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 영어로 로컬(Local)인데 우리 지역은 로컬이 되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말장난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사실, 말도 안 되는 현실 속에 이런 말장난보다 더 장난 같은 일들이 우리 지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전국 단위로 활동을 하다 보면 어느 지역에나 힘들지 않고 문제없는 곳은 없지만 우리 지역은 유독 더 열악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단순히, 우리 지역에 대해 불평하는 것으로 느낄 수도 있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하더라도 뒤떨어지거나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부터 전국적으로 로컬 크리에이터, 로컬 브랜드 등 로컬에 집중하고 조명하며 좋은 사례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 지역은 로컬이 되지 못할까?
문화예술이라는 판에서 문화기획자로서, 문화기획 전문기업의 대표로서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지역의 한계에 부딪혀 막힐 때가 많다. 우리 지역에서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를 지켜달라는 부탁을 받지만 응원과 지원보다는 견제나 방해를 받을 때가 많다. 지원을 할 때도 기준이 모호하거나 담당자들이 사업 자체를 이해 못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양성사업이나 교육사업의 수료생이라는 이유로 전략적이고 인위적인 지원을 받아 전문가가 돼 여기저기 활동하다가 밀어주는 힘이 부족하거나 밑천이 드러나면 지역에선 사라지고 만다.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은 이들은 지역에 대한 조사도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우리 지역은 이렇다’, ‘우리 지역에는 이것이 없다’는 식으로 지역을 예단하기 일쑤이고 자신이 한 것은 ‘지역에서 없던 것’, ‘지역에서 최초’가 된다. 지역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쉽게 이야기하면서 자아도취에 빠지며 이전에 많은 선배와 시민이 해온 노력을 말 한마디로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린다. 얼마 전 지역의 지원을 받은 후배와 사업 회의를 하는데 우리 지역에 문화 기업 목록과 연간 매출, 직원 수 등을 읊었다. 재미있었던 건 그 회의에 참석한 나와 다른 대표의 기업은 빠져있었던 것이다. 지역에서 짧지 않은 시간 문화예술 기업을 운영해 왔고 나름 열심히 활동해 왔음에도 목록에는 자신 주변에 있는 기업만 있었다.
지원을 받는 이들은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일거리가 들어오지만 발전과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문화예술 판에서 인정받으려면 최소한 10년은 버텨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자력으로 살아갈 힘이 생기기도 전에 뿌리째 뽑힌다. 일부가 집중 지원을 받을 때 진정 노력하면서도 기회를 받지 못한 수많은 이들은 지역을 떠난다.
이뿐만 아니다. 한 기관의 관계자로부터 의전이나 행정적인 결과물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참여자나 수혜자의 만족도나 평가보다 기관 관계자들의 만족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들렸다. 이런 인식이 만연하기에 부족한 예산에도 지역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완성도를 높여 일해도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있다.
민간을 지원해야 하는 기관이나 사람들, 또한 노력하지 않고 안주하는 이들의 모습에 로컬을 넘어 글로컬을 이야기하는 현시점에도 우리 지역은 지방 변두리에 머무르게 되고 열악하거나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타지역 전문가들에게는 꼬박꼬박 사례를 하면서도 지역에 있는 전문가들은 동네 후배 취급하며 예산 없으니 그냥 한번 도와달라는 식으로 하며 결국 다음엔 더 좋은 조건에서 함께하자는 약속조차 지키지 않는다. 그러면서 우리 지역에는 큰 사업을 감당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다고 너무 쉽게 이야기한다.
나 또한, 활동한 지 10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에도 우리 지역보다 외부에서 더 인정받고 수입이 괜찮은 일들이 많이 들어온다. 이런 환경을 만들고, 이런 환경에서 비정상적으로 자란 사람들이 ‘우리 지역에 전문가가 없다’, ‘우리 지역이 어떻다’고 쉽게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을까? 안 그래도 열악하고 척박한 문화 예술판에서 버티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절망감을 주고 지역을 떠나게 만드는 사람들이 반성하고 변화해야 로컬이라는 유행어가 아니라 진정한 로컬의 의미를 되새기고 전국에서도, 세계에서도 우리 지역만의, 우리 지역스러운 로컬로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런 환경으로 바뀌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