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냄새야?” 지난 뜨거운 여름 어느날 아파트 복도에서 소변냄새가 진동을 했다. 누가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주민들은 다들 경악했다. 그런데 갑자기 의심이 시작되었다. 대상은 이웃에 사는 발달장애인이다. 주민들은 일전에 소음문제로 민원을 제기했었는데 그때 발달장애인이 혼자 사는 것을 보고 의아해하던 차였다. 관리사무소, 지역장애인복지관에서 모두 나서서 상황을 확인했으나 아무 근거없는 의심이었다. 결국 주민들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턱대고 의심해서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
2024년 11월 현재 부산의 등록장애인은 17만4346명, 그중 발달장애인은 1만6113명이다. 이들은 어디서 살고 있을까? 혹자는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살고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통계자료상 전국의 등록 장애인 1% 정도가 시설에 거주하고 있다. 부산의 등록장애인 중 거주시설에 살고 있는 1%가 모두 발달장애인이라 가정하더라도 1만4000명 이상의 발달장애인은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우리 이웃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가족을 이루기도 하고, 보호자와 함께 살기도 하며 때로는 혼자 살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이 평범하게 나의 이웃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려움이 많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팬데믹이라는 사상 초유 상황에서 보고싶은 사람을 보지 못하고, 가고싶은 곳을 가지 못하는 사회활동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에게 이러한 어려움은 일상이다. 의사표현과정에서 나타나는 행위를 불편하게 생각하거나 두려워하는 시선, 혹은 혼자 바깥에 나와서는 안된다는 막무가내식 과잉보호의 시선. 이런 시선은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사회활동을 위축시키고 집안이라는 곳에 갇혀 지내게 만든다. 발달장애인에게 배리어프리는 물리적환경뿐만 아니라 사회적 시선들과 무관하지 않다.
발달장애인 청소년들은 학교를 다니고 성인들은 직장을 다니며 경제활동을 하거나 그러지 못하면 주간활동제공기관, 주간이용시설 같은 곳을 낮동안 이용하기도 한다. 때로는 강아지를 산책시키기도 하고 은행에 볼일을 보기 위해 가기도 하며, 스포츠센터를 이용하러 다니기도 한다. 당신은 아마 출퇴근길에서, 혹은 동네 주위에서 언젠가 한 번쯤은 만난적이 있을 수 있다.
발달장애인은 이처럼 주위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이웃이다. 그러나 우리는 발달장애인을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앞의 에피소드처럼 마을에서 문제가 생기면 무턱대고 발달장애인을 먼저 의심하고 있지는 않은가? 발달장애인은 혼자살 수 없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수영장 도서관 식당에서 독특한 의사표현행위나 상동행동과 같은 모습들이 보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그들을 일상에서 배척하고 분리하려고 하지는 않는가?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런 장애가 있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학교 집, 어디서든 배운 적이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 게 맞는 건지 몰랐다구요.” 2년 전 한 드라마의 대사는 우리의 현실을 표현했다. 요즘은 직장에서의 장애인인식개선 교육이나 학교에서의 통합교육 등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지만 여전히 발달장애인을 대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 또한 현실이다.
발달장애인의 보호자들은 한결같이 이야기한다. 내가 죽고나면 내 아이는 어떻게 될까? 나 없이 과연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사기를 당하거나 괴롭힘 당하지는 않을까? 아주 특별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발달장애라는 이유로 업신여김받지 않기를 바라며, 살던 곳에서 평범한 이웃으로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발달장애인을 위한 정책들이 부족하지만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가의 정책만으로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들 역시 이웃과 부대끼며 함께 살아가는 지역사회 구성원이다. 그들에게 이웃의 존재는 너무나 소중하다. 당신은 발달장애인의 소중한 이웃이 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제 내가, 우리 사회가 준비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