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학자들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를 하나의 ‘화학공장’으로 생각한다. 필요에 따라 뭔가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쓸모를 다하거나 오작동을 일으키는 부품을 없애기도 한다. 이 공장에서 가장 많이, 가장 신속하게 만드는 것은 먹고 에너지를 만드는 ‘대사’와 관련된 부품이다. 쉽게 말하면 우리 세포는 배고픔을 가장 위급한 상황으로 인지하며, 생물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먹고 사는 일’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프리카 들개 ‘리카온(lycaon)’은 매우 뛰어난 종족이다. 이들의 사냥 성공률은 90%로, 다른 육식동물의 평균 성공률이 50%에도 못 미치는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결과다. 리카온의 사냥법은 눈독 들인 사냥감을 끝까지 쫓는 ‘추격자’ 스타일이다. 시속 80km까지 달리는 임팔라를 끈질기게 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서 집단의 힘이 빛을 발한다. 리카온은 여느 개과(Canidae) 동물과 마찬가지로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데, 몇 개의 팀이 리더의 지시에 따라 사냥감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바통을 이어받으며 추격한다. 사냥 방식에 더해, 리카온 집단의 리더는 집단 전체의 번식권을 독점한다. 즉, 리더 부부의 암컷이 낳은 새끼만이 무리의 일원으로 인정된다. 어쩌다 다른 암컷이 출산에 성공해도 이들은 무리로부터 곧 제거된다. 이런 어이없는 번식 방식이 가능한 이유는 리카온이 최대 서른 마리 이상의 새끼를 낳는 다산이기 때문이다.
생물체의 가장 기본적인 번식의 기회마저 리더 부부에게만 철저히 독점되는 리카온 사회는 얼핏 독재집단처럼 보인다. 하지만 리카온은 투표로 집단의 행동을 결정하는 매우 민주적인 동물이기도 하다. 리카온은 무리의 이동 경로나 휴식 여부 등을 결정할 때 리더뿐만 아니라 다른 구성원들도 다양하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나머지 구성원들은 특유의 재채기 소리를 통해 이들의 의견에 동의할 수 있다. 이른바 ‘재채기 투표 시스템’이다.
리카온 외에도 리더의 특권을 기꺼이 인정하면서 리더의 뜻에 반하는 집단행동이 용인되는 시스템을 지닌 종들이 있다. 대머리호로새는 리더가 먹이를 독점하면 다른 개체들이 리더를 두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이 경우 리더가 먹이를 포기하고 집단을 따른다. 무리를 구성하는 미어캣들이 각자 다른 이동 방향을 제시하면 다른 미어캣들은 ‘무빙콜’이라 불리는 특유의 소리로 특정 동료를 지지한다. 이때 더 많은 무빙콜을 받은 미어캣의 의견이 집단의 의견으로 채택된다.
효율성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더 강하고 경험 많고 실수가 적은 리더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식일 수 있고, 실제로 많은 종족이 이에 따라 행동한다. 하지만 리더 중심의 행동 방식이 반드시 옳은 방향으로 진화된 결과라 단언할 수 없다. 진화란 원래 더 우월적인 방향으로의 인위적 선택이 아니다. 자연은 덜 효율적인 방식을 진화 과정에 남겨두며 ‘여백의 미’를 완성해 왔다. 집단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방식이 비록 효율성 면에서는 떨어질 수 있지만, 순간적인 충동으로 집단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을 막아주어 안정을 꾀하는 이점이 있다.
정치는 우리 삶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정치는 선거를 통해 효율성과 안정성을 끊임없이 시험받는다. ‘통치자의 천명(天命)’이 사라진 지금, 우리는 선거를 통해 안정을 희망하며, 선택받은 리더가 효율적이기를 바란다. 정책이 정치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는 주장은 리더 그룹이 효율적일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것이다. 예상과 달리 미국 대선이 싱겁게 끝났다. 고물가로 먹고살기가 어려워진 미국인들은 ‘법’과 ‘밥’ 사이의 선택에서 고민하지 않았다. 선거는 우리 사회에 더 필요한 것이 소수에 의한 결정의 효율성인지, 다수에 의한 집단의 안정성인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시작점이 된다. 진화론을 창시한 다윈은 ‘인간은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야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말로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모호함을 강조했다. 우리 사회가 리더의 역할, 그리고 안정성과 효율성에 대한 선택을 두고 동물 사회와 다른 해석을 내놓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