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보호시설에서 또다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울산 북구 대안동 중증장애인 보호시설에서 일어난 일이다. 가해자는 입소자 보호가 의무인 시설 직원들이다. 경찰에 따르면 일부는 입소자를 발로 밟아 갈비뼈가 부러지는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이들의 폭행이나 학대 장면은 시설 내 폐쇄회로(CC)TV 12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수조사에서 발각된 학대 의심 정황만 500여건이다. 경찰이 확인한 부분만 따져도 전체 직원 83명 중 20명이 폭행에 가담하고, 그에 따른 피해자는 전체 입소자 185명 중 29명에 이른다. CCTV 녹화분이 한달치에 불과한 데다 카메라가 없는 사각지대를 감안하면 실제 범행은 더 자주, 심각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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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3년 6월 부산의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하자, (사)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회원들이 부산시청 앞에서 시설 모니터링 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
장애인 시설 종사자의 입소자 학대는 잊을 만하면 터지는 사건이다. 2년 전 부산에선 금정구 한 장애인 거주시설 복지사가 장애 아동의 민감한 신체 부위를 사진으로 찍어 외부에 유포했다가 적발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구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는 복지사들이 단체 대화방에서 입소 장애인들을 조롱하고 비하한 사건이 있었다. 시설에서 장애인연금 등 금품을 갈취하는 일도 적잖이 벌어진다. 비록 이들 사건에서 직접적인 폭행은 없었더라도 명백한 인권침해이자 정서적 학대다. 장애인에 대한 신체적 정서적 유린이 특정 지역이나 시설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장애인은 우리 사회에서 최약자라 할 수 있는 존재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 정확한 상황 파악이나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인권침해 혹은 학대에 쉽사리 노출되고, 빨리 구제받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특히 중증장애인은 가정이 아니라 시설에 맡겨지는 사례가 많은데, 연고가 아예 없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이 있어도 정기적인 방문을 하지 않아 피해를 입어도 제때 적발되지 않는 게 다반사다. 장애인 보호 체계의 이런 특성 때문에 직업적 윤리의식을 갖추지 못한 몇몇 시설 종사자의 부도덕 혹은 불법 행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 국가의 복지 안전망이 촘촘해지고 강화되면서 연금 편취나 노동력 착취 등 장애인을 부당이득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파렴치범도 적지 않다.
장애인 문제가 터질 때마다 정부나 지자체가 시설 점검이나 연루자 처벌 강화 등 대책을 세우기는 한다. 그럼에도 이런 일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건 구조적인 맹점 때문이라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사건이 불거지는 순간만 끓어 올랐다가 금방 무관심해지는 사회 분위기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장애인 학대 의심 신고는 부산에서만 매년 수백건씩 발생한다. 장애인 문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사고가 발생한 시설이나 종사자에게 감독 관청과 사법당국이 단호한 조치를 취해 경각심을 줘야 한다. 관할 지자체는 수시로 시설을 점검하고 보호자나 입소자 면담과 관찰을 통해 사고를 막는데 힘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장애인을 대하는 수준이 바로 그 사회의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