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저하고(상반기에 저조하다 하반기에 개선)가 될지, 상고하저가 될지조차 예상할 수 없다.”
올해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은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달 27일 기자들에게 한 이 한마디의 말로 요약된다. 경제 주체가 가장 우려하는 ‘불확실성’이 워낙 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런 비관론은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그대로 반영됐다. 정부는 지난 2일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8%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2.2%)보다 0.4%포인트나 낮춰 잡은 것이다.
경제정책방향(경방)은 경제부처가 한 해 발표하는 자료 중 규모가 가장 크고 중요한 이벤트로 꼽힌다. 민생경제 안정을 위한 단기 대책과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중장기 과제 등이 성장률 전망치와 함께 담기기 때문이다. 다만 경방에서 제시되는 정부 눈높이(전망치)와 국내외 기관이 자체적으로 발표하는 전망치 사이에는 다른 점이 있다. 언뜻 보면 성격이 같아 보이지만 정부 전망치에는 ‘목표’ 개념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내놓는 수치는 통상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민간 기관보다 비교적 높게 나오고, 때로는 ‘정부가 장밋빛 전망을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런데 올해는 정부 수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나 국제통화기금(IMF·2.0%)은 물론 한국은행(1.9%)보다 낮게 나온 것이다. 그만큼 1.8%라는 전망치는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정부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한국 경제의 현 상황과 대내외 리스크를 보면 정부의 이런 판단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바깥에서는 미국 신정부 출범(오는 20일)과 통상환경 급변 등 외풍이 불어온다. 안에서는 비상계엄·탄핵 정국과 그에 따른 국가 리더십 공백 등으로 우리 경제가 유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산하 경제교육·정보센터가 산출한 ‘경제불확실성지수’가 역대 최고치(지난해 12월 기준 523.99)를 기록한 것은 한겨울 추운 날씨만큼이나 혹독한 현실에 처한 우리 경제의 현 상황을 그대로 대변한다.
그렇다고 외부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안에서 고착화된 경기 침체 리스크를 마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올해 주요 그룹 총수의 신년사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에 방점이 찍힌 것처럼 복합 리스크에 냉정하게 대처하고 경제 주체의 역량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기 위한 민관의 총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하나를 예로 들겠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큰 타격이 우려되는 국내 업종 중 하나는 배터리다. 미국 신정부가 ‘전기차 공급망’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다 바이든 행정부가 설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보조금 혜택이 축소 또는 폐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배터리 업계에는 이런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기류가 있다.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 제품에 불이익을 더 크게 주는 방안을 구상 중이어서 중국과 경쟁하는 국내 배터리 기업은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다. 결국 우리 기업이나 정부가 미국 업계 및 정책 당국과 아웃리치(접촉·설득)를 넓히고 ‘한국 기술력이 중국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 트럼프 정책 추진에 따른 위기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재정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도 올해 경제 불확실성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정부가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각종 민생 대책으로 급한 불을 끌 수는 있겠지만, 경기 부진을 구조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 때문에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이나 투자 활성화를 위한 추가 규제 완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하지만 정부는 “경기 보강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등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더 깊은 늪에 빠질지, 전화위복의 계기를 맞을지 기로에 서 있다.
이석주 세종본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