중할수록 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