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LCC(저비용항공사) 부산 본사 유치’ 논의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한 달콤한 유인책이다. 2020년 11월 16일 산업 경쟁력강화 장관 회의 직후 당시 국토교통부 김상도 항공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통합 FSC(대형항공사)’는 인천공항을 기반으로 집중 운영하고 ‘통합 LCC’는 다른 지방공항을 기반으로 새롭게 영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다른 지방공항을 기반으로’란 부산에 통합 LCC 본사를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국토부는 ‘듣는 이(부산)’로 하여금 ‘통합 LCC를 부산에 둔다’는 뉘앙스를 풍기되 ‘통합 LCC 본사를 부산으로 한다’고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은 셈이다.
이후 대한항공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지원을 받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도 ‘에어부산 논의’에 대해서는 발뺌하기 시작한다. 대한항공 우기홍 대표이사는 2020년 12월 2일 기자 간담회에서 “LCC 통합 본사를 부산에 두는 일에 관해 지역 주민, 관련 기관, 직원, 새로운 경영진이 잘 협의해서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서울에 근거를 둔 진에어 직원들이 부산 본사 이전 논의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게다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인천을 통합 LCC 거점으로 삼겠다고 밝히기에 이른다.
이제 ‘통합 LCC 본사 부산 유치’에 대해 실익이 있는지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달 18일 부산경제포럼’에서 “통합 LCC 본사 유치 문제를 도와주지 않으면 ‘부산 홀대’라는 메시지를 곳곳에서 던질 필요가 있다”고 하는 등 통합 LCC 본사 유치를 추진하는 발언을 계속 했다. 공무원 입장에서 보면 항공사 본사 유치가 아주 중요한 업적이 될 수 있겠지만 득보다는 실이 많다.
3개 LCC가 통합하면 부산 항공사는 사라진다. 김해공항의 항공 수요는 인천공항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아 통합 LCC가 출현하면 인천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도 아닌 민간 항공사가 부산에 본사를 둘 리도 없고 두더라도 ‘껍데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에어부산이 통합 LCC에 편입되면 지역 청년 일자리는 더 줄어든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에어부산 임직원은 1398명이었고 이 중 70%(약 979명)가 부울경 출신이었다. 통합되면 앞으로도 부울경 청년들에게 이 정도 규모의 일자리가 보장될 수 있을까. ‘화학적 결합’이라는 이름으로 부산 거주 직원을 다른 지역으로 발령내지는 않을까.
에어부산은 김해~김포 노선 여객 점유율 40%를 담당한다. 에어부산이 있어 타 항공사도 취항한다. 타 항공사는 이 노선에서 철수한 적도 있고 공급을 대폭 줄이기도 한다. 때에 따라 기체(여객기)를 해외에 투입하면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부산에서는 9월부터 11월까지 부산국제영화제, 게임전시회 지스타, 불꽃축제가 이어진다. 수도권으로부터 많은 관광객이 유치되는 이때에는 열차표 구하는 게 매우 어렵다. 급한 일이 생기면 열차든 비행기든 공급 좌석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대한항공이 운영할 통합 LCC가 김해~김포 공급을 줄이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부산시가 추구해야 할 것은 실리다. 올해 상반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역 상공계와 힘을 합쳐 주요 정당 대선 후보에게 ‘에어부산 분리 매각’이든, ‘에어부산 독립 법인화’이든 에어부산의 법인격이 유지되도록 공약을 제안해야 한다. 본사 유치라는 달콤함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 그래야 새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되고 새 정부는 정책으로 추진하게 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는 산업은행 자금이 8000억 원이 투입돼 대통령이 개입할 여지가 매우 크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항공 모회사 한진칼 지분 10.58%를 보유한 단일 주주로서 최대 주주다. 조원태 회장 및 그 우호 지분(19.95%)에 이은 2대 주주다. 대통령은 정부를, 정부는 산업은행을,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을 움직인다. 부산시장이 만나야 할 사람은 대통령이지 조원태 회장이 아니다.
정옥재 서울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