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영수증 드릴까요?

정희경 시조시인

  • 정희경 시조시인
  •  |   입력 : 2025-03-18 18:43:37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영수증 버려주셔요.” 동네 슈퍼마켓에서 저녁 찬거릴 사면서 나는 영수증을 받지 않는다. 누구는 인적사항이 기재돼 있는데 그걸 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지만 영수증을 받으면 처치 곤란이다. 지갑이나 가방 속, 혹은 주머니 속에 구겨진 채로 있다가 쓰레기로 버려지기 일쑤다. 이 종이 영수증은 감열지에 특수한 잉크로 인쇄돼 재활용할 수 없고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영수증을 받아 한번 들여다본 적도 없고 영수증을 가계부에 모아두는 일은 결코 없으니, 영수증을 그곳에 버리고 오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물론 내 인적 사항에 관한 것이 염려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가게에서 잘 처리해 주리라 믿는다. 그리고 영수증을 받지 않아도 얼마를 썼는지 친절하게 휴대폰이 알려주니 굳이 종이 영수증이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계산 후 “영수증 드릴까요?”라고 먼저 내게 묻는다. 가져가지 않은 영수증이 늘 수북이 쌓여 있는 곳도 말끔하다. “시스템을 바꾸었어요. 이제 필요 없다고 하시면 영수증 출력 안 해요.” 무조건 영수증을 출력하는 시스템을 선택으로 바꾸었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니 현금지급기에서도 ‘명세표를 받으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 주유기에서도 영수증 출력 여부를 내게 묻는다. 자주 가는 우체국에서도 ‘종이 영수증 드릴까요? 전자영수증 드릴까요?’라고 묻는다. 그런데 몇몇 가게는 무조건 종이 영수증을 발행하고 있다. 연이어 들른 식육점에서는 “영수증 필요 없어요”라고 내가 먼저 말했다. 그러나 영수증은 자동으로 발행됐다.

한 달 전 중국 양삭과 상해를 다녀왔다. 큰 도시 상해는 물론이거니와 작은 도시인 양삭까지 거의 모든 사람이 현금 대신 QR코드로 결제하는 놀라운 변화와 마주했다. 핸드폰으로 QR코드를 찍고 페이로 연결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음식점과 상점은 물론이고 노점까지 QR코드를 앞에 붙여 놓고 장사를 한다. 심지어는 거리의 악사들도 바이올린 통에 QR코드를 붙여 두고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아무도 동전을 넣지 않는다. 대신 QR코드를 찍곤 한다. QR코드 결제 방식은 7년여 전부터 중국 전역에서 실시했으며 외국인에게도 몇 년 전부터 허용되었다 한다.

물론 중국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가능한 일이고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점, 개인정보유출 등의 문제가 있다지만 나에게는 장점이 많아 보였다. 중국 돈을 환전하지 않아 편리했다. 내 서랍에는 그동안 여행한 나라의 지폐와 동전이 많이 쌓여 있다. 무엇보다도 음식을 만지는 손으로 돈을 만지지 않아서 깨끗했다. 잔돈을 거슬러 줄 필요도 없다. 종이 영수증도 발행하지 않는다. 일 년간 중국에서 종이 영수증을 발행한다면 몇 그루의 나무가 사라질까? 그리고 그 쓰레기는 얼마나 될까? QR코드 결제는 종이 영수증의 미발행만으로도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많은 기업들이 종이 영수증 대신 전자영수증 받기를 실천하면 탄소중립 포인트로 돌려줘 자원절약과 환경보호에 기여하고 있다. 카드사들도 종이 명세서 발송을 점차 중단한다고 한다. 가게도 시스템을 바꾸어 “영수증 드릴까요?”라고 물어주면 좋겠다. 꼭 필요한 경우 외에는 종이 영수증 발행을 자제해야 한다.

디지털 매체가 발전한 현대사회는 종이의 소비가 점점 줄어들 것이라 했다. 종이책과 종이신문은 외면 받고 있지만 여전히 종이의 소비는 늘어나고 있다. 종이컵 물티슈 키친타월 휴지 등의 소비가 늘고 택배 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현실이다.

‘검색하고 클릭하면 삽시에 번식한다/유의어 동음이의어 예문들의 산란장/종이는 나무의 예문이다 네가 내게 그렇듯’(조한일의 시조 ‘종이사전’ 부분)

시인의 말처럼 종이는 나무에 대한 예문(例文)이며 나무에 예의를 다하는 것(禮文)이어야 하며, 종이는 나무의 아름다움 그 자체(藝文)이다. 종이가 꼭 필요한 곳에 가치 있게 잘 쓰이도록 “영수증 드릴까요?” “영수증 필요 없어요”라는 말이 일상화되면 좋겠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3. 3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4. 4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5. 5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6. 6‘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7. 7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8. 8부산 금정구 ‘인구감소지역’ 새로 편입…북구는 ‘인구감소관심지역’
  9. 9[사설]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10. 10매표소 오픈런…레드카펫 ★ 보려 외국인 새벽부터 달려왔다
  1. 1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2. 2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3. 3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4. 4[속보] 여야, 문체위 국감서 ‘암살자(들)’ 공방…국힘 “감독 나와야” vs 민주 “창작 자유 억압”
  5. 5주호영 ‘아시안게임 금메달 병역특례 폐지’ 법안 발의
  6. 6김정호 “부산·경남 맑은 물 공급을 위해 낙동강 수질개선·취수 다변화 해야”
  7. 7‘홈플러스 사태’ MBK 김병주, 국감 불출석 “회사 경영 관여 안 해”
  8. 8여야, 국감서 알래스카 LNG 사업 집중 추궁
  9. 9[2026 국감 브리핑] 백종헌 “인력 확보 없이 출발한 통합돌봄 담당자 82%가 겸직, 전담인력 ‘0명’ 시군구는 전체의 66.4%”
  10. 10인사청문회서 "영도다리 핸드레일 예쁘게"… 검증 대신 지역구 민원 쏟아낸 시의원
  1. 1‘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2. 2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3. 3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4. 4롯데백화점, 업계 첫 외국인 매출 1조 ‘포문’
  5. 5국토부, “가덕도신공항에 적용할 PBD 공법 문제없다”
  6. 6SMR 골든타임 놓치나…"원안위 심사기준 2032년에야 마련"
  7. 7금감원 “AI 해킹 시도 IP 28개 확인”
  8. 8부산 극지해양 전문강사 “현장 능력 키워요”
  9. 9'한국형 녹색대전환'에 1000조 투자…SMR·전력반도체 등 집중 육성
  10. 10부산 청년기업 ‘DPP(디지털제품여권)’ 국내 첫 상용화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3. 3부산 금정구 ‘인구감소지역’ 새로 편입…북구는 ‘인구감소관심지역’
  4. 4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5. 5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6. 6전기車 높아진 인기에 예산 동나…부산시, 하반기 1520대 더 지원
  7. 7[속보]부캉이와 '차가운 이별' 맞게될까…흑상어, 수온 떨어지면 바다로 돌아갈지도
  8. 8부산중수청장 “정치 중립성·수사 독립성 엄격히 지키겠다”
  9. 960대 부부 피살 용의자, 자전거·피해자 차량 갈아타고 ‘용의주도’
  10. 10전재수 시장, 소통 행보…사흘 연속 생중계 회의(종합)
  1. 1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2. 2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3. 3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4. 4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5. 5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6. 6“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7. 7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8. 8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9. 9‘손흥민 A매치 한국인 최다 골’ 우즈베키스탄에 2-0 완승
  10. 10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통행료 면제 명암
논란의 AG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삼권분립 훼손하는 정파적 국감 안 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자(富者)가 되고 싶다면
드골 대통령과 군복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