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스티브 잡스의 교양에 부쳐

송성수 부산대 교양교육원 교수·융합학부 과학기술혁신전공 겸직

  • 송성수 부산대 교양교육원 교수
  •  |   입력 : 2024-10-28 19:54:29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 10월 5일은 스티브 잡스의 기일이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2011년에는 전 세계가 떠들썩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잡스에 대한 책자와 논문이 쏟아져 나왔다. 그를 표현하는 수식어로는 ‘창조의 카리스마’, ‘혁신의 아이콘’, ‘융합의 전도사’, ‘프레젠테이션의 귀재’ 등이 있었다.

잡스는 여러 인상적인 프레젠테이션을 남겼다. 2007년에 있었던 아이폰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은 그 대표적인 예다. “오늘 우리는 혁신적인 제품 세 가지를 소개하려 합니다. 첫 번째는 터치로 조작하는 와이드스크린 아이팟입니다. 두 번째는 혁신적인 휴대전화이지요. 그리고 세 번째는 완전히 새로운 인터넷 통신기기입니다. 뭔지 아시겠습니까? 세 개의 기기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을 구현한 하나의 기기를 말하는 겁니다. 우리는 그것을 ‘아이폰’이라 부릅니다.”

이처럼 아이폰은 미디어 플레이어, 휴대전화, 인터넷 통신기기 등이 결합된 것이었다. 이에 대해 몇몇 사람들은 잡스가 새롭게 발명한 것은 없으며 단지 기존 기술을 합쳤을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잡스는 “뛰어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피카소의 말을 인용했다가 큰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기존 기술을 결합하는 것도 새로운 기술이다. 게다가 하나의 구성요소를 개발하는 것보다 여러 구성요소를 연결해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더욱 난도가 높다.

필자에게는 이보다 더 인상적인 프레젠테이션이 있다. 잡스가 2011년 3월 아이패드2를 공개하면서 선보인 프레젠테이션이다. 짙은 바탕의 화면 위에는 두 개의 방향을 가리키는 교차로의 표지판이 엇갈려 있다. 거기에는 각각 ‘기술(technology)’과 ‘리버럴 아츠(liberal arts)’라고 씌어 있다. 잡스는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비결을 기술과 리버럴 아츠의 결합에서 찾았던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으로 소개되었지만, 리버럴 아츠를 번역하면 인문학이 아니라 교양이 된다.

교양교육이 역사상 처음으로 제도화된 공간은 중세대학이었다. 중세대학에는 대체로 신학부 법학부 의학부 교양학부의 네 학부가 있었다. 대학을 졸업할 때 쓰는 사각모가 네 학부를 상징한다는 흥미로운 전설도 전해진다. 네 학부 중에서 가장 막강한 세력을 행사했던 곳은 교양학부였다. 모든 학생들은 교양학부를 이수해야 했으며, 그다음에는 교양을 계속하거나 신학 법학 의학을 전공했다.

중세대학의 교양학부가 개설한 과목은 ‘자유칠과(seven liberal arts)’로 불렸다. 그것은 대체로 문법 수사 논리의 3학(三學, trivium)과 산수 기하 천문 음악의 4과(四科, quadrivium)로 구성되었다. 교양학부의 자유칠과는 ‘자유인’이라면 반드시 익혀야 할 과목으로 간주되었다. 자유칠과를 통해 교양을 갖춘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 구별되어 자유인의 대접을 받았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점은 중세대학이 오늘날의 인문학뿐만 아니라 과학도 교양의 중요한 영역으로 보았다는 사실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교양의 구체적인 목록이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교양이 여러 분야를 두루 포괄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나의 전공은 다른 사람에게는 교양”이란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사실상 교양은 나의 전공이 아닌 모든 것이다. 이러한 점을 잘 보여준 인물이 잡스이다. 그에게는 기술을 제외한 모든 것, 즉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술 등이 교양에 속했다.

잡스의 아이패드2 프레젠테이션에서 표지판에 등장하는 숫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기술에는 ‘600’, 교양에는 ‘1500’이 표시되어 있다. 이를 통해 잡스는 기술보다 교양으로 가는 길이 훨씬 많이 남았다는 점을 강조했던 셈이다. 그만큼 교양의 길은 멀다. 교양을 평생 갈구하고 우직하게 쌓아나가야 한다. 나에게 어떤 교양이 있는가, 나는 교양을 잘 활용하고 있는가 등과 같은 질문을 계속해서 제기해야 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자갈치 관광버스 주차 숨통 트인다…롯데 부지 무상사용
  2. 2주 13.7시간(비정규직 평균 근로시간)…‘초단시간 노동’ 덫에 갇힌 부산
  3. 3HMM, 본사 부산 이전…120명 업무 시작
  4. 4부산이 원했던 금융위원회, 결국 세종으로 간다…지역 반발 거셀 듯
  5. 5PF ‘돈맥경화’…해운대 옛 홈플·세가사미 개발 잇단 좌초
  6. 6비온 뒤 14일 기온 뚝…부울경 최저 8~14도
  7. 7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8. 8부산~마닐라 하늘길 넓어진다…‘부산앓이’ 필리핀에도
  9. 9국힘 ‘골프 특검법’ 예고하며 공세…주진우 ‘명 끊을 때’ 댓글에 與 격분
  10. 10민주 부산시당 “국제신문 정상화, 대주주·법원 나서야”
  1. 1국힘 ‘골프 특검법’ 예고하며 공세…주진우 ‘명 끊을 때’ 댓글에 與 격분
  2. 2민주 부산시당 “국제신문 정상화, 대주주·법원 나서야”
  3. 3법정 이어 국감까지…LH, 명지 폐토사 처리 뭇매(종합)
  4. 4[속보] 민주, '신천지 당원 가입 정황' 공식 확인
  5. 5이 대통령 "북극항로 시대 대비하는 부산과 동남권 미래 함께 열어가야"
  6. 6[속보]李대통령-트럼프 골프 라운딩?…靑 ‘한미정상 골프회동’ 대비 TF 구성
  7. 7[뭐라노] 금메달을 향한 두 가지 시선
  8. 8강경화 “한미 정보공유 제한, 풀기 어려운 현안…백악관 소통도 한계”
  9. 9경찰청장 대행 “한동훈 딸 의혹, 재수사 가능성 배제 안 해”
  10. 10“북극항로 경제성 철저검증…후속계획 반영을”
  1. 1HMM, 본사 부산 이전…120명 업무 시작
  2. 2부산이 원했던 금융위원회, 결국 세종으로 간다…지역 반발 거셀 듯
  3. 3PF ‘돈맥경화’…해운대 옛 홈플·세가사미 개발 잇단 좌초
  4. 4부산~마닐라 하늘길 넓어진다…‘부산앓이’ 필리핀에도
  5. 5AI인재 양성 지원금 94% 수도권 쏠림…부산 1.5% 불과(종합)
  6. 6“항만공사 통합 목적·절차 불투명” 여야 없이 질타
  7. 7상호금융 339곳 대출 연체율 10%
  8. 8코스피 급락…2달만에 ‘매도 사이드카’ 발동
  9. 9올해 쌀 6만6000t 남아돈다… 농식품부, 대책 마련 나서
  10. 10국세청 '체납관리단' 실적 보니…절반은 100만원 미만 소액체납
  1. 1자갈치 관광버스 주차 숨통 트인다…롯데 부지 무상사용
  2. 2주 13.7시간(비정규직 평균 근로시간)…‘초단시간 노동’ 덫에 갇힌 부산
  3. 3비온 뒤 14일 기온 뚝…부울경 최저 8~14도
  4. 4‘청문 부적격 2인’ 임명 고심…전재수 “치명적 흠결 못 찾아”
  5. 5남해 대장군지, 삼별초 이전 ‘위계 높은 건물지’ 확인
  6. 6김지용 중수청장 후보 “임은정 공개 비판,부적절 행위”
  7. 7홈플러스 인천 구월점서 칼부림 신고…6∼8명 부상
  8. 8“시민 1인 1스포츠가 일상인 부산으로”
  9. 9‘100원 등하교 버스’ 경남 전역 확대…기초학력전담교사도 늘려
  10. 10“복지시설 몇 년 일했지만 퇴직금 0원”…공공부문도 꼼수 채용
  1. 1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2. 2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3. 3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4. 4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5. 5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6. 6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7. 7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8. 8과감한 샷 2R 버디 11개 폭발…유현조 ‘부산의 퀸’(종합)
  9. 9울주군, 삼남읍 교동리에 ‘울주실내테니스장’ 개장
  10. 101부 승격 향한 마지막 질주…부산아이파크, 막판 승점 쌓기 총력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사형 생중계
발탁해놓고 감찰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감서 국제신문 회생 지연 지적…대주주는 결단하라
비타민이라 속여 주사맞혔나…진실 규명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개척자 정신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