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광역연합) 출범이 좌초되는 우여곡절 끝에 광역연합을 거치지 않고 바로 행정통합을 시도해 보자는 것이다. 울산이 포항, 경주와 연합하는 ‘해오름 동맹’에 우선 비중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과 경남부터 추진 물꼬를 트기 위해 지난해 12월, ‘부산경남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해 최근 분과위원회가 가동되면서 본격적인 공론 작업이 시작되었다. 이 과정의 핵심은 양 지역 주민이다. 그래서 심도 있는 숙의 과정을 거치고, 최종적인 판단은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부산시장과 경남지사의 의지와 리더십은 말 할 것도 없겠지만 기본적으로 하향식이 아닌 주민주체의 상향식 방식이 되어야 한다.
현재 공식적인 행정통합은 대구경북, 대전충남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대구경북은 이미 명칭 청사행정체계 등 구체적인 방안을 합의하고 200개가 넘는 분권특례(권한이양 등 특례)를 바탕으로 한 특별법안도 발표하면서 연내에 법안 처리를 위해 정부와 협의 중이다. 대전충남은 지난해 11월, 두 단체장이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면서 ‘대전충남행정통합 민관협의체’를 구성, 가동에 들어갔다. 비수도권 지역의 광역시·도 통합 논의가 동시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유례없는 현상이다. 그만큼 수도권초집중, 저출생 고령화, 지역소멸과 같은 위기 극복이 지역 현장의 절박하고 시급한 과제임을 웅변하고 있다. 광주전남이 아직 본격적인 움직임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과거 분리되었던 광역시와 도의 재통합을 통한 위기 극복이라는 흐름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부산경남 행정통합을 비롯한 광역시·도 행정통합을 통해 구축하고자 하는 지방자치의 틀은 분권형 광역지방정부다. 중앙집권적인 행정체제를 지방분권적인 체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국제적인 해양도시에 관광용이자 대중교통 수단으로도 기능하는 수상버스 운영조차 중앙정부,기관 등의 규제로 부산시가 자율적으로 할 수 없고, 부시장 수는 2명으로 묶여 있어 복합적이고 다양한 부문별로 책임 행정을 강화하는데 한계가 있는 등 현실을 타개하자는 것이다. 입법과 재정권한을 대폭 이양받아 주민의 자율적·주체적인 권한과 책임을 제고함으로써 정부 주도 수직적 자원 배분 방식, 형식적 균형발전 방식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지역주도 균형발전을 이루자는 것이다. 그것이 대한민국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과제이다.
분권형 광역지방정부 구축을 위해서는 대폭적인 분권특례가 필요하다. 그래서 각 지역별로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특별법은 일반법에 없고, 그보다 앞서는 것으로 희소가치 때문에 특별하다. 부산경남행정통합 특별법, 대구경북행정통합 특별법, 대전충남행정통합 특별법 등에는 지역특화형 차등 분권, 선도분권의 내용도 있겠지만 특별행정기관 기능 이관 등 모든 지역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분권특례가 상당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특별한 것이 많아지면 일반화가 불가피하다. 핵심 내용인 기능 중심의 포괄적 사무이양을 비롯한 자치입법, 자치재정권의 확대 없이 지역을 막론하고 진정한 균형발전도 실현할 수 없고 행정통합의 목표를 달성할 수도 없다. 결국 현재의 중앙집권 구조를 뒷받침하고 있는 헌법을 지방분권 구조로 바꿀 수밖에 없다.
87년에 개정된 현재의 헌법은 지방자치 실시 이전에 만들어졌다. 이른바 ‘3김 정치’ 시대를 상징하는, 군사정권 이후 민주화 초기에 만들어진 과도적인 틀이다. 그동안 민주화를 내실화하고 심화해 다원화 사회, 복합적인 과제를 풀어나갈 국가운영의 토대를 더 튼튼하게 만들지 못했다. 3김 정치 이후 헌법을 적실성 있게 손질하지 못하고 실기를 거듭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부산경남 행정통합을 비롯한 여러 광역시·도 행정통합 시도는 궁극적으로 지방분권 헌법개정으로 귀결된다. 특정 지역에 국한되는 특별한 과제로 출발, 전국적으로 추진돼 거의 준연방제라고 할 만큼의 분권형 국정운영체계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의 틀로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부산경남 및 타 지역 행정통합의 순차적·동시적 진행을 천금 같은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동시에 지방분권 헌법개정 논의와 추진이 내실있는 행정통합을 촉진시키는 발판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