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싱크홀, 부산시는 후진 행정을 할 것인가?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부산도시환경연구소 소장

  •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부산도시환경연구소 소장
  •  |   입력 : 2025-01-13 18:44:13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재난안전법에 따르면 재난은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구분한다. 싱크홀(땅꺼짐)은 ‘붕괴’ 사고이기 때문에 사회재난이고 인재(人災)에 해당한다. 후진국에서는 싱크홀이 천재(天災)로 뒤바뀐다. 따라서 책임자도 방지대책도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싱크홀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싱크홀이 발생하려면 다음과 같이 3가지 요소가 만족해야 한다. 첫째, 흙과 모래로 구성된 지층(충적층)이 있어야 한다. 둘째, 지하수가 충분히 공급되어야 한다. 셋째, 지하수와 흙(모래)을 받아주는 지하공간이 있어야 한다. 건물 터파기 공사, 터널 공사 등으로 이런 지하공간이 형성된다.

2014년 서울 강남(송파 잠실 등)에서 크고 작은 싱크홀 현상이 여기저기 발생했다. 높이 555m인 123층 롯데빌딩 건설이 한참 진행되던 당시 롯데빌딩이 싱크홀 때문에 무너지리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서울시민은 불안에 떨었다.

이 지역은 한강을 매립해 만든 지역이고, 충적층이 약 20m 정도로 발달되어 있다. 또한 한강과 석촌호수에서 무한대의 지하수를 공급할 수 있고, 롯데빌딩의 터파기 공사와 지하철 9호선의 터널공사 등이 인근에서 진행돼 지하수와 흙을 받아줄 수 있는 지하공간이 형성됐다. 싱크홀이 생겨날 조건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구조다.

당시 서울시는 조사단장인 필자를 포함해 2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싱크홀 조사단을 통해 싱크홀 발생 원인을 찾아내는 등 시민의 불안을 해소시켜야 했다. 전문가들은 롯데빌딩, 석촌호수, 지하철공사, 광역상수도, 폐상수관, 노후화된 하수관로 등을 싱크홀 발생 원인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싱크홀을 발생시킨 가장 결정적 원인이 무엇인지는 오리무중이었다.

문제를 단순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땅속에 집채만 한 큰 공간이 생기려면, 그 흙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를 알아야 한다. 흙이 상수관(수돗물)으로 유입되면 난리가 날 것이고, 하수관로로 인한 싱크홀은 규모가 작다. 롯데빌딩을 건설하기 위한 지하 터파기(깊이 46m 정도) 공사장으로 흙이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터파기 공사가 완료됐기 때문에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대규모 싱크홀은 지하철공사 터널을 따라 발생했고, 최종적으로 밝혀진 결정적인 원인은 터널 안으로 유입된 흙이었다. 즉 지하철공사의 부실 관리가 가장 큰 문제였다. 지하수가 발달된 지역에서 지하공사를 하면 지하수가 공사장으로 유입되는데, 흙은 지하수와 섞여 흙탕물 형태로 움직인다. 석촌호수와 한강 물이 지속적으로 공급돼 흙탕물이 흐르게 되는 것이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자 적절한 대책이 마련됐다. 지하안전 특별법이 2016년 제정, 2018년 시행되는 등 지하공간을 안전하게 개발하고 공공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일정 규모 이상 지하공사를 하려면 지하안전평가를 해야 하고 그 주요 평가항목은 지반 및 지질 현황, 지하수 흐름조사, 굴착공사에 따른 지반안전성 분석과 주변 시설물의 안전성 분석 등이다. 서울시는 지하굴착 심의제도를 부활시켜 지하공사의 안전성을 더 강화했다.

부산시에서도 크고 작은 싱크홀이 발생해 시민이 불안에 시달렸다. 2023년 만덕 지하도로(터널)에서 싱크홀이 발생했으나 부산시는 사고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그냥 덮었다. 강서구 명지 등지에서 발생한 싱크홀도 적당히 넘어갔다. 원인 분석이 없었으니 당연히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2024년 사상~하단선 지하철 공사구간에서 11건의 싱크홀이 발생했지만 부산시는 분석과정에서 결정적인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단지 공법변경, 우수박스 부실, 차수벽 부실 등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핵심적인 질문은 이것이었다. 트럭 2대가 처박힌 싱크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던 흙은 어디로 갔는가이다. 부산시는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어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하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결국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재난 대응 방식이다.

낙동강변 모래 위에 발달한 도시(사상 사하 등)와 김해평야 일원은 충적층 위에 있고 낙동강 물이 지하수 공급원이 되기 때문에, 터널 공사와 터파기 공사를 진행하면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는 충분조건을 갖췄다. 앞으로도 많은 공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부산시는 지하안전특별법에 근거해 싱크홀 발생의 위험성을 줄여야 한다. 인재를 덮으려는 부산시의 후진행정 대신 비록 천재라도 인재의 요소를 찾아 제도개선을 하는 선진행정이 필요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 다시만난 부캉이,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부근 항만서 유영 확인
  2. 2[속보] 김정은, 중대장대회 지도.. "군사 혁명 다그치자는 것"
  3. 3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모레까지 최대 120㎜ 이상
  4. 4[속보] 추미애, ‘예산 전액 삭감’ 경기도 순직 소방관 추모행사 참석
  5. 5면세구역서 주운 담배 반출하다 걸린 직원, 징계 피해 퇴사 후 재입사
  6. 6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 27일 재심의…승인 여부 촉각
  7. 7한전, 사채 한도 19조 초과 위기에 '전기요금 인상론' 재개
  8. 8[속보]통일부 “김정은 방중…오늘 신압록대교 통해 단둥 도착” 사망설 일축
  9. 9인천서 노루 사냥 엽총에 밭일하던 80대 부상... "앉아 있어 못 봤다"
  10. 10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7.8원… 전주보다 0.5원 ↓
  1. 1[속보] 김정은, 중대장대회 지도.. "군사 혁명 다그치자는 것"
  2. 2[속보]통일부 “김정은 방중…오늘 신압록대교 통해 단둥 도착” 사망설 일축
  3. 3국힘 "與 신천지 개입설, 그토록 좋아하는 특검으로 밝히자"
  4. 4與, ‘혁명가 박정희’ 포럼에 “국힘, 역사 왜곡 정당이냐” 비판
  5. 5[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6. 6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7. 7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8. 8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9. 9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10. 10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1. 1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 27일 재심의…승인 여부 촉각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7.8원… 전주보다 0.5원 ↓
  3. 3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4. 4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5. 5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6. 6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7. 7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8. 8[뭐라노] 북극항로 개척자들 “사투 끝 새 역사”
  9. 9[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10. 10"해양 위협하는 발전소 온배수, 5년간 바다에 3700억t 배출"
  1. 1[속보] 다시만난 부캉이,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부근 항만서 유영 확인
  2. 2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모레까지 최대 120㎜ 이상
  3. 3[속보] 추미애, ‘예산 전액 삭감’ 경기도 순직 소방관 추모행사 참석
  4. 4면세구역서 주운 담배 반출하다 걸린 직원, 징계 피해 퇴사 후 재입사
  5. 5한전, 사채 한도 19조 초과 위기에 '전기요금 인상론' 재개
  6. 6인천서 노루 사냥 엽총에 밭일하던 80대 부상... "앉아 있어 못 봤다"
  7. 7제30호 태풍 '참피' 북상, 24일 오후 6시 기해 부울경, 전남 광주, 제주도 풍수해 재난위기경보 '주의' 격상
  8. 8[속보]서울 강서구 '모친 살해'혐의 40대 딸, 24일 구속심사 받아
  9. 9전북 전주서 승용차 가로수 들이받고 넘어져, 30대 운전자 사망
  10. 10이태원참사 4주기 시민추모대회 참석 한성숙 총리 "깊이 사과드린다"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if, 손아섭
교육이라는 희망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기초의회 의정비 증액,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특별감찰관 부활, 임명보다 실질적 감찰이 중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