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의 세상은 지금 혼란 그 자체이다. 국민의 공복인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수호의 이름으로 개별 국민이 주권자인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계엄령을 선포했다. 거기엔 1987년 이래 정착된 헌법의 기본정신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국가폭력이 동원되었다. 주권자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국민의 주권 행사를 관리하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국가폭력의 첫 번째 대상이었다. 대통령이 탄핵심판의 대상자가 되고, 내란의 우두머리로 구속되자, 지지자들은 ‘자유운동’의 미명 하에 ‘처단’과 ‘척결’ 등을 외치며 사법부를 집단폭력으로 공격하고, 이제 계엄령을 ‘계몽령’으로 부르고 스스로 계몽되었다고 말한다. 또한 탄핵반대 시위현장에서 자유민주의 이름으로 ‘부정선거’, ‘반국가세력 척결’, ‘빨갱이는 죽여도 돼’ 등 정치혐오와 증오를 담아 외치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은 “자유민주 대한민국을 흔드는 세력들이 있다… 공수처 선관위 헌법재판소가 불법과 파행을 자행하고 있다. 모두 때려 부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대통령의 탄핵소추로 국가 권한을 위임받은 엘리트 관료집단의 기회주의적 의사결정과 행동은 자유민주의 이름으로 폭력적 위협이 상존하는 현실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내란공모자는 구속되어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 내란 우두머리는 불구속 석방되는 혼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제 ‘자유민주’가 폭력의 도구가 되어 경쟁해야 할 적수를 박멸해야 할 적으로 간주하는 세력 앞에서 지금까지 사회통합의 최후 보루로 합의한 헌정질서가 중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
이런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경제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2023년 이후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1%대이며 올해도 1.5%(한국은행)로 전망되어 일본처럼 장기 저성장을 우려하고 있다. 다수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저성장의 정책 요인으로 총수요 감소와 소득불평등을 유발한 감세정책과 긴축재정정책을 들고 있다. 또한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023년 93.5%로 국제금융협회에 의하면 세계 34개 나라(EU는 단일 통계) 중 가장 높다. 이것은 가처분소득 감소와 소비위축을 초래해 내수부진으로 이어졌다. 이에 자영업자 등 중소상공인들은 심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 2024년 폐업한 자영업자는 약 100만 명, 신규 창업 대비 폐업비율은 79.4%로 상승하고 있다. 가계부채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 형태로 부동산매매에 집중됨에 따라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지역간, 계층간 자산불평등은 심화되었다.
올해는 더 어렵다는 전망이다. 부채부담이 큰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소비증가로 이어지지 않아 한은의 금융정책이 별로 효과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편 트럼프 통상정책과 계엄령에 의한 국내 정치적 불안정으로 경제주체의 심리가 위축된다. 지난해 12월에 발표된 소비자심리지수가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고, 기업경기실사지수의 전망치도 2년 10개월째 기준선을 밑돌며 역대 최장기 연속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적 상황도 심각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2차 대전 이후 자유무역 기반 미국 주도 국제질서의 모든 원칙과 조건을 무너트리고 있다. 그 폐허 위에 자국우선주의 깃발을 꽂고 보호무역 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고관세 압박을 통해 자국 제조업을 육성하고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논리로 전세계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또한 불법이민, 국가안보와 희귀광물자원 확보 명분으로 고관세를 포함한 예측 불허의 정책이 실시되고 있다. 중국이 주요 타깃이지만 한국 EU와 캐나다 등 기존동맹도 예외일 수 없다. 이러한 고관세로 수입재 가격인상으로 국내물가가 상승하고 상대국의 관세보복으로 수출이 감소하여 전세계의 경기침체가 유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1980년대 말부터 기후대응을 위해 국제사회가 구축해온 글로벌 거버넌스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취임 당일 파리협약을 탈퇴하고 1주일 동안 행정명령을 통해 70여 개의 각종 기후대응정책과 관련 기구들을 전격적으로 무력화했다. 의회 입법도 행정명령으로 대체하고, 불법 행정명령을 철회하라는 법원의 요구도 무시할 정도로 통상적인 정치의 경로를 벗어나고 있다. 외교와 경제, 행정은 물론 기후정책까지 일관되게 드러나는 예측 불가능 정책 남발은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런 가중된 내우외환 혼란 속에서 일상이 위태로운 불안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 ‘불안의 강’을 건너기 위해 헌정질서를 파괴한 대통령의 탄핵 심판, 헌법의 자유민주 기본질서 확립, 경제성장과 후생복지 증진, 국제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처 능력이 필요하다. 비상계엄을 막아낸 주권자로서 냉철함을 가지고 이것을 수행할 수 있는 민주정부를 창출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이런 과제 실현을 위해 참여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