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呪術時代(주술시대)

윤정현 부산가톨릭대 대학원 신학과 학과장

  • 윤정현 부산가톨릭대 대학원 신학과 학과장
  •  |   입력 : 2025-02-12 19:29:18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불확실성’은 어제의 인간이나 오늘의 인간이 지니는 특성이다. 오늘의 기술사회가 최첨단을 달리고 있을지라도, 이 기술사회가 어디로 가고 또 어디에서 마무리될지는 불확실하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인간 존재의 불확실성에 바탕한다. 이 불확실성을 벗어나려고 어제의 인간이나 오늘의 인간은 이 불확실성을 거슬러 고정된 발판을 마련하고자 확실성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어제의 인간과 오늘의 인간이 확실성을 추구하는 방식은 다르다. 어제의 인간이 가족을 바탕으로 한 집단 영역에서 확실성을 추구했다면, 오늘의 인간은 자아를 바탕으로 한 개인의 영역에서 확실성을 추구한다. 그럼에도 어제의 인간이나 오늘의 인간이 공통적으로 ‘주술’(呪術)을 통해 확실성을 추구하려는 것이 오늘날 뚜렷이 드러난다. 주술은 ‘초자연적 존재나 신비로운 힘을 빌려 여러 현상을 일으켜 인간의 길흉화복을 해결하려는 기술’이라고 정의한다. 인간은 자신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길흉화복이나 자신의 주위에 일어나는 사건에 대비하려고 초자연적 힘에 의지한다. 이를 확장하면 종교적 인간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오래된 종교의 고유한 교리에도 불구하고, 종교와 주술은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 오랜 세월 유럽 종교의 중심이 된 가톨릭 교회 또한 마찬가지다. 가톨릭 교회의 핵심 교리에도 불구하고, 대중 신심을 바탕으로 한 주술적인 행위와 감정들이 가톨릭 교회에도 있었다(예를 들어, 성직자나 수도자를 ‘신의 아들’로 떠받드는 것이 그러하다).

하지만 17세기 이후로 역사학의 발전과 깨어난 자아에 대한 강조로 유럽에서는 ‘탈(脫) 주술화’가 진행,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종교의 어떤 의미도 지니지 못한 것으로 폄훼되었다. 따라서 신성을 지닌 것으로 여겨지는 사건이나 장소나 인물은 이성의 합리적 척도에 따라 다시 이해되었고, 민간 신심으로 내려오던 것들을 ‘미신’으로 치부하게 되었다. 탈주술화를 통해 합리적 이해가 유럽 사회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주술 현상에 대한 공론화가 진행되었다. 그 결과, 인간의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인간 이성의 합리성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 또 불확실한 사건의 전개와 결과를 미신과도 같은 주술보다는 인간이 감당하는 자유와 선택, 혹은 운명으로 대체했다(이처럼 이성으로 신앙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은 종교의 계시를 무시하는 ‘이신론’(理神論, Deismus)으로 확장된다).

오늘날 우리 문명의 전개는 탈 주술화와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 모든 사회적 결정은 종교적 감정에 바탕하지 않고, 이성적 토론을 통한 합의에 도달한다. 이러한 문화적 맥락은 종교가 주술의 활용이 아닌 이성의 올바른 활용을 이끌 것을 요구했다. 이로써 주술시대는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주술시대가 다시 돌아왔다! 불확실한 인간은 자신의 이익과 결부된 이기적인 성공을 위해 불확실한 신들의 세계로 되돌아갔다. 주술이나 미신은 생활의 깊은 영역까지 파고 들었고(택일, 궁합, 오늘의 운세) 이성으로 밝혀낸 신학은 원초적인 다신론의 세계로 되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흐름에서 신(神)은 인간을 위한 장치일 뿐이다(Deus ex machina).

그 결과, 이성적 토론의 통합 합의는 주술의 세계로 밀려나고, 그래서 인간의 자유와 선택은 이성이 알지 못하는 영역에서 결정된다. 이는 인류가 오랜 세월을 거쳐 노력해 이룬 문명이 퇴보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곧 권력과 힘의 의지만이 남게 된다. 불확실한 인간이 불확실하게 신뢰하는 주술은 얼마나 불확실한가! 이러한 주술은 도박(아수라발발타)이나 극단적인 정치에서만 활용된다.

종교사에서 다신론은 단일신으로 통합되고, 주술은 보다 세련된 전례 형식을 지닌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인간의 자유로운 결정과 선택은 신 앞에서, 또 신으로 말미암은 ‘실존’이 된다. 시대가 불확실하니 종교의 입지가 불확실하다고 여겨, 종교가 주술사회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종교는 이기적인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이 욕망을 버리라고 권고해야 한다. 종교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예민하게 보아야 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3. 3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4. 4“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5. 5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6. 6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7. 7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8. 8“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9. 9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10. 10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1. 1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2. 2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3. 3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4. 4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5. 5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6. 6시의회 상임위 제한 폐지 논란일자 결국 심사 보류
  7. 7“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8. 8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9. 9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10. 10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1. 1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2. 2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3. 3“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4. 4[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5. 5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6. 6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7. 7‘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8. 8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9. 9한양증권도 털렸다…고객·임직원 정보 일부 유출
  10. 10주가지수- 2026년 11월 3일
  1. 1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2. 2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3. 3“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4. 4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5. 5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6. 6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7. 7141개 시민단체도 노동계도 ‘국제신문 회생’ 인가 촉구
  8. 8역삼동 연쇄방화 77세 이명수(종합)
  9. 9면세유 23억 원어치 빼돌린 유통업자 집유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4일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4. 4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5. 5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6. 6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7. 7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8. 8[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등골 프로텍터
바이낸스 턴 북한 해커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제신문 정상화에 여야 한뜻…능인선원 결단하라
대통령 순방 정보 유출…국가 보안체계 전면 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일상으로의 초대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