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백척간두에 서 있는 형국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이어 한국은행이 28일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내렸다. 내년 전망치도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지난 19일 IMF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내년 전망치는 2.2%에서 2.0%로 낮췄다. 한은이 내년 성장률을 잠재성장률(2%)보다 낮은 1.9%로 전망한 것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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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
성장률 하향은 내수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인상으로 국내 수출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은 이창용 총재는 “레드 스윕(Red Sweep·공화당의 백악관 및 상·하원 장악) 결정은 예상을 빗나간 면이 있다”며 “3분기 수출 물량이 크게 줄었는데, 일시적인 요인보다는 경쟁 심화 등 구조적 요인이 크다”고 언급했다. 미국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따른 경기와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대로 관세인상에 빠르게 돌입할 경우 우리 경제 버팀목인 수출에 큰 타격은 불가피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국제교역 위축으로 한국 경제성장률이 0.5~1.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하방 부담감이 커지면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3%로 0.25% 포인트 인하했다. 지난달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 의견이 압도적이었고 금융시장도 동결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시장의 예상과 달리, 한은은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한 것이다. 지난달에 이어 두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내린 것은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그만큼 현재 경제 상황을 어렵다고 본 것이다. 금리 인하는 가계부채를 급등시키고,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부동산시장을 다시 들썩이게 할 수 있다. 또 한미간 금리 격차가 1.75%p로 벌어져 외국 자금 이탈과 환율 급변동이 예상된다. 1400원대를 넘나드는 원·달러 환율은 수입 물가를 자극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여러 위험 부담에도 한은은 민간소비·투자 등 내수를 살리려 금리 인하를 선택했다.
우리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으나 정부 대응에선 위기감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까지 “내수 회복 조짐이 보인다”는 진단을 내놨고, 여당 일각에선 “한국 경제를 두고 해외에선 슈퍼스타로 호평한다”는 등의 자화자찬까지 나왔다. 고육지책으로 내려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성과를 거두려면 정부는 낙관론을 접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총력대응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단기적으론 경기를 부양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론 경제 체질 개선 대책을 내놓아야 하겠다. IMF 조언대로 고령화·저출산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근로자들의 막연한 우려를 해소하면서 노동시장 개혁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