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GDP) 규모 세계 12위, 1인당 국민소득 3만6000달러, 아시아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 유엔 등 국제기구가 인정한 선진국, 음악 영화 음식 등에서 세계문화를 선도하는 국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G20(주요 20개국) 회원국. 올림픽·월드컵 개최지.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국격을 나타내는 지표다. 최근 이민자 증가율이 OECD 국가 중 영국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전쟁, 군부독재, 외환·세계금융 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을 이겨내고 이뤄낸 성과다. 국민의 피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 체포를 위해 국가 공권력이 서로 충돌하게 된다면 세계가 대한민국의 국격 추락을 지켜보게 될 것”이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을 비판했다. 앞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대통령 관저에서 (대통령을) 수갑 채워 끌고 가는 것은 국격을 엄청나게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재집행이 국격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반대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한 게 있다. 사건의 선후를 따지지 않았다. 12·3 비상계엄으로 이 모든 사달이 났다. 윤 대통령이 반헌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하지 않았다면 체포영장도 없었을 것이다.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만 응했어도 마찬가지다. 계속해 국격을 훼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이들은 모르는 것 같다. 대외신인도가 추락해 경제가 벼랑 끝으로 가는데도 말이다.
사람의 품격은 인격이고, 국가의 품격은 국격이다. 사람에 있어 품격은 바탕과 성품을 뜻한다. 국가에 있어 품격은 추구하는 가치를 지칭한다. 대한민국의 가치는 헌법에 있다. 자유·민주·평화·주권재민이 핵심 가치다. 느닷없는 비상계엄은 헌법 가치에 어긋난다. 국민의 자유를 말살하려고 했다. 절차가 민주적이지 않았다. 군인을 동원한 반평화 행위다. 무엇보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국민에게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언론자유 부패 자살 출산율 교통사고사망률 등이 거론된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게 생겼다. 최근 10년 새 선진국 중 유일하게 비상계엄을 발동한 국가다. 에콰도르(2024년) 미얀마(2021년) 필리핀(2017년) 태국(2014년) 등이 계엄을 선포했다. 대한민국은 이제 이들과 ‘낮은 국격’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최현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