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8일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원회)가 공식 발족했다. 필자는 과거 부산 BRT(중앙버스전용차로) 결정을 위한 공론화위원회와 부산구치소 이전을 위한 공론화위원회에 위원으로 참가한 적이 있다. 그리고 과거 정부에서 10년 이상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사무이양 업무에 관여한 바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부산경남 행정통합 논의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당부를 하고자 한다.
먼저, 공론화 과정은 민주적이어야 하며, 그 결정은 시민의 숙의(熟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부산 경남의 두 단체장은 공론화 과정에 철저히 중립적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번 공론화 과정을 통해 두 지역의 시·도민들 또한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부산 BRT 결정 과정은 우리 역사에 남을 만한 훌륭한 것이었다. 부산시는 철저히 중립적이었고, 시민은 1박2일 간의 열띤 토론을 통해 BRT 결정을 도출해 내었다.
필자는 이 과정에서 부산시민의 성숙한 모습을 경험했다.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밤늦게까지 토론하는 시민의 모습은 바로 ‘숙의 민주주의’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결과에 모두가 수긍했다. 이렇게 BRT 공론화위원회와 부산시민은 전국 최초로 시민 공론화를 통한 정책 결정을 훌륭하게 이루어 내었다. 부산시의 ‘진심’은 빛이 났고, 공론화위원회와 토론에 참여한 시민의 ‘뚝심’은 아름다웠다.
한편, 부산 경남은 행정통합과 관련한 아픈 기억이 있다. 출범하기 직전 좌초한 부울경특별지방자치단체(부울경메가시티)에 대한 기억이 바로 그것이다. 부울경특별지방자치단체의 좌초 후 그 대체재로서 제안된 경제동맹도 큰 성과를 내는 것 같지 않다. 울산은 이제 독자의 길을 걷고 있다. 울산은 포항 경주와 함께 내년 1월 1일 ‘해오름동맹 광역추진단’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번 행정통합 논의에 대해 ‘정치적 쇼’라는 의심과 불신의 시선도 바로 과거의 기억에서 나온다. 이번 행정통합에 두 단체장의 진정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행정은 많은 정보와 조직을 통해 여론을 움직일 수 있다. 이 힘을 두 단체장은 자제해야 한다. 행정통합이 성공하기 위한 첫 번째 요건이다. 단체장의 중립 위에, 공론화위원회는 그 본연의 업무인 여론 수렴 과정에 충실할 수 있고, 객관적으로 공론화를 이끌 수 있다. 가뜩이나 선거 여론조작 사건이 정국의 핵심이 된 작금이야말로 더더욱 여론조사의 질문 문구, 조사 대상 그리고 범위 등은 엄중한 절차와 검증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 절차와 과정을 의심받게 되면 결론은 공허해진다.
또 하나, 특례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행정통합으로 주민에게 어떤 혜택이 있는지를 알려야 할 것이니, 특례는 공론화 과정의 중요한 소재이다. 그런데 특례는 말 그대로 다른 지역에 없는 것을 특별히 인정받는 것이다. 그리고 특례를 받기 위해서는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고, 중앙정부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중앙정부는 ‘통합을 전제로 한 특례’를 말하고 있다. 통합이 되면 특례를 주겠다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부산 경남만을 상대로 하지 않기에,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치권의 협력도 필요하다. 하나의 특례를 인정받기는 이처럼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현재 부산에서 10년 이상 공을 들이고 있는 해사법원을 보자. 해사법원을 통합지자체에 설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법원조직법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런데 서울과 인천 역시 해사법원의 유치를 오래전부터 준비해 오고 있다. 외국학교의 유치를 위한 교육 특례 역시 각 지역에서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다. 통합지자체에 적용되는 특례를 인정받으려면 그만큼 설득력 있는 이유가 필요하다.
이처럼 특례는 통합을 전제로 중앙정부 및 정치권과 장기적으로 타협하면서 하나하나 성취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따라서 특례의 확정을 행정통합의 필요적 전제조건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두 지역의 시·도민들 또한 통합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야만 이를 바탕으로 경남에 세계적 우주항공산업 기지를 건설할 수 있고, 부산 해사법원 유치도 유리해진다는 점을 잘 이해했으면 한다.
전국적 행정통합의 분위기 속에서, 혹시라도, 어쩔 수 없이, 행정통합이라는 정치적 이슈를 꺼낸 것이 아니고 그것이 ‘진심’이라면, 두 단체장은 행정통합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미지근한 행정통합 공론화 논의가 이제부터라도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두 분의 ‘진심’과 ‘뚝심’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