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메디칼럼] 마음 건강도 미리 검진합시다

김은아 센텀종합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

  • 김은아 센텀종합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
  •  |   입력 : 2024-10-13 19:41:44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건강검진 예약이 가장 많은 숨 가쁜 아침 시간이 지나 한숨 돌리고 따뜻한 차 한 모금을 넘기고 있을 무렵이었다. “다음 ○○○씨~ 들어가세요”. 갓 성인이 된 것으로 보이는 앳된 청년이 미소를 머금고 들어왔다. 청년보다 소년에 더 가까운 그에게, 음주력과 흡연력을 물어보기 민망한 마음이었는데, 건강검진에서 흔히 물어보는 질병력, 건강행동, 가족력 등의 질문에 대해 서글서글한 음성으로 명랑하게 대답했다. 그래, 이 나이에 무슨 문제가 있을까 싶었다.

상담을 마무리 하며 “요즘 마음은 좀 어떠세요?”라고 가볍게 던진 질문에 이 청년의 밝은 얼굴이 점점 붉게 물들었다. ‘마음이 많이 힘들다, 취업 친구 가족 무엇하나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다.’ 아! 그의 우울증 설문지를 급히 살펴보니 위험군에 가까운 점수였다. 아픈 마음을 호소하던 그는 바깥에 나가기 힘들어 집에만 있다고 얘기하면서부터 눈시울이 젖었다. 가족이 있지만 취업 준비를 위해 혼자 살고 있는데, 식사가 부실하고 잠도 불규칙해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황이었다. 취업공부도 인터넷으로 하고, 밥도 배달음식으로, 친구도 없고 밤낮이 바뀐 상태였다. 취업에 실패를 거듭하니 가족 보기 민망해 더 고립되고 있었다. 우선, 하루 한번 산책하기를 권했다. 커피를 집에서 마시지 말고 편의점이나 카페에서 사먹으라고. 그걸 위해서라도 하루 한 번은 외출을 하게 하고 정기적인 정신과 상담을 권장했다.

우울증은 이제 감기만큼이나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질환이 되었다. 2023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일반건강진단에서 정신건강검진을 약 835만 명이 수검했는데, 이 중 약 43만 명(5%)이 중간 정도 이상의 우울증이었고, 이 중 41만 명은 자살 또는 자해 생각을 해 보았고, 3만 명은 심한 우울증이었다.

필자는 10명에 한 명은 우울증 설문에서 중간 정도 이상의 우울증상을 나타내는 사람의 방문을 맞이한다. 건강검진에서 만나는 이런 분들은 “요즘 마음이 좀 어떠세요?”라는 질문 하나에 눈물을 쏟아버린다. 마음이 오랫동안 힘들었지만 이런 얘기를 할 기회가 없었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얘기를 들어보면 혼자서 극복하기 힘든 상황인데, 정작 본인은 이런 증상 정도로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야 하나, 망설인다. 이런 분들에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주기 통보, 우울증 설문의 작성은 하나의 건강한 계기가 되어준다. 아프기 전에 신체를 검진하는 건강검진만큼이나 마음이 아프기 전에도 미리 검사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건강검진제도의 큰 장점이다.그런데 검진에서 발견된 이러한 환자에 대해 검진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상담, 전문의 진료 안내 정도이다. 좀 더 다양한 정신건강 프로그램이 있어서 안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직장에서 업무와 관련된 정신질환도 점점 공론화 되어 산재를 통한 보상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감정노동, 직장 내 괴롭힘, 과로나 직무스트레스와 관련된 정신질병은 이제 드러내기 어려운 문제가 아니며, 산재보상으로 연결되는 사례도 늘어나 2018년 대비 2022년에 5배가 되었다고 보도되고 있다.

직무스트레스가 사회적 문제가 되는 교육공무원은 일반직 공무원과 비교하면 우울증과 급성스트레스 등의 질환이 2배 이상이라고 조사되었다.

필자도 건강검진에서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 있는 간호사, 끔찍한 사고 현장을 자주 만나는 소방관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증후군, 과로로 인한 수면장애 끝에 나타난 우울증 등으로 전문의 진료를 받는 자영업자를 가끔 만나게 된다. 산재보상을 받은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아주 심한 증상이 생긴 후에야 자비로 진료받고 있었다. 국민이 정신건강을 정기적으로 검진받을 기회가 생기고, 산재보상 권리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한 상황이다. 더불어, 예방대책과 환자에 대한 진료를 연계할 방안을 직업 생활 연령 등 다양한 국민의 상황에 맞게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위용 드러낸 기장촬영소…부산 대작영화 길 열렸다
  2. 24시간 쫓고 쫓긴 ‘부캉이 퇴거’ 작전…주말 그물로 재시도(종합)
  3. 3충북 11.9% vs 부산 2.3%…반도체가 가른 경제성장률(종합)
  4. 4서울대 경영동아리 출신 카르텔, 미공개 정보로 200억 부당이득
  5. 5첫 공소청 인사…부산광역청장에 이종혁 고검장
  6. 6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7. 7“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8. 8워터펌프 쏴도 안 나가는 부캉이
  9. 9檢, 횡령 혐의 사상구 새마을금고 이사장 9개월 만에 ‘늑장 기소’
  10. 10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1. 1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2. 2“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3. 3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4. 4예상보다 무뎠던 검증 칼날…TP원장 후보 기술고도화 초점
  5. 5[속보] 김여정, ‘DMZ 북한 지뢰’ 발표 전면부인…“서울의 자작광대극”
  6. 6‘핵잠수함 특별법’ 국무회의 통과(종합)
  7. 7與 “미래기금으로 지방정부 지원 축소될 일 없어”
  8. 8김도읍 "청와대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증액 '선 계약, 후 특별법 반영'으로 결론
  9. 9“BPA, 1년간 1조원대 채권 발행…항만공사 통폐합 강행 땐 빚 전가”
  10. 10靑 “北포로 비공개 합의 부인 강력 유감” 우크라에 사과 요구(종합)
  1. 1충북 11.9% vs 부산 2.3%…반도체가 가른 경제성장률(종합)
  2. 2서울대 경영동아리 출신 카르텔, 미공개 정보로 200억 부당이득
  3. 3삼정기업·삼정이앤시 회생계획 법원 인가…정상화 첫발(종합)
  4. 4亞·유럽게임 대거 참가…지스타 판 커진다
  5. 5도토리 숲 언덕서 ‘휴식 한 모금’…바리스타과 겸임교수 깊은 손맛
  6. 6“기장에 양성자 치료센터 짓자…우주산업 활용도 가능”
  7. 7해양·AI 중심 ‘플라이아시아’ 내달 개최
  8. 8파생상품·해양금융 미래, 부산서 답 찾는다
  9. 9주가지수- 2026년 9월 29일
  10. 10[한 손 뉴스] 수과원, 스마트폰서 AI가 고등어 어장상황 예측 서비스
  1. 14시간 쫓고 쫓긴 ‘부캉이 퇴거’ 작전…주말 그물로 재시도(종합)
  2. 2첫 공소청 인사…부산광역청장에 이종혁 고검장
  3. 3檢, 횡령 혐의 사상구 새마을금고 이사장 9개월 만에 ‘늑장 기소’
  4. 4영도구 문화도시 사업, 간부간 소송다툼도 확인
  5. 5부산서 키운 대서양연어 첫 출하…“수입산 대체”
  6. 6혈세 쓴 도시재생 거점시설 2년간 텅텅
  7. 7부산·울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6명뿐
  8. 8윤산터널 돌발상황, AI 실시간 감지
  9. 9통영 복합해양레저관광도시 조성 순항…도남권역 민자유치 속도전
  10. 10[신통이의 신문 읽기] 친근해진 ‘부캉이’…캐릭터로 그려볼까요
  1. 1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2. 2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3. 3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4. 4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5. 5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6. 6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7. 7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8. 8수영·탁구·사격 부진…양궁이 ‘금빛 갈증’ 풀어줄까
  9. 9‘세계 최강’ 안세영, 배드민턴 女단식 금메달…아시안게임 첫 2연패
  10. 10이소희·백하나 배드민턴 女 복식 24년 만에 금빛 스매시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병역 혜택, 야구는 빼자
AI 설계 어선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부산불꽃축제 숙박료 폭등, 실효성 있는 대책 없나
지역기업 발목 잡는 획일적 세제, 현실에 맞춰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북항 찾은 상어 ‘부캉이’와 잊힌 갈매기 ‘부기’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