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필요성이 제기된 부산의 진산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추진이 탄력을 받는다. 금정산 사유지 상당 부분을 소유한 범어사가 전향적 입장을 보이면서다. 2014년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요구하는 시민 서명운동에 이어 시가 2019년 환경부에 공식 건의했다. 이후 범어사를 비롯해 국립공원 예정 구역에 포함되는 부산 기초지자체 6곳 동래·금정·북·연제·사상·부산진구, 경남도와 양산시, 주민 등과 협의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려 진척이 없다가 답보 상태를 벗어나게 됐다. 금정산 면적은 73.6㎢ . 국·공유지는 18%에 불과하고 사유지가 82%며 이 중 8%가 범어사 소유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금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1967년 1호 지리산 이후 24번째다. 국립공원은 자연공원법 규정대로 ‘우리나라의 자연 생태계나 자연 및 문화경관을 대표할 만한 지역’이다. 금정산은 2021년 환경부 타당성 조사 결과 전국 국립공원 최상위 수준의 문화자원과 수려한 자연환경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국립공원 예정지 규모는 69.8㎢로 다른 국립공원보다 작은 편이지만 영암 월출산이나 대전 계룡산보다는 넓다.
가까이 치고 올라온 아파트 단지나 능선을 타고 넘는 송전 철탑이 눈에 거슬리기는 하나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아름다움을 품은 곳이 금정산이다.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진 뒤 흰 구름을 걸친 주 능선의 화강암 봉우리들, 때죽나무 꽃이 져 하얗게 융단처럼 깔린 등산로, 오월이면 보라색 구름을 인 듯한 범어사 등나무 군락지, 가을 막바지 느리게 찾아온 단풍으로 황홀한 미륵사 가는 숲길…. 어느 하나를 으뜸으로 고르기 쉽지 않다.
도시철도가 운행되는 대도시 산 가운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지 않은 몇 안 되는 산 중 하나가 부산 금정산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대전과 충남에 걸친 계룡산이 일찌감치 1968년 지정됐고, 1983년 서울·경기의 북한산에 이어 2012년 광주·전남 무등산과 2023년 대구·경북 팔공산이 지정됐다. 이들 대도시 산이 도시 경계부에 있는 것과 달리 금정산은 도시의 중심부까지 자리한 산이기에 더욱 큰 생태 가치를 지닌다.
전국 23개 국립공원은 유형에 따라 산악형(18개), 해상·해안형(4개), 사적형(1개) 공원으로 관리·운영된다. 금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다면 도심형 국립공원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탄생을 알리게 된다. 시민으로서는 집을 나서면 눈앞에 국립공원이 있는 ‘국세권’의 자부심을 느끼게 되리라 기대한다.
이진규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