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의 회복을 위해 한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는 한국 조선업의 뛰어난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지금까지 미국 함정의 유지·보수·정비는 일본에서 대부분 이루어졌으나 최근 일본의 기술력과 인프라 시설의 노후화로 한국 조선업체와의 협력이 필요함을 시사한 것이라 생각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환경규제를 완화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LNG(액화천연가스) 관련 프로젝트와 해양시추 플랫폼 건조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고, 우리나라의 LNG선 및 FPSO(부유식 생산 저장 및 하역 설비) 수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글로벌 친환경 규제이행의 지연으로 암모니아, 수소연료 등 친환경 추진선의 도입이 늦어질 수도 있어 대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국 내 선박 건조 및 수리를 우선시하는 ‘Jones Act’와 같은 법안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와 반대로 미국 해운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법령을 완화시킬 것이라는 의견도 있어 정책 변화의 추이를 주시할 필요도 있다.
한화오션은 이미 미국 해군과 MRO(유지보수, 수리 및 운영) 계약을 체결해 군수지원함의 창정비를 진행중이며, HD현대중공업도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 협약을 체결해 향후 5년간 MRO 사업 입찰 참여 자격을 확보했다. 이는 기존 신조선 중심에서 MRO 시장으로의 다변화를 의미하므로 한국 조선업체들이 미국 현지 조선소를 인수하거나 협력해 현지 생산능력을 강화하는 전략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조선산업은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 AI와 IoT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조선소를 구축해 생산공정을 최적화하고, CAD/CAM 시스템과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해 설계 및 생산공정의 디지털화를 통해 숙련공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유연한 비자 정책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확대하고, 국내 대학과 협력해 조선업 취업 장려금을 지원하는 실무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해야 할 것이다. 재직자 재교육·전환 교육을 통해 다른 산업에서 근무하던 기술자들이 조선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 등 장기적으로 정부 기업 학계의 협력을 통해 조선산업의 매력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KOMERI)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조선해양산업 분야의 인력양성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최근 필리핀 노동부 및 산하 기술교육청과 함께 필리핀 내 친환경선박 건조 인력 양성센터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동남아에만 국한하지 않고, 해양 자원에 기반한 경제성장 가능성이 크고, 정부의 산업화 의지가 강한 국가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해 나가야 한다.
조선기자재 산업계도 시장변화에 따라 일반 국방규격을 만족하는 함정용 기자재를 공급하기 위해 기술개발과 품질관리 등의 체질 변화가 요구된다. 지금까지는 국내 조선소의 신조선 수주 및 건조시장에 공급해 왔다면 미 해군함정이라는 새시장이 열리는 기회를 우리 업계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K-국방의 마지막 퍼즐이 될 함정시장을 성공적 수행을 위해 먼저, MRO 수주를 주도할 대기업군인 조선소와 선박 내 기자재 생산 및 유지보수를 하는 중소기업군인 기자재업계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미 해군함정의 MRO 시장을 비롯한 전 세계 수상함, 잠수함, 일반 운항용 기자재 역시 우리 K-조선의 설계기술, 최적의 생산기술, 시운전 등 그동안 쌓아 온 역량을 총동원해 온전히 우리 기술로 건조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야겠다.
우리 조선산업은 트럼프 2기 출발을 기회로 기존 제품을 국방 규격에 맞춰 개선하고, 조선 분야 지원기관에서는 국방규격 시험인증 지원을 통해 중국제품과 가격경쟁에 시달려 온 기존 상선 시장 경험을 바탕으로 함정시장이라는 고부가가치시장 진입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