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가 7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한림원에서 열린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 나섰다. 행사는 노벨위원회 유튜브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강단에 선 한강 작가는 ‘빛과 실’이란 제목의 연설문을 한국어로 읽었다.
그는 “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가 낡은 구두 상자 하나가 나왔다”고 운을 뗐다. 한강 작가는 상자 안에서 일기장들과 함께 여덟 편의 시를 묶어 ‘시집’이라고 이름 붙인 종이를 발견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여덟 살 때인 1979년 4월 지은 시의 두 연을 공개했다.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사랑이란 무얼까 /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 모두 숨을 죽이고 한강 작가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한강 작가는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이 두 질문 사이의 긴장과 내적 투쟁이 내 글쓰기를 밀고 온 동력이었다고 믿었다”고 털어놨다. 좀처럼 해명되지 않는 모순의 해답이 어릴 적 썼던 시에 있었던 셈이다. 작가의 문학 근원엔 언제나 사랑이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은폐되어 온 우리 사회의 과거사 문제를 매우 진지하게 다룬 작가다. 노벨상 수상작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다룬 소설이다. 그는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하는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사실을 소설을 쓰면서 알았다고 밝혔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전두환 신군부의 집권 음모를 규탄하며 벌어진 민주항쟁이다. 신군부는 비상계엄을 선포, 시민 저항군을 무력으로 진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선포한 계엄령에 전 국민이 밤잠을 설치며 분노한 이유다.
앞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도 계엄령과 관련한 질문은 빠지지 않았다. 계엄 선포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그는 “바라 건데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불성립된 이후 우리 사회의 갈등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외신은 한국정치 미래가 밝지 않다고 우려했다.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실로 연결된 우리 국민이 불안과 위기로 점철된 현 상황을 이겨낼 방법은 무엇일까.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