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나라 안팎으로 그녀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수상작으로 알려진 ‘소년이 온다’를 비롯해 그의 초기 작품에서 최신작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품이 작가 소개 형식으로, 혹은 평론가의 입을 빌어 언론을 통해 회자되고 있다.
한강의 많은 작품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은폐되어 온 우리 사회의 과거사 문제를 매우 진지하게 다루었다는 점일 것이다. 이번 수상작으로 선정된 작품 또한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이다. 노벨상위원회는 이 작품의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지적하며 이 작품이 인간의 어두운 내면과 인권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세기 지구 곳곳에서 일어난 제노사이드와 집단학살에 대한 역사적 성찰이라는 지점에서 한강 작가의 문제의식은 노벨상위원회의 평가와 서로 맞닿아 있는 것이다.
2014년 ‘소년이 온다’ 출간 이후 7년 만에 발표된 ‘작별하지 않는다’ 또한 1948년 일어난 제주4·3사건을 배경으로 쓰인 작품이다. 문제의식은 물론 사건에 대한 서사적 접근 방식도 두 작품은 일맥상통한다. 이 두 작품만을 놓고 볼 때, 이제 한강은 한국의 현대 작가로서는 보기 드물게 ‘과거사’의 진실을 정면으로 다룬 대표적 작가라 평가해도 무방할 것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이러한 그녀의 위상을 더욱 확고하게 해주었다고도 볼 수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로 알려지면서 한강의 작품을 찾는 독자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지만, 막상 그녀의 작품에 대해서는 ‘읽기 어렵다’는 독자들의 반응도 적지 않다. 심지어 일부 평론가들조차 이러한 독자들의 반응에 공감을 표시한다. 그러한 작품 가운데는 위에 언급한 두 작품도 포함된다. 읽기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 중에는 작가의 독특한 문체나 문장 스타일, 또는 낯선 은유적 표현도 있을 수 있고 때로는 폭력과 죽음 트라우마 등 어두운 주제에 대한 심적 부담감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 말고도 작품의 배경이 되는 우리 사회의 과거사에 대한 이해 부족도 책 읽기를 어렵게 만드는 한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묻혔던 진실들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고, 제주4·3사건은 또한 일반 국민에게도 낯선 ‘과거사’는 아닐 터이지만, 여전히 관련 당사자나 유족 또는 연구자가 아닌 경우 사건의 진상을 깊이 있게 학습할 기회가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반 독자라면 단번에 작품의 줄거리나 이야기의 맥락을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제주 출신의 4·3사건 관련자의 죽음이 경산코발트 광산의 집단학살 현장에서 확인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러한 시퀀스는 4·3사건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고 육지 형무소로 이감되어 형을 살다가 전쟁이 나자 국민보도연맹 관련자 등과 함께 경산코발트 광산으로 끌려가 처형된 사건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이 경우 한국전쟁 전후 일어난 민간인 학살에 대한 정확한 지식 없이 그 사건의 내포적 의미까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또 이러한 서사적 구성은 작가가 소설 말미에 붙인 여러 참고 자료들, 그 가운데서도 과거사 진상규명과 관련된 각종 위원회의 조사보고서와 관련 학술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 또한 진실에 접근하려는 작가의 부단한 집념과 노력이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을 일일 터이지만.
누군가는 역사란 과학인가 문학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역사가 사실에 근거하여 서술된다는 점에서 역사의 연구 방법은 과학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반면에 역사 서술은 서사적 구조를 지닌 문학과 매우 닮은 측면이 있다. 서사적 맥락의 이해 없이 문학 작품의 이해가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로, 역사학 또한 사실을 기초로 사건을 해석하면서도 당시의 사회구조적 맥락 속에서 사건의 본질적 의미를 파악하려 한다. 올바른 작품 감상을 위해서는 배경지식으로서 올바른 역사 지식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 수상 배경의 한 켠에는 5·18민주화운동에관한특별법(1995)에 이어 제주4·3특별법(2000), 그리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2005)으로 이어지는 민주화 이후 30여 년에 걸친 우리 사회의 과거사 청산을 위한 끈질긴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사 청산이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아직도 과거사의 진실에 대해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과거사 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