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본격적인 변론이 시작됐다. 헌법재판소는 16일 2차 변론을 열어 심리를 진행했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야간 조사를 이유로 이날 변론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헌재는 재판관 전원이 참석해 논의한 후 기일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일을 바꿔야 할 만한 사유가 아니라고 봤다. 다음 달 4일까지 앞으로 세 번의 변론기일 외에 추가로 3회를 정했다. 국회 소추인단과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과 전후 행위가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두고 치열하게 다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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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두번째 변론기일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에 부정선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부정선거로 국정이 문란해져 민주주의 근간을 바로 세우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했다. 중국·북한의 선관위 해킹과 가짜 투표지 투입 시도 등을 예로 들었다. 또 군인들에게 무력 사용을 지시한 적이 없는 평화적인 계엄이었다고 설명했다. 국가원수인 대통령만이 비상계엄 발동 요건인 국가비상사태를 판단할 수 있다는 논리도 펼쳤다. 반면 국회 대리인단은 윤 대통령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의 안전을 크게 위협, 파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시·사변이 아닌데도 계엄을 선포했고 정상적 국무회의를 거치지 않았으며, 국회 활동을 제한해 헌법과 계엄법을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헌재 재판에 불만을 드러냈다. 대통령 탄핵 심판은 더불어민주당이 바라는 대로 토끼 뛰듯 처리하고, 한덕수 국무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 심판은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거북이 걷듯 진행한다고 비판했다. 대통령 사건은 어느 것보다 중차대하다. 헌재도 다른 사건보다 최우선으로 대통령 사건을 심리하겠다고 공언했다. 대통령 사건 외에도 탄핵 심판 사건이 10건이나 더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다른 사건 진척이 더디게 느껴질 수 있다. 여당은 헌재를 몰아붙이지 말고 차분히 재판을 지켜보길 바란다. 헌재는 헌정 질서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양측 주장을 살펴 재판을 공정하게 진행해야 하겠다. 문형배 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임기 만료일인 오는 4월 18일 전에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예정된 공수처 조사를 전면 거부했다. 대신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을 신청했다. 내란 수사권이 없고 관할이 아닌 곳에서 발부한 체포영장으로 진행되는 수사에는 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공수처를 향해 “사법 쿠데타를 일으킨 민주당의 사병 집단”이라고 비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윤 대통령은 체포된 상태에서도 일방적인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초지일관 법 기술을 이용해 절차를 지연시키려는 듯하다. 탄핵심판 재판도 지체시킬 의도가 보인다. 앞으로 헌재 재판마저 늦춘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그에게 되돌아갈 것이다. 평소 강조해온 법치주의를 신봉하는 대통령답게 재판에 성실히 임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