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년 반 동안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모든 것이 제 불찰이다. 진심 어린 사과 말씀 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부인 김건희 여사 의혹과 ‘명태균 리스크’로 국정 지지율이 10%대로 폭락한 가운데 어제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국정·공천 개입설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 많다”며 반박했다. ‘무엇을 사과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대통령 부부의 소통 프로토콜이 제대로 안 지켜져서” “안 해도 될 얘기들을 해서”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야당이 재추진하고 있는 김여사 특별검사법 도입에 대해선 “삼권분립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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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 대통령은 김 여사 의혹 방어에 집중했다. “(명 씨와) 몇 차례 일상적인 내용의 문자”를 주고 받았을 뿐 불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어떤 면에서 순진해서” “누구한테 도움 받으면 인연을 딱 못 끊어서” 김 여사가 신중치 못한 처신을 했다고 감쌌다. ‘팩트’만 따지면 김 여사가 잘못을 저지른 적이 없다는 항변이다. 윤 대통령은 여러 논란이 생긴 이유가 ‘휴대전화를 바꾸지 못해서’ 또는 ‘사람 관계가 모질지 못해서’라고 했다.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윤 대통령의 해명은 사과하지 않아도 될 만한 일인데 ‘시끄러우니까’ 고개를 숙인다는 오해를 부르기에 충분했다. 김 여사는 공천개입 의혹뿐만 아니라 명품가방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수사를 받았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공정과 상식이 무너졌다”는 비판을 낳았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침소봉대는 기본이고 없는 것까지 만들어서 제 처(김 여사)를 악마화시킨다”고 오히려 야당을 공격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 국정을 원만하게 잘하길 바라는 걸 국정농단이라 한다면 ‘국어사전’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변호했다. ‘정치 브로커’ 명 씨와 얽힌 의혹도 부인했다. 명 씨가 여론조사를 해준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을 공천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바빠서 공천에 왈가왈부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명 씨가 창원국가산단 지정에 개입했다는 의혹 역시 절차대로 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명 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에게 일종의 ‘지침’을 내린 건 아니길 바란다. 윤 대통령이 내각과 대통령실 개편 시점을 못박지 않은 것은 아쉽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인적 교체를 통한 국정 쇄신이 필요한 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제2부속실장을 임명했다. 특별감찰관은 “국회가 추천하면”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당정 갈등은 “유능한 정부와 유능한 정당이 되기 위해 열심히 하다 보면 관계가 좋아진다”는 말로 넘겼다. 윤 대통령은 올해 국회 시정연설 불참 역시 야당 탓으로 돌렸다. 원내1당 협조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대통령이 자꾸 야당 탓만 하는 걸 이해하기 힘들다. 이날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국민적 의혹 해소에도, 국정기조 변화를 원하는 기대에도 모두 미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