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공론위)가 지난해 11월 출범했다. 위원회는 부산 경남의 학계, 시민단체, 도시개발, 법률 등 각 분야 전문가 15명씩 30명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부산과 경남 공동위원장제로 운영되고 필자는 부산을 대표하는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공론위는 행정통합 기본 구상안 마련, 시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정책 토의, 공청회, 홍보 등의 활동을 한다. 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공론위는 지금까지 2차례의 회의와 토론을 했고 오는 11일은 종일 워크숍을 한다. 위원회가 제시한 행정통합안은 부산 경남 주민의 투표에 의해서 최종 결정된다.
공론위는 시민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출범했다. 부울경메가시티나 초광역경제동맹이 주민들의 지지가 뒷받침되지 않아 좌초됐던 전철을 밟지 않고 행정통합 이후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서는 시민의 지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상향식으로 결정되는 통합안은 대구·경북이 추진하는 위로부터의 통합 시도와 대비되기에 시민의 지지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 4일에는 부산시의회 이준호, 김효정의원이 공론위 활동에 대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 근거인 ‘부산 경남 행정통합 추진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해 행정통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극초저출산으로 인해 외국의 유명 학자들은 대한민국의 붕괴를 경고하고 있다. 6·25 전쟁 중이던 1951∼1953년 3년간 출생자 수는 평균 72만여 명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인구는 2000만여 명이었다. 2023년 우리나라 인구는 5000만여 명, 출생자 수는 23만여 명이었다. 이대로 가면 80년 후 우리나라 인구는 1000만 명 이하로 떨어져 대한민국은 지도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2023년 1인당 GDP는 3만5569달러로 1951년의 67달러보다 530배 수입이 증가했음에도 청년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지역이 소멸하고 있다. 이유는 수도권 초집중 때문이다. 국토 면적 11%를 차지하는 수도권이 인구, 경제, 일자리, 청년 집중도에서 지역을 압도하는 예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다. 비수도권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청년이 없고, 출생자가 없다. 이 현상은 계속 확대 재생산되어 극초저출생, 잠재적 성장률 지속적 저하, 수도권 일극화 심화 등의 3대 위험 요소가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부산·경남의 행정통합 목표는 대한민국 국가발전전략을 수도권 1극에서 2극으로 대전환하고 부산·경남을 ‘경제수도’로 육성해 국가지속성장체계 구축과 화학적 결합을 통한 글로벌 경쟁에서의 생존이다.
현재까지 부산연구원과 경남연구원이 제시한 행정통합 모델은 2개다. 1안은 현재의 부산광역시와 경상남도의 자치단체는 폐지하고 새로운 통합자치단체(가칭 부산경남광역도)를 신설해 광역적 기능을 수행하는 ‘2계층제’이다. 2안은 현행 지자체의 시·도, 시·군·구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최상위 자치 계층인 ‘준주(가칭 부산경남州)’를 신설해 자치 계층을 3개로 구성하는 것이다.
2개 안은 장단점이 있다. ‘2계층제’는 간소한 행정 구조와 비용 절감, 신속한 의사 결정 및 정책 일관성 유지가 가능하다. 단점은 현재 부산시와 경남도의 폐지에 따른 인력 축소와 통합청사 소재지 문제 등의 갈등 소지가 있다. ‘3계층제’는 중앙 행정 권한의 대폭 이양을 촉진하고, 자치 계층별 전문성 강화로 맞춤형 주민 서비스 제공 및 세분화된 행정 수행이 가능하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단점은 행정 체제의 복잡성 증가로 권한 중복과 책임 소재 문제로 인한 행정 효율성 저하이다.
모든 결정에는 장단점이 있다. 대한민국을 살리는 방법이 있고 의지가 있다면 지엽적인 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 일본의 간사이광역연합과 영국의 맨체스터연합(GMCA)의 성공적인 사례들이 이를 증명한다.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의 유치는 간사이연합의 위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다. 간사이권 관광루트 개발 등에도 소속 지자체가 협력해 외국인 방문객이 급증하기도 했다.
영국의 GMCA는 영국 최초의 지자체 연합기구로 맨체스터 인근의 솔퍼드, 볼턴, 로치데일, 베리, 테임사이드 등 10개 지방자치단체가 연합해 설립한 법적 기구다. 행정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다. GMCA는 재정 및 조세, 소방, 형사사법, 보건, 도시계획 등 부산·경남 행정통합이 원하는 중앙정부로부터 이양된 권한도 갖고 있다.
부산 경남은 198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 수출 비중의 30%를 차지하는 성장엔진이었다. 아직도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플랜트, 가전제품 등 세계 1등 기업이 있고 숙련된 인력과 축적된 경영노하우도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한 미래 축소 사회가 예견되었음에도 부산 울산 경남이 분할되면서 각자도생한 이후 지역의 성장은 억제됐다.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부산 경남이 힘을 합쳐 수도권 일극 체제에 필적하는 규모의 경제권과 정치권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두 바퀴의 축으로 굴러가도록 해야 한다. 후손들이 행복하게 사는 국가를 만들어 주는 길이 우리의 결정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