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탄핵을 넘어 평등세상으로

눈부신 번영 이뤘지만 사회적 약자엔 ‘생지옥’

헌정질서 조속히 회복, 폭력의 후예와 결별을

전진성 부산교대 교수

  • 전진성 부산교대 교수
  •  |   입력 : 2025-02-05 18:30:26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탄핵 정국이 첩첩산중이다. 계엄령 선포와 그에 뒤따른 폭력 사태가 우리 자신의 일상과는 동떨어진 일이라고 믿기에는 사태의 전말이 너무 심각하다. 만약 계엄령 시도가 정녕 우리의 자랑스러운 민주공화국에서 허용될 여지가 단 한치도 없는 순전한 ‘내란’이었다면 이렇게 사태의 수습이 지지부진하고 의견이 분분할 리가 없다. 물론 그것이 국민 다수의 뜻에 반하는 폭거임은 틀림없으나 그저 체제의 ‘오작동’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뼈아프게 다가온다.

그래서 요즘 오랜만에 다시 소환된 마르크스의 유명한 문구를 음미해 본다. “역사는 반복된다.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소극(笑劇)으로.” 이번 사태가 희극적인 것은 단지 또 한 차례의 탄핵 국면이 도래해서라기보다는 그 탄핵의 대상이 바로 지난번 탄핵 절차의 주역이었던 검찰 출신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는 5·18 학살의 수괴처럼 국민의 뜻에 반해 갑자기 떠오른 인물이 아니다. 그가 국민의 영웅으로 부상했던 것은 단순히 국민이 오판해서일까? 단지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 될까? 심히 불편한 진실이지만, 이번 탄핵은 국민이 국민 스스로를 탄핵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듯이 국민은 자신을 닮은 자신의 창조물을 마주보고 있다. 국민은 과연 폭압적 권력의 피해자인가, 오히려 그것의 원동력인가?

‘부르주아’ 헌정질서를 희극적이라고 폄훼했던 마르크스의 진단은 적어도 우리의 경우에 비추어 볼 때 그다지 틀린 것 같지는 않다. 헌정질서의 파괴가 하필 사법 질서의 내부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법치국가’의 수호자를 자처하던 이들이 스스로 그것을 무력화했다. 대체 이 나라의 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물론 19세기에 마르크스가 꿈꾸었던 혁명적 유토피아는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세상사란 어차피 요지경이며 폭력을 이기기 위한 폭력도 해답이 될 수는 없다. 좋든 싫든 우리는 주어진 사법 질서에 기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답답한 절차를 감내하며 계속 치켜드는 메두사의 머리를 쉴 새 없이 잘라내야 한다. 물론 그 얼굴을 직시하는 순간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돌처럼 굳어버리고 말 것이다.

우리를 경악시킨 폭력의 진원은 바로 우리가 사는 사회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우리는 우리를 짓누르는 가공할 힘에 노출되어 있다. 지난해 11월에 한 청년이 비명횡사했다. 향년 32세의 강태완 씨는 김제의 한 회사에 취직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특장차와 중장비 사이에 끼여 숨졌다. 그는 몽골 태생이지만 한국에서 미등록 이주 아동으로 자라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살았다. 29세 되던 해에 그는 보통의 한국인이 되기 위해 낯선 조국인 몽골로 옮겼다가 대학생 자격으로 귀환하여 졸업한 후 인구소멸 지역에 취직된 덕에 겨우 체류 비자를 받았다. 그리고 곧 참사가 일어났다. 평소 태완 씨와 함께하던 인권 단체들이 적극 나서서 회사 측에 책임을 묻고 힘겨운 합의 과정을 거쳐 결국 장례식을 치렀다. 그는 한국 사회의 모순을 온몸으로 겪고서 결국 그렇게 덧없이 우리 곁을 떠났다. 사고가 나기 바로 얼마 전에 그는 이주 아동의 체류권 보장을 위한 캠페인 ‘Let Us Dream’에 참여해 영상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그는 유사하게 숨진 이 땅의 수많은 영령들 중에서 그나마도 약간의 주목을 받은 경우다.

지난 설연휴 아침에도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22세 청년이 원주의 한 석재 공장에서 홀로 작업하다가 컨베이어 벨트에 온몸이 끼여 비참하게 사망했다. 대부분의 산재사고는 우발적이기보다 인간 경시의 풍조가 낳은 구조적 문제다. 왜 산재사고 중 유독 이주노동자의 비중이 그리 높은가? 그들은 희생되어도 좋은 존재인가? 물론 비참한 현실은 이주노동자에게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지난 가을부터 대우버스 해고 노동자들은 하릴없이 현장을 지키고 있다. 행정법원에서 회사 측이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위장 폐업했음을 인정해 그들에게 복직의 기회가 열렸으나 사측은 곧바로 항소했다. 함께 싸우던 동지들 대부분이 생계를 위해 떠난 현장을 노조 간부 몇 명이 힘겹게 지키고 있다. 지금 우리의 헌정질서, 소위 ‘1987년 체제’가 도달한 종착점은 안타깝게도 민주주의의 도약이나 확장이 아니라 자멸이다. 눈부신 번영의 뒷그늘에는 각종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 어쩌면 우리 모두를 실제적 혹은 정신적 죽음으로 몰아가는 크나큰 불의와 악덕이 도사리고 있다. 생지옥이 따로 없다.

우리는 기필코 혼란을 하루빨리 종식시키고 헌정질서를 회복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할 바는 오히려 그러한 표면적 정상성 아래 도사리고 있는, 실은 우리도 공범일지 모르는 억압과 차별, 무지와 위선, 폭력의 후예들과 결별하는 길이다. 현재 우리 사회 각계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듯이 ‘탄핵을 넘어 평등세상으로’ 향하는 더딘 발걸음이야말로 바로 지금 우리가 취할 자세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추석 연휴 70대 노모 살해한 50대 딸 검거
  2. 2음주로 목숨 잃은 여성 10년새 증가…50대 유독 늘어
  3. 31243회 로또 복권 1등 12명…당첨금 각 25억 9252만 원씩
  4. 4비 와도 ‘부캉이’ 보러 북항 북적…추석 연휴 23만명 몰려
  5. 5[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6. 6[속보] 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에 “원칙 따라 대응”
  7. 7트럼프, 이란 ‘7일 계획’ 제안 거부…선거 후 폭격 가능성
  8. 8“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의심 신고 3년 새 46배 증가”
  9. 9[날씨칼럼] 가을 태풍, ‘설마’하는 안일함보다 ‘미리’ 대비해야
  10. 10빠르게 느는 '10대 마약밀수범'…올해 적발인원, 작년 넘어서
  1. 1[속보] 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에 “원칙 따라 대응”
  2. 2“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의심 신고 3년 새 46배 증가”
  3. 3군·유엔사 ‘DMZ 지뢰 추정 폭발’ 현장 조사 절차 시작
  4. 4조희대 대법원장 '재제청 거부' 여진…여야 공방 계속
  5. 5李대통령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조속 재개해야”
  6. 6국힘, DMZ 지뢰사고 공세 지속…“증거유실 기다리나”
  7. 7[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8. 8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9. 9[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10. 10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1. 1음주로 목숨 잃은 여성 10년새 증가…50대 유독 늘어
  2. 21243회 로또 복권 1등 12명…당첨금 각 25억 9252만 원씩
  3. 3빠르게 느는 '10대 마약밀수범'…올해 적발인원, 작년 넘어서
  4. 4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5. 5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6. 6[차호중의 재테크 칼럼] 통화량과 물가
  7. 7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8. 8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9. 9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10. 10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1. 1추석 연휴 70대 노모 살해한 50대 딸 검거
  2. 2비 와도 ‘부캉이’ 보러 북항 북적…추석 연휴 23만명 몰려
  3. 3[날씨칼럼] 가을 태풍, ‘설마’하는 안일함보다 ‘미리’ 대비해야
  4. 4부울경 오후까지 흐리고 비…낮 최고 22∼24도
  5. 5부하 직원 상습 성추행한 60대 임원 징역형 집유
  6. 6추석 연휴 셋째날 부산→서울 7시간…귀성길 정체 풀려
  7. 7남양주서 70대 여성 흉기 피습…50대 운전기사 체포
  8. 8부산 부암고가교서 차량 4중 충돌, 5명 부상…한때 양방향 통행 통제
  9. 9추석 연휴 셋째 날 귀경길 정체 완화…부산→서울 5시간40분
  10. 10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1. 1[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2. 2남자 사브르, 일본에 45-44 역전승…아시안게임 단체전 4연패
  3. 3한국 남자핸드볼, 중국 꺾고 8년 만에 아시안게임 4강
  4. 4[속보] 여자농구, 일본 꺾고 12년 만에 금메달…남녀 동반 우승
  5. 5한국 야구, 중국 꺾고 결승 진출…27일 일본과 금메달 결정전
  6. 6[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7. 7한국 여자 축구, 우즈벡에 6-3 승리로 준결승행
  8. 8류지현호, 일본에 0-5 영봉패
  9. 9이민성호, 베트남 4-0 완파하고 준결승 진출
  10. 10[속보] 한국 3대3 남자 농구,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인간만의 영역 ‘관광과 과학’의 결합
국제칼럼 [전체보기]
추석 밥상에 오를 이재명 정부의 성적표
그때 부끄러움을 알았더라면
기고 [전체보기]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복합재난에 강한 도시의 조건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작자 미상
범숙학교의 기적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아이의 근시, 안경만 쓰면 끝?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구체적 로드맵부터 마련하라
동남권 건강지표 ‘빨간불’…촘촘한 의료 안전망 구축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니트 세대와 한국 노동시장의 불편한 현실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공정함이 만드는 브랜드 가치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