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청년의 소리] 청년들에게 가혹한 나라

정지우 문화평론가·변호사

  • 정지우 문화평론가·변호사
  •  |   입력 : 2024-12-22 19:26:51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얼마 전, 강연 차 다른 지역에 다녀왔다. 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고 가는데, 해안을 따라 늘어선 건물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그 풍경이 어딘지 쓸쓸해서, 무심코 말을 했다. “해안에 있는 건물들이 다 문을 닫았네요.” 그러자 기사님이 대답했다. “그런지 한참 됐어요. 경기가 최악이에요. 우리 같은 택시 기사들은 몸으로 알거든요.” 나는 그게 언제부터냐고 물었다. “반년은 됐죠. 제가 택시기사 20년은 했는데, 정말 경기가 최악입니다. 이러다 나라 망하겠어요.”

요 근래 이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 그보다 전에는, 한 자영업자로부터 자기가 있는 건물이 5층 건물인데 자기 층 빼고는 전부 공실이라고 했다. 실제로 차를 타고 가다 보면, 건물 몇 층이 통째로 비어있는 게 흔하게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출판업계와 연이 있다 보니, 점점 더 심해지는 출판 시장의 곡소리도 많이 듣게 된다.

개개인의 삶이야 저마다 희비가 있겠지만, 그래도 한 사회의 흐름이 어려운 쪽으로 가고 있는 건 맞는 듯하다. 강연에서 한 청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는 요즘 청년들의 삶이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직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고 했다. 직장을 찾아 친구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고 했다.

수도권에 몰리는 청년들을 향해, 불나방처럼 화려한 것을 좇는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에게 들어보니, 주위 친구들은 모두 직장을 찾아서 수도권이든 기업이 있는 다른 지방에 가는 것이라 했다.

특히, 그가 사는 지역에서는 경력직을 많이 뽑는데 신입 경험을 위해 수도권에 가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화려한 것만 대책 없이 좇기보다는, 자기 삶의 최선을 절실하게 찾고 있다. 어떻게든 한 명의 성실한 주체가 되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어쩌면 대부분일지도 모른다.

최근 한국은행은 외환보유고를 풀어 환율 방어를 하고, 연기금을 쏟아내며 주식시장 하락을 막고 있다고 한다. 그 모든 건 미래에 지는 빚이다. 청년들과 아이들에게 지는 빚이다. 시중에는 돈이 쏟아지고, 환율 상승으로 물가가 상승하며, 청년들은 저축해야 할 돈을 비싸진 밥을 사먹고 월세 내는 데 써야한다. 각종 기금이 고갈되면, 청년들에게 더 걷고 덜 줘야 한다. 머리가 거대해진 인구구조에서, 아래에 속한 청년들은 짓눌리고 착취당한다.

실제로 청년들은 너무나 높은 주거의 벽, 취업하고 자리잡기의 어려움, 힘들어지는 생활고 속에서 결혼과 출산 등을 포기하고 있다.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사랑하지 않고,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는 걸 이제 모두가 알고 있다.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 ‘그냥 쉬었음’이라고 답한 2030 청년 숫자는 70만 명에 이르러,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라고 한다. 이는 코로나19 때보다도 많은 숫자로, 청년들의 ‘단념’에 관한 정서가 짙게 느껴진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 번도 일해본 적 없는 청년들이 아니라, 일을 경험해보고 도저히 희망이 없다고 느껴 ‘되돌아 나온’ 이들이다.

일자리 소득 자산은 모두 양극화되고, 하루하루의 노동이 희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느낌 속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부유’하는 청년들이 유령처럼 도시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게 한국의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한편에서는 한국의 음악 문학 영화 드라마 같은 것들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K-아이돌이나 K-콘텐츠가 유행하고, 최근에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까지 있었다. 그럼에도 실제로 세계에 보이는 그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한국은 안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희망을 이야기하고, 희망의 끈을 이어갈지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이나 책임감 같은 것도 느끼게 된다. 이제 나도 서서히 기성세대로 진입하는 입장에서, 나의 존재나 삶은 과연 이 사회에 의미 있는 희망을 만들고 있나 고민하게 된다. 나도 그런 희망을 조금은 만들어가야 하는 이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청년들에게 가혹한 나라의 미래는 없다. 사회 전체가 이 ‘희망 찾기’에 전력을 쏟아야만 하는 때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2. 2고속도로 달리던 중 렌터카 핸들에서 뱀 출몰…소방 출동
  3. 3진주시, 70여 년 만에 보건소 단독 신청사 건립
  4. 4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5. 5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6. 6반도체 날개 달고 韓 수출 사상 첫 9000억 불 돌파…올해 1조 달러 달성할 듯
  7. 7부산서 ‘불멍’ 즐기다 날벼락…일가족 2명 다쳐
  8. 8진주서 택시 화재…운전자 등 2명 화상
  9. 9[속보]피 토하는 아들 방치하고 사망보험 가입한 보험설계사 母 징역 3년
  10. 10[속보]‘엿새째 무소식’ 부캉이 진짜 떠났나…3일 최종판단
  1. 1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2. 2이 대통령 '순방 외교' 공방, '돼지 눈엔 돼지" 표현 논란도
  3. 3李 대통령 “다문화가정 지원, 문제 시정하는 게 차별 아냐”
  4. 4장동혁 “박근혜, ‘인재들로 총선 이기고 정권 탈환’ 당부”
  5. 5[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6. 6장동혁 “李대통령 ‘황제골프’ 수준 넘어 ‘민폐골프’”
  7. 7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8. 8李대통령 "다문화 지원 필요하나 역차별까지 정당화 안 돼"
  9. 9진성준 뒤늦게 美비자 발급, 野"한미동맹 균열 드러낸 외교 망신"
  10. 10“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1. 1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2. 2반도체 날개 달고 韓 수출 사상 첫 9000억 불 돌파…올해 1조 달러 달성할 듯
  3. 3[속보]‘엿새째 무소식’ 부캉이 진짜 떠났나…3일 최종판단
  4. 4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종합)
  5. 5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6. 6이재용 일본 반도체 패키징 거점 방문, 日 소부장 협력 모색
  7. 7못 말리는 한국 제품 인기…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 눈앞에(종합)
  8. 8은행 부실채권 1년만에 1조3000억 늘었다…8년6개월만에 최대
  9. 9동원개발, 협력사와 손잡고 ‘안전보건 상생’ 다짐
  10. 10국산 비만약 에페 공급가, 마운자로보다 40% 저렴
  1. 1고속도로 달리던 중 렌터카 핸들에서 뱀 출몰…소방 출동
  2. 2진주시, 70여 년 만에 보건소 단독 신청사 건립
  3. 3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4. 4부산서 ‘불멍’ 즐기다 날벼락…일가족 2명 다쳐
  5. 5진주서 택시 화재…운전자 등 2명 화상
  6. 6[속보]피 토하는 아들 방치하고 사망보험 가입한 보험설계사 母 징역 3년
  7. 7부산 영도 조선소 러시아 어선 화재…소방대원 1명 부상
  8. 8[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9. 9[한 손 뉴스] 마르는 회야강에 낙동강 물 공급 검토…양산시 타당성 조사 착수
  10. 10밤부터 비 그치고 월요일 오전 맑아져…평년 기온 보일 듯
  1. 1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2. 2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3. 3‘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4. 4“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5. 5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6. 6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7. 7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8. 8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9. 9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10. 10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호감과 비호감 사이
클릭으로 여는 독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대통령의 SNS 신중함과 절제로 국정 신뢰 지켜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