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는 곧 한계에 직면할 겁니다.”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부산 개최를 앞두고 취재차 찾았던 중국 상하이에서 한인 유학생에게서 들은 말이다. 당시 중국 경제는 연평균 10% 이상 수직 상승 중이었다. 그럼에도 ‘성장 피크론’이 공공연했던 건 중국식 일당독재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론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20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47년이 흐른 지금, 중국은 여전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미스터리한 나라다.
 |
보통 후발주자는 기술경쟁에서 뒤처지게 마련인데, 선발주자의 시행착오를 보완해 지름길을 찾기만 하면 반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후발자 우위 이론’이다. 고도성장기 한국처럼 요즘 중국이 여기에 제일 부합한다. 결제시스템만 봐도 그렇다. 대다수 기술 선진국은 현금에서 신용카드로 일단 넘어갔다가 모바일로 향했지만, 중국은 신용카드 단계를 건너뛰고 현금에서 모바일로 직진했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모바일 결제시스템이 노점상까지 보편화된 게 중국에선 10년 넘었다. 알리페이 위챗페이 같은 토종 빅테크 기업 덕분이다.
지난달 말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 충격 이후 중국 기술력에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가성비 좋은 비야디 전기차가 한국에 들어왔고, 로봇 청소기 시장은 중국이 벌써 장악했다. 이커머스 역시 알리 테무 쉬인 같은 중국 플랫폼에 야금야금 먹히는 중이다. 과거 중국은 단순 생산기지에 불과했지만 디지털 사회로의 발빠른 전환을 무기로 정보기술(IT) 초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 속도와 수준은 ‘차이나 포비아’(중국 공포)란 말이 더 이상 서구의 엄살로 치부되지 않을 정도다.
시진핑과 권력경쟁에서 밀려난 리커창 총리는 작고 전 중국의 이면을 들춘 적이 있다. 14억 인구 중 6억 명이 월 수입 1000위안(약 17만 원) 미만이라는 폭로다. 극심한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도시엔 최첨단 안면인식기능이 탑재된 폐쇄회로(CC) TV 수천만대가 24시간 돌아간다. 주요 IT 기업은 정부 기관이 수시로 고객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뒷문을 열어놓았다. 21세기판 빅 브라더를 가능케 하는 시스템이다. 딥시크가 톈안먼사태 같은 민감한 질문에 답을 회피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국은 이미 사드 파동을 겪어봤다. 중국 정부가 자국에서 힘쓰던 방식을 대놓고 외국에 적용한 경우다. 법에 둔감한 사람이 힘을 가질 때 더 무서운 법이다. 우리 바로 곁 중국이라는 존재가 그렇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