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발달장애인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주인공의 연기가 일품이었고 주인공 주변 인물들의 모습은 연일 화제였다. 폭력적인 상황에서 튀어나오는 반향어, 재료가 모두 확인 가능한 김밥만 먹는 등 말투와 행동을 통해 독특한 자폐스펙트럼의 특징들을 나타냈다. 판사의 질문에 ‘예’라고만 대답하는 모습이라든지 발달장애인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 등 발달장애인이 겪는 상황을 잘 나타내기도 했다.
한창 드라마가 인기 있을 때 ‘주인공 같은 발달장애인 변호사가 있는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다.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천재적인 역량을 발휘하기 때문에 가능성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모든 이가 공통적으로 말한 것은 ‘주인공의 주변인과 같은 이들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폐인 변호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자 애쓰는 팀장, 동료를 도우며 봄날의 햇살 같다는 말을 듣는 동료변호사 등이 없기 때문에 발달장애인 변호사는 존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는 것은 ‘발달장애인 변호사’ 같은 거창한 존재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만 이웃들이 그들의 특징을 이해하고 독특한 행동을 두려워하지 말고 나의 이웃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이해의 폭을 넓히자는 것이다.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몇 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쉽게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발달장애인은 글자를 모르거나 숫자를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림이나 사진을 써서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 지하철 방향을 알려주는 많은 글자나 엘리베이터의 숫자 등은 도형이나 색깔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 적절한 무관심도 필요하다. 지하철 등에서 가끔 보는 발달장애인 중 끊임없이 몸을 좌우로 흔들거나 중얼거리는 사람이 있다. 그들의 행동이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면 그냥 못 본 척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독특한 행동은 그들이 지금의 상황을 표현하거나 안전하게 받아들이기 위한 방식일 수 있다. 셋째 많은 이들은 조금 더 느린 학습자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비장애인이라도 배우고 따라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발달장애인은 조금 더 느리고, 반복적으로 배우더라도 제자리걸음을 하기도 한다.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다 보면 어느 순간 함께 하고 있는 발달장애인을 만나기도 한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은 모두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모두 개성과 역량을 다르게 갖고 있듯이 발달장애인도 당연히 다르다. 앞서 말한 상황조차 적용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특히 각자 특성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어서 어떤 사람은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언어 발화가 되지 않아 말 한 마디조차 못하는 사람도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이는 그런 천재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은 극소수임에도 발달장애인은 누구나 천재적인 역량이 하나쯤 있는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그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의 표현방식을 존중하고 이해해야 한다. ‘이건 필요할 것 같은데, 이건 싫어할 것 같은데’ 이렇게 넘겨짚지 말고 당사자에게 물어보는 것은 당신이 선의를 갖고 도움을 주고자 한다 해도 당연히 선행되어야 하는 일이다.
발달장애인이 자립해서 이웃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도움이 필요하다. 어떤 이는 많은 도움이, 어떤 이는 적은 도움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 얼마 전 부산고등법원에서 “지적·자폐성 장애인이 심리사회적 특성으로 투표가 어려울 경우 보조를 받을 수 있다”는 문구를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관리매뉴얼에 수정하도록 하는 판결이 있었다. 우리가 발달장애인을 돕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대신해주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보조하고 지원하는 역할에 한정되어야 한다.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그들의 특성을 이해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이를 통해 무엇을 돕고, 어떻게 돕는지를 알게 됨으로써 우리는 그들의 소중한 이웃이 될 수 있다. 당신이 소중한 이웃이 되고자 한다면 그들을 이해하는 발걸음부터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