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트럼프 2.0 정부는 중국 조선산업에 대한 견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에서 중국의 시장 지배력을 줄이기 위해 수출 규제, 보조금 제한, 그리고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국과 유럽의 주요 선주들은 중국산 조선기자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대체 공급망을 찾아야 할 상황에서 한국산 조선기자재가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우리의 조선기자재 산업은 국제 환경규제 강화, 글로벌 아웃소싱 확대, 그리고 중국의 거센 추격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과거 국내 조선기자재 산업은 대형 조선소의 협력업체로 성장해왔으나, 이제는 독립적인 산업군으로 자리 잡고, 내수공급 중심에서 전 세계시장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품질 인증을 확대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조선소와 기자재 업체 간 긴밀한 협업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선소와 기자재 업체 간 협력 강화로 일괄 공급 체계의 수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강력한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해 조선소의 글로벌 선주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국내에서 투자·운영하는 해외 조선소에 주요 기자재를 패키지 형태로 수출·확대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한국 기자재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과 제도적 보완이 필수적이다.
다음으로, 기자재 기업 간 협업 및 M&A를 통한 경쟁력 강화다. 국내 조선기자재 기업은 대부분 설비의 부분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으로, 개별 기업의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자재 기업 간 M&A(기업 인수·합병)와 협업을 활성화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 중견기업 수준으로 성장한 기자재 업체들은 서로 협력해 특정 장비와 설비의 개발 단계부터 공동 기획하고, 조달·생산·품질관리까지 긴밀히 연계하는 구조로 발전해야 한다.
친환경·스마트 기술 개발도 선도해야 한다. 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연합(EU)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선박기자재 기술개발이 필수적이다. LNG·수소·암모니아 추진 시스템, 배터리 및 연료전지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탄소 포집·저장(CCUS) 기술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또한, 자율운항선박과 스마트 선박이 조선·해운 산업의 핵심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조선해양 ICT 융합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기존 기자재 기업과 AI·빅데이터·IoT 등 ICT 기업 간 협업을 통해 스마트 기자재 개발을 주도해야 한다.
조선해양기자재 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므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해외 부품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부품과 소재의 국산화를 촉진하고, 대형 조선소와 기자재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중국 유럽과의 경쟁 속에서 우리 기자재 업체들이 해외 판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의 무역협력 및 금융지원과 함께 국제 표준화 대응도 강화해 한국 조선기자재가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강력히 지원해야 한다.
기술과 정책이 함께해야 조선기자재 산업이 도약할 수 있다. 산업의 혁신과 성장을 위해서 기업은 초격차 기술 확보 노력을 지속해야 하며, 정부는 친환경·디지털 전환, 공급망 안정화,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한 장기적인 산업 발전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 속에서 대한민국 조선해양기자재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외교적·정책적 지원이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은 한국 조선해양기자재 산업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조선소와 기자재 업체 간 상생 협력을 더욱 강화한다면, 우리 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배정철 한국조선해양기자재 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