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초·광역의원들의 조례를 제정·개정하는 입법활동이 여전히 저조하다. 임기 2년 차인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조례를 한 건도 발의하지 않은 기초의원이 의장을 제외하고도 11명에 달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부산 기초·광역의원이 임기 2년 차에 발의한 조례 총 952건을 분석한 결과다. 기초의원 182명 중 1개 조례만 발의한 의원은 15명이다. 조례 미발의와 1건 발의 의원은 26명으로 전체 14.3%에 달한다. 조례 제정·개정만 놓고 본다면 일부이기는 하나 기초의원들이 의정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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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기 2년차를 맞은 부산광역의원이 발의한 조례는 309건이었다. 이 중 일부 개정안이 176건에 달했다. 사진은 부산시의회 의원회관 전경. 국제신문DB |
기초의회별로 살펴보면 한숨이 더 나온다. 조례를 발의하지 않은 의원들은 해운대(4명)·동래(2명)·수영·사상·연제·금정·북구(각 1명) 등 7개 의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의원들이 발의한 조례 중 소속 의원 전원이 공동발의하거나 운영위원회 소속 의원이 함께 발의하는 사례가 많은 것도 문제다. 광역의원들의 입법 능력도 비슷한 수준이다. 광역의원 48명 중 조례를 발의하지 않은 의원은 없었다. 하지만 이들이 발의한 309건의 조례 중 일부개정 조례안이 176건에 달한다. 발의한 조례 중 절반 이상이 상위법 개정에 따라 개정하거나 용어를 고치는 수준에 그친 셈이다. 실질적으로는 의원 1인당 조례 발의 건수는 2.77건에 불과했다.
기초·광역의회 의정활동의 최고 기능은 조례의 제정·개정이라는 입법권이다. 기초의회가 제정한 조례에 따라 구·군이 규칙을 마련해 주민 생활에 적용한다. 기초의회가 발의한 조례가 이처럼 빈약하다면 구·군 행정에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올 초 부산 광역·기초의회는 의정활동비를 정부가 허용한 최대치까지 올렸다. 부산시의회는 월 200만 원, 기초의회 대부분은 월 150만 원까지 인상했다. 의정비 인상에는 너도나도 앞장서더니 제 할 일은 하지 않는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의원들을 위해 주민 세금으로 의정비를 지급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의원들은 주민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지역 맞춤형 조례 제정에 힘써야 한다.
일각에선 발의한 조례수로 의정활동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지방의원으로서 조례 발의를 하지 않거나 연 1회 발의 수준에 그친다면 그 자질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시민단체가 소속 정당이 의정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 의원을 차기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겠는가. 지방의회가 지역 사회에 실질적인 발전에 기여하려면 기초·광역의원의 입법 능력이 강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 의원 스스로 역량을 갖추고 전문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일부 의원은 중앙당 또는 광역시당 행사나 지역구 국회의원 행사에 참석하느라 의정 활동을 소홀하게 한다. 그럴 시간에 주민을 만나 불편한 점을 듣고 체감도 높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방의회와 정당은 입법 활동이 저조한 의원들에 대한 내부 점검을 철저하게 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다.