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대를 발표하면서 불거진 의정 갈등이 6일이면 1년째다. 정부가 내년도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와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한 수련 및 입영 특례 적용을 발표했으나 의료계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보인다. 이에 따른 고통과 피해는 국민 몫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서둘러 해결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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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대를 발표하면서 불거진 의정갈등이 1년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4일 오전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
정부의 유화책에도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의정 갈등 이전 전국 수련병원에 있던 전공의 1만3531명 중 1171명 만이 수련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에선 사직 전공의의 2.2%인 199명 만 복귀를 택했다. 신규 의사 배출도 지난해의 8.8%인 269명으로 급감했다. 3월에도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고 의대생이 휴학을 고집하면 의료 파행 돌파구를 찾지 못할 우려가 크다.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으면서 이들의 빈자리를 메우던 의대 교수들이 과중한 업무에 병원을 떠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부산대병원의 경우, 혈액종양내과 교수 5명 중 3명이 그만두기도 했다. 의대 교수가 줄면 신입 의대생을 교육하고 전공의를 수련하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정부가 의대 증원이 필요한 근거로 지역 병원과 필수 의료 의사 부족을 내세웠으나 오히려 공백이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 1년간 의료정상화를 위한 의정간 대화가 몇 차례 있었으나 진전이 없다. 지난해 11월 여야의정 협의체가 야당과 주요 의료단체가 빠진 반쪽 형태로나마 출범했음에도 의대 정원을 놓고 입장차만 확인하며 제 역할을 못했다. 올 들어 이주호 사회부총리와 김택우 의사협회 회장 비공개 회동 역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부가 의정갈등을 유발한 점을 사과했으나 의료계는 이미 선발한 의대 신입생 규모를 줄이거나 내년엔 의대생을 선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실현하기 어려운 주장을 고수한다.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이번 사태의 주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의료계가 대안없이 증원을 반대만 하면 집단이기주의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정부와 의료계가 이달 중 협상을 끝내지 않으면 학사 일정상 내년도 의대 정원은 정부 계획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의료 파행 출구 찾기는 더 꼬인다. 정부와 의사단체가 기 싸움을 벌이는 사이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아다니는 ‘응급실 뺑뺑이’ 사태는 여전하다. 또 의료 공백 대응을 위한 비상진료체계에 막대한 돈이 투입되면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경영이 악화된 수련 병원 지원,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3조3000억 원을 투입했다. 사회적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제라도 정부와 의료계는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오는 14일 여는 의료인력 추계기구 관련 입법 공청회가 대화의 물꼬를 틀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