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국은 1930년대 일본제국주의가 지금의 중국 러시아 몽골 일대에 세운 괴뢰국이다. 부산은 일본이 한반도를 거쳐 만주국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거점이었다. 사람과 돈이 몰려 들었다. 함경도와 강원도에 풍부한 삼림과 광물을 만주와 일본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무엇보다 급한 건 철도였다. 만주 대륙과 일본 섬을 잇고 일제의 자원 수탈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탄생한 인프라가 동해안을 따라 놓인 동해선이다.
동해선은 경의선과 함께 한반도를 세로로 이어주는 철길이다. 부산에서 두만강까지 전체 1276㎞에 달한다. 남한의 동해선은 위치에 따라 동해남부·중부·북부선으로 나뉜다. 한반도 동해선과 러시아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연결 가능성은 여전히 많은 사람의 상상 속에 살아있다. 성사되기만 하면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북한을 거쳐 러시아와 유럽으로 가는 꿈의 여행이 실현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서 동해선의 남북 단절 구간을 살려보려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윤석열 정부 들어 북한은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로 침목을 제거하고 완전한 단절 모드에 들어갔다.
부분별로 찔끔찔끔 공사하던 동해선(부산~강릉)이 드디어 완성돼 새해 1월 1일부터 운행한다. 경북 포항과 강원 삼척간 동해중부선 166.3㎞가 총 사업비 3조4000억 원을 들여 15년 만에 완료된 덕분이다. 동해중부선 1단계 포항~영덕 구간은 지난 2018년 개통했다. 동해남부선은 부산(부전)~일광이 2016년, 울산~포항이 2021년, 일광~울산이 2022년 완공됐다. 동해북부선도 강릉~제진(고성) 구간을 제외하곤 완결됐다. 강릉에서 동해 삼척 울진 영덕 포항 경주 울산을 거쳐 부산에 도착하는 총 363.8㎞ 구간이 열리면 강원 경북 울산 부산 등 동해안 4개 광역시·도가 일일생활권으로 묶인다. 부산에서 강릉까지 3시간 50분이면 된다. 안 그래도 동해선 새해 첫 열차 예매가 인기리 진행 중이다.
한중 수교 후 지난 30여 년은 서해안시대였다. 하지만 동해안시대의 재도래가 머지 않았다. 100년 전 동해는 수탈과 침략의 경로였지만 이제는 진출과 확장의 교두보이다. 동해선이 해안가에 딱 붙어 지나가는 노선은 아니지만 바다 조망이 열리는 구간은 꽤 있다고 한다. 대통령 탄핵에 무안공항 참사까지 갑진년만큼 다사다난했던 해를 당분간 찾기 힘들 것이다. 동해안에는 해맞이 명소가 많다. 동해선을 타고 가며 바라보는 을사년 새해는 부디 무사와 안녕의 해이기를 기원하는 마음에 너나 없을 듯하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