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확증편향’과 민주주의의 위기

강내영 경성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 강내영 경성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  |   입력 : 2025-01-22 19:13:21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은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집착하고, 상반되거나 다른 입장을 가진 정보에 대해서는 애써 무시하려는 인지적 편향성을 말한다. 자신이 보고 싶거나 듣고 싶은 것에만 치중하며 자기만족적 위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누구든 손쉽게 빠져드는 특징이 있다. 확증편향은 좌절이나 실패를 겪은 개인에게 자기위안을 주며 회복탄력성을 높여 주고, 조직이나 단체에서는 공통의 신념으로 결속을 강화할 수 있는 긍정성이 있다. 문제는 확증편향의 담론이 공동체의 어젠다를 다루는 공론장(公論場)으로 확장될 때 발생하는 적대적 태도와 소모적 갈등이다. 확증편향은 객관적 ‘사실’과 ‘진실’보다는 자신이나 집단의 신념과 주장을 추종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 공존을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한국 사회 및 성격 심리학회’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 사회가 주목해야 할 사회심리 현상’으로 확증편향을 선정한 것은 시대적 위기감이 작동한 결과이다. 학회에 따르면 빠른 의사결정을 위한 선택적 정보 취합,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 유튜브를 포함한 SNS 알고리즘 영향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확증편향이 개인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사회병리학적 대상으로 급부상한 것은 최근 우리 정치권이 보여준 적대적 진영논리와 협치정신 부재라는 부끄러운 정치행태 탓이 크다. 우리 헌법에서 말하는 민주공화국 가치는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소통과 타협이라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 속에 제도화하는 과정에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와 정치권은 길을 잃었다. 상대방에 대한 혐오과 적대감을 동원한 과잉 확증편향은 시대적 유행이 되었고, 소통과 타협의 민주주의 가치는 진영논리에 기반한 SNS와 아스팔트 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민주주의 최종 보루인 정치권마저 여야 각자의 진영논리를 총동원하여 상대방을 공격함으로써 권력을 추구하는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기형적인 정치생태계로 변질되고 있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정치권의 과잉된 편가르기가 톱-다운(top-down)식으로 재생산되어 우리의 일상생활 속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이다. 동네에서 만나는 이웃들, 직장에서 부딪히는 동료들, 단톡방에서 친분을 나누는 친구들, 심지어 가족 사이에도 정치권에서 양산한 진영논리로 균열과 반목을 겪는 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는 확증편향 시대가 초래한 민주주의 위기의 절정판이다. 우리 국민은 그날 군대를 동원한 폭거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유신시대의 망령을 떠올렸다. 비상계엄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지도자 개인의 그릇된 확증편향이 낳은 국가적 범죄행위는 우리 사회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지우기 힘든 역사적 트라우마를 남겼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우리 사회가 더 염려스럽다. 정치·경제적 이권을 추구하려는 모리배들과 일부 유튜버들의 확증편향 논리는 비상계엄 사태 이전보다 더 강하게 전사회적으로 파고들면서 우리 사회는 국론분열을 넘어 거의 심리적 유사내전 상태를 겪고 있다.

광화문 광장에서 응원봉을 든 20대 여성과 태극기를 흔드는 할아버지는 서로 껴안을 수 있을까. 프랑스 철학자 푸코는 한 사회의 담론은 고정된 것이 아니며 얼마든지 새로운 권력에 의해 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의사소통의 합리성을 주장해온 독일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는 공론장에서의 자유롭고 이성적인 논의와 오류의 개연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시민문화가 민주주의의 요체라고 말한다.

지금부터라도 사회적 공론화 차원에서 확증편향이 초래한 민주주의 위기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질문해야 한다. 훼손된 민주주의 가치를 복원해 국민통합적 사회질서를 재정립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시인 허수경은 고단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므로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라는 역설적 희망을 노래했다. 지금 우리는 확증편향 시대를 살아가므로 얼마나 지혜로운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3. 3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4. 4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5. 5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6. 6[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7. 7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8. 8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9. 9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10. 10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3. 3‘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4. 4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5. 5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6. 6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 헌법 조문화, 이제는 실천할 때"
  8. 8김민석, 강훈식 서울시장 후보론에 “가능성 열려있다”
  9. 9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10. 10李 대통령 지지율, 2주 전보다 소폭 오른 44%…부정 평가 49%
  1. 1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2. 2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3. 3‘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6. 6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7. 7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8. 8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9. 9커피향 가득한 미래 작가들 ‘사랑방’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5일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6. 6“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6일
  8. 8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9. 9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0. 10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배재정 전 의원 실형 구형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5. 5[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은정이라는 이름
다시 영화의 시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초대 중수청장, 내편 네편 아닌 국민편에 서라
지자체, 현수막 법 준수하고 실태부터 파악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