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메디칼럼] 평가와 진료패턴 왜곡

정진우 동아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진료부장

  • 정진우 동아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진료부장
  •  |   입력 : 2025-02-09 19:14:26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는 계절이다. 대표적인 질환이 흔히 ‘감기’라고 부르는 급성 상기도 감염증이다. 대부분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소염진통제 등의 대증요법만으로 호전된다. 하지만 소아 인후염의 20~30%, 성인 인후염의 5~15%는 세균 감염이 원인이다. 이 경우 항생제를 적절히 사용하지 않으면 편도주위 농양, 후인두 농양, 류마티스 열, 사구체신염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급성 상기도 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은 정책 당국의 규제 대상이 되어 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의 일환으로 급성 상기도 감염 항생제 처방률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며, 이를 의료기관의 보상 체계와 연계하고 있다. 2024년도 평가 기준에서는 항생제 처방률이 20% 이하일 때 1등급으로 설정되었는데, 이는 세균 감염 비율을 20% 내외로 보고 정한 기준일 것이다.

그러나 상기도 감염증 환자 중 세균 감염 여부를 어떻게 정확히 가려낼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세균 배양 검사이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래 걸려 초기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여러 기관에서는 변형 센토 점수나 신속항원검사 활용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 환자의 비율은 의료기관의 종류와 진료 환경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국내 대학병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생제 투여 기준에 해당하는 환자의 비율은 30~35%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

2024년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적정성 평가 결과는 이런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급성 상기도 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병원 50.97%, 의원 40.90%, 종합병원 32.79%였으며, 상급종합병원의 처방률은 4.44%로 가장 낮았다. 특히, 대부분 대학병원인 상급종합병원에서 급성 상기도 감염 환자의 4.44%만 항생제를 처방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낮은 수치다. 이는 필요할 경우에도 항생제가 사용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처방률이 유독 낮은 이유는 평가 결과에 따른 불이익 때문이다. 평가 점수가 낮으면 의료질 향상 지원금이 차등 지급되고, 다음 평가에서는 상급종합병원 지정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일부 의료기관은 평가 점수를 낮추기 위해 항생제 처방을 줄일 수밖에 없고, 심지어 항생제 처방률이 낮다는 점을 언론을 통해 홍보하기도 한다. 그러나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것과 반드시 필요한 환자에게도 처방하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후자의 경우,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물론, 상급종합병원들이 정말로 부적절한 진료를 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의료기관들은 오랜 시간 건강보험 심사와 평가에 대응하는 방식을 발전시켜 왔다. 건강보험 청구 자료에 등록된 진단 코드를 있는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의료 빅데이터 연구자들 사이에서 이미 상식이 되었다. 심평원이 공개하는 항생제 처방률 수치 자체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균 감염 비율을 20% 수준으로 가정하고 1등급 기준을 설정한 심평원의 평가 방식은 현실적인 진료 환경과 진단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세균 감염 여부를 명확히 판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면, 진료 환경과 환자의 중증도를 반영하지 못한 채 왜곡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상급종합병원의 항생제 처방률 4.44%라는 수치는 이것이 현실을 반영한 결과든, 평가 기준에 맞추려 한 결과든, 현재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개혁을 둘러싼 갈등도 같은 맥락이다. 의료 정책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시행될 때, 피해는 의료진과 환자가 떠안는다. 평가는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평가 기준은 의료의 본질을 왜곡할 뿐이다. 정책 당국은 숫자가 아니라 환자의 안전과 치료의 질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원 국힘서 민주당 다수로…낙동강協 단체장 회동 촉각
  2. 2지방소멸기금 강원·충남 66억씩 최다…부산·경남 34억씩
  3. 3매출 목표 30% 그친 홈플러스, 분리매각 기로
  4. 4시속 110㎞ 스릴, 6m 아기상어 캐릭터, 달맞이 음악실…부산 새 핫플
  5. 5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6. 6북극항로 연 아크로호 귀항…이젠 상업화 길 연다
  7. 7市 개발 ‘부산 단디체’ 무료 배포…130개국서 활용 가능
  8. 8인구감소지역 신규지정 금정구, 정주여건 개선 올인
  9. 9집 값 띄우기?… 부산 아파트 매매 계약 해지율 5년 반 동안 6.16%
  10. 10“부산 라이프스타일 만족도 최상…아이 키우기에도 매력적”
  1. 1[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35.2%…민주 35.5%·국힘 41.3%
  2. 2경찰개혁·김지용 중수청장 청문도 공방 예고…부산 해수부 첫 국감
  3. 3경남도 대변인 “박완수 지사 13시간 조사, 정치공세 대상 되면 안 돼”
  4. 4與·한동훈 점입가경 공방 인신공격까지(종합)
  5. 5[속보]국힘 주진우에 민주당 "인간 도리 저버린 막말" 사퇴촉구
  6. 6이 대통령 "노동자에 중금속 배출주사 투약 엄중대처"
  7. 7국힘 “한미 균열…정동영 통일부 장관·이종석 국가정보원장 경질을”(종합)
  8. 8[속보]국감까지 간 '부캉이' … 여야 "상어 생태환경 연구확대 필요"
  9. 9정동영 “한미동맹 이상 없다…北에 저자세 아니라 정자세”
  10. 10정부, 김지용 저격 임은정 감찰 지시(종합)
  1. 1매출 목표 30% 그친 홈플러스, 분리매각 기로
  2. 2시속 110㎞ 스릴, 6m 아기상어 캐릭터, 달맞이 음악실…부산 새 핫플
  3. 3북극항로 연 아크로호 귀항…이젠 상업화 길 연다
  4. 4집 값 띄우기?… 부산 아파트 매매 계약 해지율 5년 반 동안 6.16%
  5. 5부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한 달 새 66명 늘어
  6. 6"국세청 '부동산 자금출처 조사' 증가율, 서울 4%·지방 51%"
  7. 7[한 손 뉴스] 국산 비만치료 신약 ‘에페’, 위고비·마운자로에 도전장
  8. 8발전설비 점검하고, 길 위 장애물 치우고…부산 기관 로봇들 맹활약
  9. 9“부산 중심으로 체계적 해양AI 개발…협의체 꾸리자”
  10. 102030세대 겨냥 ‘저도수 토마토 막걸리’ 뜬다
  1. 1전원 국힘서 민주당 다수로…낙동강協 단체장 회동 촉각
  2. 2지방소멸기금 강원·충남 66억씩 최다…부산·경남 34억씩
  3. 3市 개발 ‘부산 단디체’ 무료 배포…130개국서 활용 가능
  4. 4인구감소지역 신규지정 금정구, 정주여건 개선 올인
  5. 5“부산 라이프스타일 만족도 최상…아이 키우기에도 매력적”
  6. 6부산북구 자체 감사 가시밭길…의회 “감사를 감사할 것” 벼러
  7. 7“우주항공복합도시 특별법 제정, 기업 유치 등 사천 경제 활성화”
  8. 8합천·하동·산청·거창, 인구소멸 해법으로 양수발전소 유치전
  9. 9영도서 40대 남성 흉기에 찔려 숨져…교도소서 만난 동거인 긴급체포
  10. 10노동자에게 비타민이라고 속이고 납 배출 촉진 주사 DN오토모티브 사태 일파만파(종합)
  1. 1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2. 2과감한 샷 2R 버디 11개 폭발…유현조 ‘부산의 퀸’(종합)
  3. 31부 승격 향한 마지막 질주…부산아이파크, 막판 승점 쌓기 총력전
  4. 4울주군, 삼남읍 교동리에 ‘울주실내테니스장’ 개장
  5. 5유도 차세대 간판 이현지, 세계선수권 정상 메치다
  6. 6허훈·킹 47점 합작에도…KCC, KT에 접전 끝 패배
  7. 7유현조, 여자골프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 정상…시즌 2승
  8. 8한화 김경문 감독·손혁 단장 동반 퇴진…후임 인선 착수
  9. 9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10. 10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발탁해놓고 감찰
대통령의 SNS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30% 중반 고착된 지지율, 국정 전반 재점검해야
교사 심리상담 급증…교권 침해 더는 방치 안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개척자 정신
빚을 물려받는 사회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