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의사로 40여 년을 살아온 나는 귀중한 남의 생명을 맡아 수술하고 치료하는 일에 거의 평생을 바쳤다. 의사가 중도에 환자를 포기하는 순간, 한 생명은 생사의 기로에서 건널 수 없는 길을 가게 된다. 특히 수술은 일단 진행되고 나면 다시 되돌릴 수도 없고 반드시 마무리를 해야 한다. 여러 난관에 가로막히면, 집도의는 모든 지식과 경험, 그리고 주변의 도움도 받으며 있는 힘을 다해 잘해 내야 한다. 이때 떠올리는 말이 “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이다. 의사들 사이에서는 “담당 의사가 포기하면, 그 환자는 그리 오래 살지 못한다”는 말이 회자된다. 담당 의사는 환자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때도 절실해지는 말이 “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이다.
우리네 인생에서도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야 일이 많다. 2차 세계대전의 영웅인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가장 존경받는 정치가이면서, 수많은 강연과 훌륭한 저술 활동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연설로도 유명한데, 요즘도 정치가들이 처칠의 연설을 가장 인용하기 좋아한다. 그렇다면 처칠은 명연설가의 자질을 갖고 태어났을까. 그는 어려서부터 말더듬이였고, 학교 성적도 좋지 않아 최하위권으로 친구들의 놀림대상이었다.
청년 처칠은 원하던 육군사관학교에 합격하지 못하고, ‘명문가의 자제’ 특권을 업고 겨우 포병학교에 들어갔다. 그는 사관학교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해 삼수 끝에 성공했으나 학교생활이 쉽지 않았다. 170㎝밖에 안 되는 작은 키에, 잔병치레도 많이 했다. 처칠은 어렸을 때 ‘S’ 발음을 제대로 못해 놀림을 받았다. 발음을 고치려고 찾아갔던 의사는 “당신의 입도, 목도 모두 정상이다. 발음을 고치기 위해 당신이 할 일은 연습뿐이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그는 매일 큰소리로 책을 읽으며 말을 더듬는 습관과 발음을 고치고자 피나는 노력을 했다. 연설문도 미리 작성해서 외우고, 연단에 서기 전 피나는 연습을 했다. 이런 포기하지 않는 노력의 결과로 처칠은 역사에 남을 위대한 연설가이자 영국 수상에까지 오르게 된다.
1941년 10월 29일의 일화다. 처칠이 성적이 나빠 낙제를 했던 해로우중학교에서 연설을 하게 됐다. 교장은 “자랑스러운 졸업생”이라며 지난 40년 동안 처칠의 업적을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학생들은 몹시 지루해했다. 연단에 오른 처칠은 한 학생을 지목하고, 연단 아래로 내려가서 학생에게 귓속말로 속삭이고는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Never, ever, ever, ever, ever, ever, ever give up. Never give up. Never give up.).” 이 연설은 결단의 순간을 맞은 지도자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가장 짧은 연설로 평가받는다.
동양에서는 맹자의 한 우물 파기가 유명하다. 맹자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비유하자면 우물을 파는 것과 같으니, 우물을 9길까지 팠더라도 샘물에 이르지 못하고, 그치게 되면 오히려 우물을 버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 즉 일을 하다가 중도에 그만두면 그때까지 들였던 공을 스스로 버리는 일이라는 뜻이다.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는 속담이 있다. 물을 구하려고 땅을 여기저기 파헤치다 보면, 하나의 우물도 제대로 팔 수 없다는 의미다. 여기서도 “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포기는 쉽다. 그래서 사람은 너무 쉽게 포기하고, 결심한 일을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 포기엔 또 여러 이유가 만들어진다. 심지어 “포기도 용기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 말에 속지 말아야 한다. 용기라는 가치는 고통과 고난 속에서 피어난다. 핑계를 만들고 도망가는 일은 쉬우므로, 용기와 포기는 서로 관련성이 없다. 서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무엇을 포기해야 하고, 무엇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일의 조건이 있다. 첫째 “추구하는 목표가 국가나 사회에 도움이 되는가?”이고, 둘째 “이 목표가 내가 속한 조직과 기관의 입장과 부합하고 또 도움이 되는가?”, 셋째 “남에게 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나와 가족을 위하는 일인가?”를 곰곰 자문해 봐야 한다.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는 목표라면, “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라고 스스로 의지를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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