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국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소국이다. 하지만 거기서 일어난 일은 미국인에게 중요하다. 공산주의자들이 6월 25일 일요일 민주공화국인 한국을 공격했다. 이는 국제공산주의세력이 독립국가를 정복하려는 무력 침공이 명백하다. 자유국가 안전에 중대한 위협이다. (…) 공산주의 세력이 정면으로 세계질서를 흔드니 우리도 당당히 맞서야 한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 미국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6월 30일 참전을 결정하면서 라디오 방송에서 한 말이다. 미국은 참전 후 미군 5만여 명이 전사했다. 전쟁이 끝난 후 양국은 상호방위조약을 맺어 동맹임을 선언했다. 베트남전쟁이 터졌을 때 우리는 미국 참전 요구에 답했다. 이 때 우리 젊은이 5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 양국 관계를 혈맹이라고 한다.
최근 국제 관계에서 동맹·우방 관계를 의심하는 일이 잦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2기에 들어 이런 일이 노골적으로 발생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미국으로 불러 망신을 준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는 군사동맹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향해 방위비를 증액하지 않으면 방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 침략 언급을 뺀 결의안을 주도했다.
한미 간에도 우려할 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가 최근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 첨단기술과의 교류가 엄격히 제한된다. 최근 한국에서 제기되는 ‘핵무장론’에 제동을 걸기 위한 조처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 규모가 감소하지만 방위비는 증액을 요구할 태세다. 자유무역협정에도 균열이 예상된다. 일본에 대한 태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우리는 일본과 매우 흥미로운(interesting) 조약을 맺고 있다. 우리는 일본을 보호해야 하지만, 일본은 우리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평가했다. 1960년 체결된 미일안보조약이 불공정하다고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동맹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국제사회에는 자국 이익만 있을 뿐이다. 냉정한 현실을 보지 않고 전통을 고집한다면 우크라이나와 나토처럼 뒤통수를 맞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물론 한국전쟁 참전국을 위한 보은을 소홀히 한다면 문명국가가 아니다. 등을 돌리고 계산서를 내미는 동맹국에는 비즈니스로 응대해야 하겠다. 선의에 선행해야 하겠지만, 악의에도 선행한다면 바보나 다름 없다.
최현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