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저출생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저출산 기준선’이 합계출산율 1.7인데, 우리나라는 1985년에 이미 합계출산율이 1.7 아래로 떨어졌다. 무개념·무대책이 지속된 끝에 2002년 합계출산율은 OECD의 ‘초저출산 기준선’인 1.3 아래로 떨어졌다. 이런 치명적 인구 위기에도 역대 정부의 대처는 너무나 안이했다. 급기야 2018년 합계출산율(0.98)은 1.0 아래로, 2023년엔 0.72로 추락했다. 지난 30년 동안 복지국가 담론과 정책을 연구하면서 경제·복지 체제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저출생·고령화 문제를 제기하고 공론화하는 데 힘써온 필자도 합계출산율이 이렇게까지 추락할 줄은 몰랐다.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모든 복지국가에서 고령화 이슈는 핵심적 도전 과제이지만 우리나라처럼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다. ‘고령화의 속도’ 차이 때문이다. 노인인구 비율 7% 이상을 고령화사회, 14% 이상을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가 되었다.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가는 데 프랑스 154년, 미국 94년, 독일 77년, 일본은 36년이 걸렸는데, 우리는 24년 만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무서운 것은 ‘고령화의 속도’인데, 우리나라는 지속 가능성이 위태로울 정도의 전무후무한 신기록을 세우고 말았다.
‘OECD 보건 통계 2024’를 보면, 우리나라의 기대수명(83.6년)은 OECD 평균(80.6년)보다 3년 길다. 1위인 일본(84.1년)에 0.5년 차로 바짝 다가섰고, 스위스(83.7년)에 이어 OECD 3위다. 장수는 축복이지만, 우리나라처럼 초고속으로 진행된 고령화가 장기간에 걸친 초저출생에 주로 기인한 것이라면 장수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장수가 경제·사회적 고통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구지진이 그것인데, 장차 지진의 여파가 쓰나미처럼 몰려오면 경제·사회적 지속 가능성은 파국을 맞게 된다. 우리나라는 매년 생산연령인구가 34만 명씩 줄고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특히 25~49세 인구는 2022년 1860만 명에서 구준히 감소해 40년 후인 2060년 910만 명으로 반토막 날 전망이다.
모든 복지국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속 가능한 인구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합계출산율 지표를 중심으로 경제·복지 정책에서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고, 고령화의 속도 조절에 상당 부분 성공했다. 그런데 우리는 실패했다. 게다가 인구지진은 머지않아 닥쳐올 명백한 미래다. 답은 하나밖에 없다. 예정된 인구지진의 강도를 최대한 줄임으로써 경제·사회적 지속 가능성의 단절이라는 거대한 쓰나미를 예방하는 것이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고령화의 속도’가 빨랐던 만큼, 우리나라는 경제·복지 개혁과 같은 제도적 대응의 규모와 속도도 크고 빨라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21일,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은 노인 기준 연령을 75세까지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고, 정부와 언론·전문가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2023년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에서 ‘노인 스스로가 생각하는 노년기 시작 기준 연령’은 평균 71.6세였고, 2022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에서는 평균 72.6세였다. 일반 국민의 견해도 마찬가지였다. 2023년 한국갤럽 설문 조사(1002명) 결과, 노인 기준 연령을 70세로 올리는 방안에 찬성과 반대는 ‘60% 대 34%’였다. 2015년 같은 조사에서는 찬반이 ‘46% 대 47%’로 팽팽했으나 8년 만에 찬성으로 기운 것이다. 이렇게 노인 기준 연령의 상향에 동의하는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은 인구 위기의 본질과 심각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확산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노인 기준 연령의 상향은 독립된 정책 사안이 아니라 복지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지을 경제·복지 정책의 틀을 바꾸는 거대 개혁이다. 여기서 우리의 전략은 인구 위기를 대비하고 닥쳐올 상황에 적응하는 것인데, 그 핵심은 고령자의 경제활동 기간을 최대한 늘림으로써 자신의 노후를 더 많이 준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확립하는 일이다. 지금은 다소 급진적인 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필자는 현재 63세인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가 되는 2033년까지 노인 기준 연령을 70세로 높이고, 이후 5~10년마다 1세씩 높이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따라서 2033년을 기점으로 생산연령인구의 나이 상한도 현행 64세에서 69세로 높이고, 법적 정년도 60세에서 65세로 높여야 한다. ‘고령자 고용보장 국가 책임’ 차원에서 고용 취약 및 중소기업 고령자부터 시작해서 중견기업과 대기업·공기업·공무원에 이르기까지 고령자의 고용보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면 된다. 또 노인복지의 현물 급여인 보건·의료·복지 서비스는 나이가 아니라 평가에 의한 개인별 ‘필요의 원칙’에 따라 제공하고, 기초연금은 2033년부터 지급 연령을 70세로 상향하되 하위 소득 계층에게 더 두툼하게 지급하고, 무임승차 등의 현금성 복지 지원 기준도 70세로 높이는 게 옳다. 이와 함께 반드시 추진해야 할 것은 가난한 노인을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의 확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